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추락, 지방선거 연패…트럼프 중간선거 ‘빨간불’
정치 장악력 시험대…조기 레임덕 올까
2024년 대선 결과 맞춘 베팅사이트 주목
중간선거 유세모드 들어간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정운영 성적표를 가늠할 중간선거가 올해 치러진다. 오는 11월 3일(현지시간) 실시될 이번 선거에서는 미 연방 하원 435석 전체, 상원 100석 중 35석을 새로 뽑는다. 중간선거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핵심 어젠다인 관세·반(反)이민 등을 중심으로 하는 '미국 우선주의' 정책들이 동력을 이어갈지, 아니면 레임덕으로 빠져들지 결정짓는 대형 이벤트다. 미국 대통령의 정책은 의회 입법을 통해 구현되기 때문에 누가 다수당을 차지하는지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향후 국정운영이 달라질 전망이다.
경제 문제의 해결 능력을 강조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압승을 거뒀다. 선거일 전날까지 초접전일 것이란 여론조사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핵심 경합주 7개를 싹쓸이했다. 여기에 공화당은 대선과 함께 치러진 연방 의회 선거에서 상원 100석 중 51석을, 하원에서도 435석 중 220석을 각각 확보해 2019년 이후 6년 만에 의회 권력을 장악했다.
이에 따라 상원에서 공화당은 현재 의석을 지켜야 하는 입장이며, 하원은 218석 이상을 차지하는 정당이 다수당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경제 성과를 알리기 위해 여론전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경제 점수를 매겨달라는 말에 “A 플러스 플러스 플러스 플러스 플러스"라고 평가하며 “내가 취임했을 때 물가가 사상 최고였지만 지금은 상당히 내려가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론은 냉담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가 1년도 안 된 상황이지만 지지율은 출범 이후 추락하고 있다. 자신의 관세 전쟁이 불러온 고물가와 최악의 경제 상황으로 민심이 싸늘하게 식었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했던 지난 1월부터 12월 19일까지 종합된 대통령 국정지지율 추이(사진=리얼클리어폴링)
◇ 경제 해결하겠다던 트럼프…유권자들 “현재 물가 최악"
실제 PBS와 NPR, 여론조사기관 마리스트가 지난달 8∼11일 성인 1440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17일 공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3.2%포인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 운영을 잘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36%였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1·2기 전체를 통틀어 가장 낮은 수치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38%로 2기 출범 이후 최저치에 머물고 있다. 특히 국정운영에 대한 공화당의 지지도이 84%로 나타났는데 이는 지난 11월 조사(89%)에서 감소한 수치다.
폴리티코가 퍼블릭퍼스트에 의뢰해 11월 14~17일 미 전역의 성인 남녀 2098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오차범위 ±2.0%포인트)에서 '미국이 처한 가장 큰 문제'를 묻는 질문에 응답 비중이 가장 높은 답변은 '생활물가'(56%)로 꼽혔다.
또 응답자 46%는 현재 미국의 생활물가 수준이 “기억하는 한 최악"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했던 유권자들 중에서도 37%가 이에 동의했다. 이와 함께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상당한 또는 모든 책임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46%로,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을 꼽은 비율(29%)를 크게 앞지른 것으로 집계됐다.
폴리티코는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를 이끌었던 지지층 중 일부는 이탈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생활비 부담이 이탈을 이끌고 있다"고 짚었다.
'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어느 당을 신뢰하는가'를 NBC방송의 지난달 15일 여론조사 결과(오차범위 ±1.9%포인트)에서 성인 남녀 2만252명 중 53%는 민주당을 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신을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기반인 '마가(MAGA) 공화당원'이라고 답한 비중은 50%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4월 조사 때 기록된 57%보다 7%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반면 '정통 공화당원'이라고 응답한 비중은 4월 43%에서 50%로 늘어났다.
아울러 '마가 공화당원'이라고 밝힌 응답자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매우 지지한다'고 답한 비율은 70%로, 4월 조사(78%)보다 8%포인트 급감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등돌린 공화당 지지자들이 갈수록 많아진 셈이다.
주요 여론조사 최근 결과의 평균치를 제공하는 리얼클리어폴링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직무수행 지지도는 43.3%, 반대 응답은 53.6%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2월 2일부터 19일까지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한 수치다.
트럼프 대통령의 긍정·부정 격차는 -10.3%포인트로 나타났다. 올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6.2%포인트였던 긍정·부정 격차는 지난 3월 -0.7%포인트로 역전됐고, 11월엔 -13.1%포인트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시장 선거에서 승리한 아일린 히긴스 민주당 후보. 공화당 강세 지역인 마이애미에서 민주당 출신 시장이 나온 것은 약 30년 만이다(사진=AFP/연합)
◇ 텃밭에서 선거 참패…공화당 내부에서도 이탈 조짐
지역 선거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생활비 부담과 관련해 유권자들의 정부·여당 비판 여론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달 치러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아일린 히긴스 후보가 59.5%의 득표율을 기록해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 지지한 공화당 에밀리오 곤살레스 후보를 19%포인트 차이로 꺾었다. 전통적 공화당 강세 지역인 마이애미에서 민주당 출신 시장이 나온 것은 약 30년 만이다.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12%포인트 차로 압승을 거뒀던 조지아주 하원 보궐선거(121선거구)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승리를 거뒀다.
