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콩 생산량 급증한 반면 소비는 감소 추세
수입산 대비 3배 비싼 가격에 시장 외면
식품업계, 식물성 단백질·비건 식품 등 신시장 개척 나서
▲/제미나이
우리 밥상에 오르는 두부나 된장, 청국장의 원재료는 대개 수입산 콩이다. 국산 콩은 수입산 콩보다 세 배 비싼 가격 탓에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그 결과, 올해 기준 약 10만t의 국산 콩이 팔리지 않은 채 재고로 남아 있다.
◇ 남아도는 쌀 대신 콩 심었더니…콩 과잉 부른 '풍선효과'
국내 콩 생산량은 2018년 약 8만t에서 2025년 약 16만t으로, 7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2018년부터 시행한 '논 타작물 재배지원 사업'을 콩 생산량 급증의 배경으로 꼽는다.
'논 타작물 재배지원 사업'은 논에 벼 대신 다른 작물을 심었을 때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국내산 쌀 공급 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했다. 이 사업을 계기로 논에 벼 대신 콩을 심는 농가가 크게 늘었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노지 식량작물 재배면적' 자료에 따르면, 2018년 5만1000㏊였던 콩 재배면적은 2025년 7만4000㏊로 약 45% 증가했다.
반면 콩 소비량은 갈수록 줄고 있다. 국내 1인당 연간 콩 소비량은 2015년 8㎏에서 2024년 7㎏으로 줄었다. 이에 대해 동국대학교 식품산업관리학과 황재현 교수는 “탄수화물에서 고기, 달걀 등 축산물 섭취를 늘리는 쪽으로 한국인의 식습관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량 작물의 전반적인 소비 감소세 속에서 콩 소비도 함께 줄고 있다는 분석이다.
콩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그간 정부는 수급 조정에 나서 왔다. 정부는 2019년부터 매년 6만 톤의 국산 콩을 사들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다만 예산 문제로 실제 수매량은 매번 목표치를 밑돌았다. 지난해 수매량인 4만9000t이 역대 최고치였다.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산업과 허동웅 과장은 “재정 부담, 재고 누적 등 현실적인 어려움 탓에 전량 수매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산 콩 수급 안정을 위해선 근본적으로 수요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3배 비싼 가격 탓에…외식·가공업계는 수입산 콩에 의존
국산 콩 소비 부진의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수입산 콩과의 가격 격차가 꼽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현재 국산 콩과 수입산 콩의 가격 차이는 약 3배다. 2025년 공급가격 기준 국산 콩 가격은 ㎏당 4,112원, 수입산 콩은 ㎏당 1,400원이다.

수입보다 4배까지 벌어진 국산 콩 가격
▲국산 콩 / 수입 콩 가격 비교 (단위: 원/kg, 자료: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황 교수는 “가격 부담 탓에 외식업체나 급식업체에서는 주로 수입 콩을 사용하고 있다"며 “해당 시장의 수입 콩 수요를 국산 콩 수요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콩을 활용한 유지류, 장류를 생산하는 가공식품 업계 역시 상당 부분 수입산 콩에 의존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는 콩기름의 99.9%는 수입산 콩으로 만들어진다.
▲국산 콩으로 만든 콩기름. 아직 시장에 출시되지 않은 제품으로,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콩기름의 99.9%는 수입 콩으로 제조된다. / 고지운 인턴기자
◇ '프리미엄'·'푸드테크'로…돌파구 찾는 국산 콩 산업
전문가들은 '푸드테크(식품 기술을 활용한 신제품 개발)'를 활용한 프리미엄 시장 개척을 해법으로 제시한다.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없다면, 품질 경쟁력을 높여 신규 소비처를 확보하는 데 집중하자는 것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문인철 수급이사는 “식물성 단백질 보충제, 비건 식품, 다이어트 식품 등 국산 콩을 활용한 가공식품이 다양해진다면 소비자들이 국산 콩을 선택할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식품업계의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연세유업 전찬오 전략구매팀장은 “약 1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식물성 음료 시장에서 국산 콩 두유가 원료의 프리미엄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풀무원식품 이승재 상무 역시 “글로벌 식품 시장은 건강과 지속가능성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어 국내 산업에도 분명한 기회 요인이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정부도 변화를 모색 중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부터 콩 수입 증량을 중단하고, 비축해둔 국산 콩을 큰 폭으로 할인해 국내 가공업체에 공급할 계획이다. 그간 정부는 콩 수입량을 매년 3만~4만t씩 늘려 공급해 왔다. 허 과장은 “올해 정부는 국산 비축 콩을 할인 공급해 업체들이 수입 콩에서 국산 콩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어 “국산 콩기름 등 신시장 개척에 필요한 지원도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산 콩 소비 활성화를 위한 산업발전 방안 토론회'에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김선교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 고지운 인턴기자
한편, 지난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국산 콩 소비 활성화를 위한 산업발전 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어기구 위원장, 윤준병 의원, 김선교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