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항로 세미나] “지정학적 이점과 기술력 결합해 대항해 중심 국가로 세워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1.21 15:00

울산항은 북극항로 준비 중…액체화물 인프라·친환경 연료 경쟁력 부각
보험·기후·금융 리스크도 있어…트레이더 키울 제도 전환 과제

박노벽 전 주러시아·주우크라이나 대사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북극항로와 에너지 안보의 기회' 세미나에서 주제발표하고 있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과 에너지경제신문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북극항로와 에너지 안보의 기회' 세미나에서 패널토론이 열리고 있다. 사진= 고지운 인턴기자

북극항로가 차세대 글로벌 물류·에너지 축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항로 개척만으로 기회가 자동으로 열리지는 않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계 최고 수준의 액체화물 인프라와 친환경 연료 공급 역량을 갖춘 울산항 등 국내 항만은 북극항로를 준비하고 있지만 액화천연가스(LNG) 거래 구조와 시장·제도는 여전히 경직돼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북극항로를 실질적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항만 경쟁력 강화에 더해 시장 개방과 제도 전환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수석최고위원과 에너지경제신문이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북극항로와 에너지 안보의 기회' 세미나 패널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북극항로 개척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박노벽 전 주러시아·주우크라이나 대사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북극항로와 에너지 안보의 기회' 세미나에서 주제발표하고 있

▲임종순 서울여대 행정학과 교수(좌장)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북극항로와 에너지 안보의 기회' 세미나 패널토론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사진= 고지운 인턴기자

임종순 서울여대 행정학과 교수(좌장)는 북극항로와 LNG 허브 구축을 단순한 경제 논리를 넘어선 '지정학 프로젝트'로 해석했다. 그는 “북극항로는 강대국 간 긴장을 완화하고 인류 번영을 이끄는 위대한 프로젝트가 될 수 있다"며 “지정학적 이점과 한국의 기술력을 결합해 대한민국을 대항해 중심 국가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산항은 이미 에너지 허브…북극항로 상업 운항 경험도 축적"

임종순 서울여대 행정학과 교수(좌장)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북극항로와 에너지 안보의 기회' 세미나 패널토론에 참석, 발언

▲김병구 울산항만공사 북극항로 TF 팀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북극항로와 에너지 안보의 기회' 세미나 패널토론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사진= 고지운 인턴기자

김병구 울산항만공사 북극항로 TF 팀장은 울산항이 북극항로 시대를 대비할 수 있는 국내 최적의 항만이라고 강조했다. 울산항은 HD현대중공업을 비롯해 S-OIL,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주요 정유·에너지 기업이 밀집한 산업 거점이자 세계 4대 액체화물 상업용 탱크터미널 클러스터를 갖춘 에너지 중심 항만이다.


울산항은 연간 총 물동량 2억 톤, 이 중 액체화물만 1억6000만 톤을 처리하는 동북아 최대 액체화물 항만이다. 김 팀장은 “이미 구축된 인프라만으로도 북극항로 개척에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특히 LNG, 메탄올 등 친환경 에너지와 석유·천연가스를 저장하는 상업용 탱크터미널의 경우, 국내 저장시설의 50% 이상이 울산항에 집중돼 있다. 상업용 탱크터미널은 컨테이너가 아닌 액체 화물을 취급한다는 점만 다를 뿐 기능적으로는 컨테이너 터미널과 유사한 역할을 수행한다.


그는 울산항은 이미 북극항로 운항 경험도 축적했다고 강조했다. 김 팀장은 “2016년부터 2024년까지 북동항로와 북서항로를 포함해 총 17회의 북극항로 상업 운항이 이뤄졌으며 누적 물동량은 5만5388톤에 달한다"고 밝혔다. 울산 소재 제지 기업들이 캐나다에서 목재 펄프를 북서항로를 통해 정기적으로 수입하고 있는 사례는 울산항이 북극항로의 실질적 기·종점 항만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혔다.


울산항 2040 중장기 친환경 에너지 물류허브 로드맵. 자료= 울산항만공사

▲울산항 2040 중장기 친환경 에너지 물류허브 로드맵. 자료= 울산항만공사

울산항의 또 다른 강점으로는 친환경 선박 연료 공급 역량이 꼽혔다. 국제해사기구(IMO)가 2050년 해운 부문 탄소중립을 목표로 각종 규제와 제도를 도입하면서, 글로벌 해운시장은 친환경 연료 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우리나라 수출입 물동량의 99.7%가 해운에 의존하는 만큼, 항만의 연료 경쟁력은 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


울산항은 지난 2023년 정부로부터 국내 유일의 친환경 선박 연료 공급 거점 항만으로 지정됐으며, 이를 계기로 관련 투자가 본격화됐다. 특히 세계 최초로 그린 메탄올을 선박 연료로 공급한 항만이기도 하다.



김 팀장은 “그린 메탄올 공급 실적은 울산항이 친환경 에너지 벙커링 표준과 산업을 선도하는 항만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며 “북극항로를 통과하는 선박을 대상으로 친환경 연료를 공급하는 벙커링 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벙커링 표준 절차 연구개발, 민관 합작 벙커링 기업 설립 등도 추진하고 있다.


“타이밍은 기다리는 게 아니라 잡는 것"…제도 개혁 필요성 제기

이태의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안보정책연구실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북극항로와 에너지 안보의 기회' 세미나 패널토론

▲이태의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안보정책연구실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북극항로와 에너지 안보의 기회' 세미나 패널토론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사진= 고지운 기자

다만 토론에서는 북극항로의 구조적 한계도 분명히 지적됐다. 북극항로의 기회를 잡고 부산과 울산항이 글로벌 공급망의 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가스를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는 사업자인 '트레이더'를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태의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안보정책연구실장은 북극항로가 기후 변화로 주목받고 있지만, 여전히 구조적 제약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구 온도가 상승하면서 북극항로 개척이 각광을 받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여름철에만 제한적으로 이용 가능한 상황"이라며 “이를 상시적·지속적으로 활용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또 북극항로는 금융·보험 측면에서도 부담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 실장은 “보험료가 수에즈 운하 대비 2~3배 높게 책정되고 있고, 극지 운항을 위한 강화 설비로 인해 선박 건조비 역시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사고가 발생할 경우 법적 리스크도 매우 커진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점에서 북극항로는 약점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북극항로를 기존 항로를 대체하는 수단이 아니라 공급망 다변화 차원의 '플랜 B'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기후 변화 속도, 금융·보험 인프라, 지정학적 안정성 등은 결국 타이밍의 문제"라며 “타이밍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잡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준비로는 제도 개혁을 꼽았다. 그는 “트레이더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제3자 접근, 판매 제한 등 제도적 장벽을 풀어야 한다"며 “가스공사뿐 아니라 직수입자에게도 가스를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트레이더를 키울 수 있다"고 밝혔다.


강연주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 과장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북극항로와 에너지 안보의 기회' 세미나 패널토론에 참석, 발언

▲강연주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 과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북극항로와 에너지 안보의 기회' 세미나에 참석했다. 사진= 고지운 인턴기자

산업통상부는 북극항로를 단순한 물류 효율화 수단이 아닌 에너지 안보와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는 전략 자산으로 평가하며 북극항로 개척을 위한 방안을 적극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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