[신년기획] 李 지지율·부동산·野 분열…서울시장 선거 승패 가른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1.01 06:00

서울에서 통하지 않는 ‘여당 프리미엄’…결국은 후보 경쟁력
정권 평가·부동산·분열 변수…서울시장 선거 3대 관전 포인트

서울 전역, 부동산 규제지역으로 지정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강남북 집합건물(아파트·다세대·연립·오피스텔) 모습. [사진=연합뉴스]

내년 6월 3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의 경쟁 구도가 본격적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는 전체 판세를 가를 상징적 격전지로 꼽힌다. 이번 선거는 12·3 비상계엄 사태에 따라 새로 선출된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치르는 첫 전국 단위 선거다. 여당으로선 국정 운영 2년 차에 접어든 이재명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를 치르는 셈이고, 야당으로선 정권 재창출의 교두보를 마련해야 하는 승부처다.


통상 대통령 선거 1년 안팎에 치러지는 지방선거는 통상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여력이 남아 있고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지역 선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은 늘 이 공식에서 한 발 비켜서 있었다. 전국 민심과 달리, 서울은 특정 정당이나 인물에게 쉽게 기울지 않는 '까다로운 유권자 집단'의 성격을 보여 왔다. 여당 프리미엄이 작동하더라도, 서울만큼은 예외가 반복돼 왔다는 점에서다.


실제 대선 결과를 보면 이 특징은 더 분명해진다. 2022년 대선에서 전국 득표율은 윤석열 48.56%, 이재명 47.83%로 0.73%포인트(p) 차이에 불과했지만, 서울에서는 윤석열 50.56%, 이재명 45.73%로 격차가 5%p 가까이 벌어졌다. 전국 득표수 차이가 약 25만표였던 반면, 서울에서만 30만표 이상 차이가 나면서 대선 승부를 갈랐다. 2025년 6·3 대선에서도 양상은 비슷했다. 전국에서는 이재명 49.42%, 김문수 41.15%로 8.27%p 차이가 났지만, 서울에서는 47.13% 대 41.55%로 격차가 5.58%p로 줄었다. 이준석 후보 역시 전국보다 서울에서 더 높은 득표율(9.94%)을 기록했다.



대통령 파면이라는 특수 상황에서도 인구 고령화 등으로 보수화된 서울 민심이 민주당과 이재명 대통령에게 결코 일방적이지 않다는 점을 드러낸 대목이다.


역대 선거를 봐도 서울은 민주당 등 진보계열 정당에게 녹록치 않았다. 1995년 지방자치제 부활 이후 보궐선거를 포함해 총 10차례 치러진 서울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계열과 보수 정당 계열은 정확히 다섯 번씩 승리를 나눠 가졌다. 조순·고건·박원순이 승리한 선거가 있는 반면, 이명박·오세훈이 압승한 선거도 되풀이됐다. 특히 2021년 보궐선거와 2022년 지방선거에서는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연이어 57.50%, 59.05%라는 득표율로 승리했다. 서울은 어느 한쪽으로 굳어진 '텃밭'이 아니라, 매 선거마다 인물·구도·정권 평가에 따라 선택을 갈아타는 전형적인 '스윙 지역'인 셈이다.



李대통령 지지율·부동산·범야권분열 가능성 변수

내년 서울시장 선거를 둘러싼 주요 변수는 크게 세 갈래로 압축된다. 정권 교체 이후 첫 지방선거라는 정치적 구도, 대통령 국정 지지율과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정책 민심, 그리고 범야권 분열 가능성이다.


내년 지방선거 구도는 대통령 탄핵 이후 정권 교체 이듬해에 치러진 2018년 지방선거와 구조적으로 닮아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2018년 지방선거에서 대통령 지지율 70% 안팎을 바탕으로 전국 광역단체장 17곳 가운데 서울·부산을 포함한 14곳을 석권했다.


현재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50%대 중반~60%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역대 대통령 중 3위에 해당하는 호성적이다. 이전 역대 대통령의 취임 6개월 무렵 직무 수행 긍정률은 노태우 53%(1988년 7월), 김영삼 84%(1993년 8월), 김대중 56%(1998년 9월), 노무현 30%(2003년 8월), 이명박 24%(2008년 8월), 박근혜 59%(2013년 8월), 문재인 74%(2017년 11월), 윤석열 30%(2022년 11월)였다.


