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공급 절벽 ‘책임 공방’ 불붙었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1.20 16:01

오세훈 “전임 시장 10년 탓”…정원오 “5년간 남탓만? 뉴타운 해제 오 시장이 시작”
서울 입주 물량 올해 2만4462가구 최근 연평균 물량 절반에 그쳐
집값·전세 불안 우려 속 공급 해법이 6·3 지방선거 핵심 쟁점으로
“공급절벽 충격 줄이려면 금융·세제·규제 여건 함께 손봐야”

오세훈 서울시장(왼쪽)과 정원오 성동구청장. 사진=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왼쪽)과 정원오 성동구청장. 사진=연합뉴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 아파트 '공급 절벽'을 둘러싼 책임 공방에 불이 붙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공급 부족의 근본 원인은 전임 10년, 민주당 시정 탓"이라며 공세 수위를 높이자, 야권 서울시장 유력 주자로 거론되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뉴타운 해제를 시작한 건 오 시장 자신"이라며 “자기부터 돌아봐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공급 절벽이 현실화하는 시점에 설전이 격화되면서 서울 집값과 주택 공급 문제가 지방선거 최대 화두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20일 업계와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약 2만4462가구로, 최근 몇 년간 연평균 4만 가구 안팎이던 흐름과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 지난해 예정 입주 물량이 4만7000가구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1년 사이 공급이 급격히 감소한 셈이다.


전국적으로도 공급 감소세는 뚜렷하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17만2270가구로, 작년(23만8372가구)보다 약 28% 줄어들 전망이다. 최근 수년간 연간 20만 가구를 웃돌던 입주 물량과 비교하면 상당 폭 밑도는 수준으로, 공급 절벽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서울의 내년 사정은 더 심각하다. 직방 집계에 따르면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1만6412가구로, 올해(3만1856가구)보다 48%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이와 맞물려 일부 자치구에서는 신규 분양이 사실상 제로인 곳까지 나타나면서 당분간 공급 부족에 따른 집값·전세 불안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커지고 있다.


이처럼 공급 절벽이 가시화된 상태에서 지방선거 국면이 닥쳐 오자 정치 쟁점으로 번지고 있다.



우선 오세훈 시장은 최근 신년 인터뷰에서 “서울 집값이 잡히지 않는 근본 원인은 전임 시장 10년의 암흑기"라며 “뉴타운 해제 등으로 40만 가구 공급 기회를 포기한 것이 집값 불안의 구조적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정비구역을 무더기 해제하면서 공급 씨를 말렸고, 지금의 공급 절벽은 그 후과가 드러나는 과정"이라며 책임을 전임 시정으로 돌렸다. 박원순 전 시장 재임 시절 재건축·재개발 구역 389곳이 해제되며 공급 기반이 무너졌고, 그 영향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지난 19일 신림7구역을 찾아가서는 “재개발이 정부의 10·15 대책으로 꽉 막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정 구청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뉴타운 해제를 설계한 것은 오 시장 본인인데, 지금 와서 모든 책임을 전임 시장에게 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2011년 서울시가 '신주거정비 5대 추진방향'을 발표하며 뉴타운 예정구역 31곳을 해제 예정 구역으로 지정·공고한 사례를 거론하며 “기록상 뉴타운 해제를 처음 시작한 것도 오 시장"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집값 폭등과 공급 절벽의 책임은 결국 현직 시장에게 있다"며 “과거 탓만 해서는 현재 위기를 풀 수 없다"고 직격했다.


정 구청장은 “(오 시장이)'시민을 위한 행정'이 아니라 '내 정치를 위한 행정'을 하고 계신 것처럼 보인다"면서 “(10·15 대책으로 인한)고통의 상당 부분이 시장님의 정책 결정에서 비롯됐다는 점은 미처 돌아보지 않으시는 것인지 안타깝다"고 일침을 가했다.


특히 오 시장의 토허제 해제 번복 등으로 인한 집값 상승 등을 지적했다. 정 구청장은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시장을 흔들어 놓고, 그 책임을 중앙정부에만 돌리는 방식으로는 시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며 “'네 탓'이 아니라 국토부 등 정부 당국과 함께 시장의 심리 안정을 위해 한 목소리를 내는 것, 그리고 실효성 있는 공급 방안 마련을 위해 힘을 모으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여권 주자인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화려한 겉포장을 걷어내면 그 안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며 오 시장의 언급을 강력히 비판했다. 박 의원은 “오세훈표 주택 공급은 '허수'"라면서 “신통기획이니 모아타운이니 이름은 거창하지만, 실제 주거 기준으로 착공된 건수는 단 '0건'"이라고 꼬집었다. 또 “무능이 서울 아파트값을 폭등시켰다"면서 지난해 2월 서울시의 토허제 해제·번복 사태로 집값이 급등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 시장이)이념에 눈이 멀었다"면서 “공공의 역할을 폄훼하며 민간 중심의 공급만을 외친다다. 공공은 무조건 나쁘고 민간은 무조건 좋다는 거냐. 민간도 속도를 내게 하되, 공공도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것, 그것이 진짜 주거 대책"이라고 장조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주택시장 공급 절벽이 정비사업 지연과 금융 여건 악화, 제도적 제약이 겹쳐 누적된 복합적 결과라고 분석한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규제냐 시장 요인이냐를 따지면 둘 다 문제"라며 “거시경제 요인에 의해 주어지는 제약이 상당히 크게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정비사업 규제 논쟁과 별개로, 고금리·PF 경색 등 시장 환경이 사업성을 흔들면서 공급 여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진단이다.


조 교수는 또 정비사업을 통한 공급 확대가 시 의지만으로 관철되기 어렵다고 봤다. 그는 “재건축·재개발 부담금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양도세 등은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중앙정부·국회가 움직이지 않으면 서울시만으로는 정책을 밀어붙이기 어렵고, 서울시가 할 수 있는 영역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급 절벽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정비사업 속도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금융·세제·규제 여건을 함께 손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주택 개수가 절대적으로 모자라서라기보다 원하는 위치에 원하는 집이 없거나 너무 비싸 체감 부족이 커지는 측면이 있다"며 리모델링·집수리와 도심 중소형·임대주택 확충 등 체감 공급을 늘리는 보완책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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