공화당은 지난해 11월 치러진 뉴욕 시장, 버지니아·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도 참패해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공화당의 또 다른 텃밭인 테네시주에서 치러진 제7선거구 하원의원 보궐선거에서 공화당 후보가 8.9%포인트 차이로 간신히 승리를 거뒀다. 이번 선거는 하원의원 한자리에 불과하지만, 민주당이 보수 지지세가 탄탄한 지역에서 기대 이상으로 선전하면서 주목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화당 장악력이 약해지는 듯한 모습을 연출한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상원 공화당은 연방정부 기능이 일시 정지되는 '셧다운'을 끝내기 위해 필리버스터 의결정족수를 60명에서 단순 과반(51명)으로 낮추는 '핵 옵션'을 가동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측근인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억만장자 성범죄자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 파일 공개를 막아선 안 된다고 공개적으로 촉구해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 의원을 '배신자'라고 규정하며 공개 지지를 철회했고, 그린 의원은 오는 5일부 의원직 사퇴를 발표했다.
아울러 공화당 지지 성향이 강한 인디애나주에선 '항명 사태'가 터지기도 했다. 인디애나주 상원은 지난해 11월 공화당에 유리한 하원 선거구 조정안을 찬성 19표, 반대 31표로 부결시켰다. 공화당 의원 21명이 반대표를 던지며 트럼프 대통령이 강하게 요구해 온 선거구 조정이 무산된 것이다.
▲지난달 17일 이례적으로 황금 시간대에 대국민 연설을 진행한 트럼프 대통령(사진=로이터/연합)
이렇듯 트럼프 대통령이 여론 악화를 의식하자 지난달 17일 이례적으로 황금 시간대에 대국민 연설을 열어 미국의 고물가 상황을 전임 행정부에 책임을 돌리는 동시에 그간 경제 성과를 부각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약 18분 동안 생중계한 연설에서 “11개월 전 나는 엉망이 된 나라를 물려받아 바로잡고 있다. 취임했을 당시 인플레이션은 48년 만에 최악이었고 물가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이 모든 일은 민주당 행정부 시절 때 발생했고 이때부터 '생활비 감당 가능성'(affordability)이란 단어가 처음 들리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리는 세계가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경제 붐을 앞두고 있다"며 내년부터 미국의 경제 상황이 앞으로 좋아질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2026년 중간선거에서 하원 결과에 대한 폴리마켓 판세 추이(사진=폴리마켓)
◇ '대선 족집게' 베팅사이트 판세는?
다만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중간선거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최대 베팅 사이트인 폴리마켓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기준, '어느 정당이 2026년 선거에서 하원을 차지할지'를 묻는 질문에 민주당이 하원 과반을 차지할 확률이 78%로 반영됐다.
지난해 10월 21일엔 민주당이 승리할 확률은 57%까지 추락하면서 공화당(43%)과 격차가 14%포인트 좁혀졌다. 그러나 이 확률은 지난해 11월 뉴욕과 버지니아·뉴저지에서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공화당이 모두 참패한 이후 72%로 반등하더니 지금까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중간선거에서 상원 다수당을 예측하는 질문에선 공화당이 승리할 확률이 66%다. 이는 그러나 지난해 10월 고점(75%)에서 9%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또다른 베팅 사이트인 칼시에서도 민주당이 하원을 탈환할 확률이 10월 중순 56%대에서 75%로 반등했다. 상원 선거의 경우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할 가능성이 연초 82%대에서 현재 68%로 하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국민연설 승부수'에도 두 베팅 사이트에서 판세의 큰 변화가 없었다.
베팅 사이트에선 사용자들이 1달러의 가치를 가진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해서 베팅한다. 특정 질문에 대한 답변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베팅하며, 이에 따른 배당금을 받는다.
베팅 사이트들은 최신 소식 등에 민감한 참가자들이 직접 돈을 걸고 예측하는 시스템이어서 여론조사보다 더 정확하다는 특징이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같은 이유로 베팅 사이트의 정확성을 칭찬한 바 있다.
▲2026년 중간선거에서 상원 결과에 대한 칼시 판세 추이(사진=칼시)
◇ 트럼프, 국민 체감도 높은 정책에 드라이브 걸듯
오는 11월 중간선거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향방을 가르는 최대 고비다. 상·하원에서 공화당의 주도권이 무너지는 순간, 남은 임기 후반부는 의회 견제 속에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의 당내 구심력마저 흔들릴 수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이례적인 대국민연설을 연 것은 물론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와 노스캐롤라이나를 방문하는 등 선거 운동 모드로 조기에 돌입했다. 그만큼 위기감이 커졌다는 방증으로도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군 장병 145만명에 대한 특별 배당금(1인당 1776달러) 지급, 연방 공무원 크리스마스 기간 사흘 휴무, 글로벌 제약사 약값 인하 등 선심성 정책들을 발표했다. 또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에 대폭적인 금리 인하를 지지하는 사람을 임명하겠다면서 올 초부터 주택담보대출 상환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민들이 즉각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정책들을 쏟아내면서 선거 앞 민심 다지기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부터 세금 공제 혜택이 현실화하고 실질 임금이 올라 국민들의 지갑 사정이 나아지면 물가 문제가 한층 더 빠르게 해결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