다만 서울 민심이 다소 냉랭하다. 리얼미터 12월 1주차 조사에서 서울 지역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 평가는 47.5%, 부정 평가는 48.5%로 팽팽하게 맞섰다.



서울시민들이 가장 민감해하는 부동산 정책도 선거 판세를 흔들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정부가 지난 10·15 부동산 대책 등으로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등 규제 강화에 나섰지만 여전히 집값 상승세를 잡진 못했다. 야당은 이를 '서울 추방령'으로 규정하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향후 공급 대책과 세제 개편안, 지역균형발전 등 추가적인 조치가 언제 어떻게 발표될 지가 주목된다.


범야권 분열 가능성도 변수로 꼽힌다. 서울시장 선거는 그동안 근소한 표 차로 승부가 갈려온 만큼, 개혁신당이 독자 후보를 내 3~4%의 득표를 확보할 경우 국민의힘으로서는 수성에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에서 3~4%포인트 차이가 당락을 가를 수 있다"며 “야권 표가 분산될 경우 판세가 기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대통령 지지율이 50% 수준에서 여야가 팽팽히 맞설 경우, 결국 승부는 후보 경쟁력으로 갈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여당 후보 경쟁 치열, 야당 현역 외 '고민 중'

정원오 성동구청장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2025년 11월 17일 에너지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성동구청]

더불어민주당은 후보군이 상대적으로 두텁다.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은 3선 구청장으로, 행정 성과를 바탕으로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된다. 1968년생으로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출신이며,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해 구민 민원을 직접 듣는 등 적극적인 소통 행정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X(옛 트위터)에서 정 구청장을 직접 언급하며 “잘하기는 잘하나 봅니다"라고 치켜세운 점도 주목된다. 지방선거 후보군에 대한 공개 발언을 자제해 온 이 대통령이 특정 단체장을 거론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로, 당 안팎에선 사실상의 '공개 지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용진 전 의원은 20·21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1971년생으로 성균관대 사회학과 출신이다. 전직 대선 경선 후보로서 전국적 인지도를 갖고 있고, 재벌개혁·교육 개혁 등 이슈에서 뚜렷한 메시지를 내온 인물이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5년 12월 8일 에너지경제신문과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의원실]

민주당 박홍근 의원, 서울시장 출마 선언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2025년 11월 26일 서울시청 앞에서 내년 6월 3일 치러지는 서울시장 선거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주민 의원은 3선으로 1973년생, 서울대 법대 출신이다. 촛불 정국 이후 '촛불 변호사' 이미지를 앞세워 진보 성향 시민사회와의 접점이 넓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홍근 의원은 4선 중진으로 1969년생이며, 경희대 국문과 출신으로 총학생회장을 지냈다. 전 원내대표이자 국정기획위원회 분과위원장 이력을 앞세워 “이재명 정부의 설계자"를 자임해 왔다.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참석한 서영교 의원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2025년 11월 1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표적감사 공식사과'에 대한 입장 밝히는 전현희 의원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이 2025년 12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과거 권익위원장 재직 당시 감사원의 표적감사에 대한 현 감사원의 공식 사과 등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영교 의원은 4선으로 1964년생,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출신이다. 전현희 의원은 3선으로 국민권익위원장을 지냈으며, 1964년생 서울대 치의학과 출신 변호사다. 홍익표 전 의원은 민주당 3선 의원과 원내대표를 지냈고, 1967년생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출신이다.


K-국정설명회, 특별 강연하는 김민석 국무총리

▲김민석 국무총리가 2025년 12월 15일 서울 광진구 비스타 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민주평통 초청 K-국정설명회에서 특별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민석 국무총리 역시 서울시장 후보군 가운데 한 명으로 거론된다. 김 총리는 제15·16·21·22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2002년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으나 낙선한 바 있다. 1964년생으로 서울대 사회학과 출신이며, 대학 시절 총학생회장을 역임했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3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비서실장에 임명되면서 의원직을 사퇴했다. 1973년생으로 건국대 경영정보학과를 졸업했으며, 대학 시절 총학생회장을 지냈다.


정치개혁특위 양당 독점 비판하는 조국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2025년 12월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에 설치될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거대 양당 독점을 비판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국 조국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서울시장 후보군에 포함된다. 조 위원장은 1965년생으로 서울대 법학과 출신이다. 참여정부와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냈고, 이후 법무부 장관을 역임했다.


