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다 기업이 먼저?”…美 EPA, 미세먼지 절감 ‘건강 가치’ 산정 중단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1.14 12:26

“미세먼지 규제로 인한 경제적 이익 인정 안해”
트럼프 정부의 거침없는 ‘환경 지우기’
“미세먼지 감축 효과는 과대평가” 산업계 입장 반영
바이든 당시 EPA “미세먼지 저감에 1달러 투입시 77달러 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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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FP/연합)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대기오염물질 규제에 따른 질병·사망 예방 효과를 경제적으로 환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14일 EPA가 최근 공개한 가스터빈 발전소 배출 기준에 대한 경제적 영향 평가 및 규정 보고서에 따르면 유해 물질인 미세먼지(PM-2.5)와 오존을 규제함으로써 예방되는 의료비 절감 및 조기 사망 감소 효과에 대한 경제적 가치 산정이 중단됐다.


AP통신은 “이번 변경으로 EPA가 미세먼지·오존 규제 기준을 산업계 비용에만 초점을 맞추게 됐다"며 “이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친기업 정책의 일환으로, 건강과 환경을 보호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됐던 여러 정책을 되돌리는 흐름과 맞물린다"고 전했다.



EPA의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광범위한 환경 규제 완화 정책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최근 미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 산하기구 31개와 비(非) 유엔기구 35개에서 미국이 탈퇴하는 각서에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EPA는 온실가스를 대기오염 물질로 규제할 수 있는 연방정부의 권한을 철회하는 규정도 조만간 확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다.


환경 보호와 규제를 전담하기 위해 설립된 EPA는 1990년대 이후 천식 발작으로 인한 입원 예방, 노동 손실 및 학생 결석 감소, 조기 사망 예방 등 환경 규제에 따른 긍정적 효과를 금전적 가치로 환산해 왔다.



환경단체 등은 의료비 절감, 생산성 향상, 조기 사망 예방 효과 등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한 결과 산업계 부담이 상당했음에도 불구하고 환경 규제가 10년 이상 기간에 걸쳐 수십억 달러 규모의 순이익을 창출해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산업계는 대기오염 저감에 따른 이익은 과대평가된 반면 기업들이 부담하는 비용은 과소평가됐다고 반박해왔다. EPA의 이번 조치는 산업계의 주장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 상공회의소도 경제적 가치를 추산하려는 EPA의 방식에 비판해 온 바 있다.


실제 보고서에선 “과거의 분석 관행은 경제적 효과가 과학이 실제로 뒷받침할 수 있는 수준보다 대중에게 잘못된 정확성과 과도한 신뢰감을 제공했다"며 “특히 전체 배출량이 크게 감소하고 영향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이러한 문제가 두드러졌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어 “과거 EPA는 배출량 범위를 측정하거나 정량화하는 대신 추정치를 제공함으로써 대중이 EPA가 미세먼지·오존의 경제적 영향을 더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오해하게 만들었다"며 “이 오류를 바로 잡기 위해 EPA는 미세먼지와 오존 규제에 대한 영향을 금전적으로 환산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당시 EPA는 미세먼지 규제로 2032년까지 최대 4500명의 조기 사망을 예방하고 29만 일의 노동 손실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EPA는 또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1달러를 지출할 때마다 보건 분야에서 최대 77달러의 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고 예상하기도 했다.


전직 EPA 관계자들과 환경단체들은 이번 조치에 강하게 비판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 당시 EPA에 근무했던 조세프 고프만은 “미세입자 감축에 따른 경제적 가치를 산출하는 데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는 현재의 주장은 오염물질 감축으로 인한 긍정적 효과를 축소하려는 산업계의 최신 전략이 드러난 것"이라고 꼬집었다.


비영리단체 에버그린 액션의 레나 모핏 사무총장은 “대기오염 규제는 인간의 건강과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며 그것이 EPA의 전부이자 유일한 사명"이라며 “이번 결정은 사람들을 더 아프게 만들고 지역사회를 덜 안전하게 만들며 치솟는 공공요금 문제 해결에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고 예방할 수 있었던 사망을 늘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EPA 대변인은 “경제적 가치를 포함시키지 않는다는 것은 인체 건강 영향을 고려하지 않거나 가치 있게 여기지 않는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며 “EPA는 인간의 건강과 환경을 보호한다는 핵심 사명에 전적으로 헌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성준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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