발언하는 오세훈 시장

▲오세훈 서울시장이 2025년 11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당 주거사다리정상화특별위원회 정책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현직 프리미엄을 안은 가장 유력한 주자로 꼽힌다. 오 시장은 재선에 성공할 경우 5선 서울시장이 된다. 1961년생으로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했으며, 제16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다만 오 시장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와 연루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특검에 의해 불구속 기소되면서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됐다. 본선 경쟁력뿐 아니라 당내 경선 관리가 핵심 과제로 떠오른 이유다. 국민의힘 윤리규정에는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될 경우 경선 피선거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어, 적용 범위를 둘러싼 당내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026 지방선거 청년 정책 구상 설명하는 나경원 지선총괄기획단 위원장

▲국민의힘 지방선거총괄기획단 위원장인 나경원 의원이 2025년 12월 15일 국회에서 열린 지방선거총괄기획단-전국청년지방의원협의회 연석회의에서 오는 2026년 지방선거에서 청년 우대 정책 구상이 담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승복연설하는 한동훈 후보

▲2025년 5월 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김문수 후보가 선출된 가운데 한동훈 후보가 승복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나경원·한동훈 등 중량급 인사들도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나경원 의원은 5선 중진으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지냈으며, 1963년생 서울대 법대 출신이다. 나 의원은 최근 당내외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며 서울시장 도전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법무부 장관과 당 대표를 지냈고, 12·3 비상계엄 해제 과정에서 역할을 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1973년생으로 서울대 법대 출신이다.


권영세 의원, 용산국제업무지구 기공식 축사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이 27일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에서 열린 기공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연설하는 이준석 후보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2025년 5월 30일 서울 마포구 대흥동 경의선숲길공원을 찾아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밖에 권영세 의원은 5선 중진으로 중국대사, 통일부 장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역임했다. 1959년생으로 서울대 법대 출신이다. 조은희 의원은 재선 의원으로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서초구청장을 지낸 경력이 있다. 1961년생으로 이화여대 영문과 출신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도 서울시장 후보군에 포함된다. 1985년생으로 하버드대 출신이다.


현재 판세는 모두 승기를 굳히기에는 이른 혼전 양상이다. 여론조사공정이 12월 14~15일 실시한 차기 서울시장 여론조사에서 오세훈 현 시장이 29.2%로 1위를 지켰지만, 무명에 가깝던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23.0%까지 치고 올라오며 오차범위 안 접전을 형성했다. 지난 15일 리서치뷰가 KPI 의뢰로 실시한 조사에선 45.2%를 얻어 오 시장 38.1%를 오차범위 밖인 7.1%p 앞섰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15.6%), 조국 조국혁신당 비대위원장(9.5%), 박주민 민주당 의원(9.0%) 등이 뒤를 이었다. 여권 지지층은 오 시장과 나 의원 사이에서 분산돼 있고, 민주당 지지층은 정 구청장 쪽으로 빠르게 결집하는 모양새다.


세부 지표를 보면 여야의 '강·약세 지대'가 뚜렷하다. 권역별로는 1(종로구, 중구, 용산구, 은평구, 서대문구, 마포구)·22권역(성동구, 광진구, 동대문구, 중랑구, 성북구, 강북구, 도봉구, 노원구)·3권역(양천구, 강서구, 구로구, 금천구, 영등포구, 동작구, 관악구)에서 오 시장이 정 구청장을 앞섰다. 하지만 4권역(서초구, 강남구, 송파구, 강동구)에서는 사실상 28.1% 대 28.0%로 백중세를 이뤘다.


연령별로는 20대 이하와 60대 이상에서 오 시장이 뚜렷한 우위를 보인 반면, 40대와 50대에서는 정 구청장이 각각 15%p 안팎으로 앞섰다. 30대에서는 두 후보 간 격차가 크지 않았다. 성별로는 남성층에서 오 시장(34.4%)이 정 구청장(22.6%)을 앞섰고, 여성층에서는 오 시장(24.5%)과 정 구청장(23.4%)이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였다. 세대와 성별에 따라 선호가 뚜렷하게 갈리면서, 어느 한쪽도 '대세론'을 장담하기 어려운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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