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 AI 고도화에 휴머노이드 급성장…OLED·핵심 부품 선점 경쟁
삼성D·LGD ‘로봇용 OLED’ 공개…곡면 구현 능력·내구성 차별화
삼성전기·LG이노텍, MLCC·카메라 모듈 앞세워 로봇 투자·사업 확장
▲삼성디스플레이 'AI OLED 봇'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와 전자부품 기업들이 차세대 성장 시장으로 '로봇'을 지목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이 소프트웨어를 넘어 물리적 환경으로 확장되는 이른바 '피지컬 AI' 기술이 빠르게 고도화되면서,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이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오를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어서다. 주요 기업들은 로봇 생태계 주도권 확보를 통해 미래 신사업의 초석을 다진다는 전략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로봇용 디스플레이 시장을 차세대 성장축으로 삼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적용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정보기술(IT) 기기를 통해 중소형 OLED 분야에서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로봇 전용 패널 시장에서도 빠른 선점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양사는 올 초 열린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6'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용 OLED를 전면에 내세웠다. 삼성디스플레이는 13.4인치 원형 OLED를 적용한 'AI OLED 봇'을 공개했다. 폴더블과 초박형 등 기존 모바일·IT용 OLED 기술을 로봇과 웨어러블, AI 액세서리 영역으로 확장한 사례다.
LG디스플레이 역시 휴머노이드 로봇용 OLED 패널을 선보였다. 곡면 구현 능력과 내구성을 강화해 휴머노이드 특성에 맞춰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전자부품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로봇은 단순한 완성품 산업이 아니다.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 센서, 카메라 모듈, 반도체 기판 등 수십 종의 고부가 부품이 결합되는 종합 산업이다.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은 사람과 유사한 움직임과 정밀 제어가 요구돼 고신뢰성 부품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삼성전기는 MLCC와 카메라 모듈 등 기존 사업 역량을 앞세워 로봇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기는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에 MLCC, 카메라, 기판 등 핵심 부품을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경쟁 업체인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 '아틀라스'에도 MLCC와 카메라 모듈 등을 공급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신사업 확장을 위한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12월 노르웨이의 초소형 고성능 전기모터 제조기업 '알바 인더스트리즈'에 수백만 유로 규모의 투자를 집행했다. 기술 협력을 통해 로봇 손에 들어가는 초소형 모터 등 휴머노이드 핵심 부품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LG이노텍도 로봇 시장 공략에 적극적이다. 미국 로봇 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와 협력해 휴머노이드 로봇에 탑재될 비전센싱 모듈을 개발 중이다. RGB 카메라와 3D 센싱 모듈을 하나로 집약한 이 부품은 로봇의 인식과 판단 능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로봇용 부품 경쟁력 확보를 위해 조직과 연구개발(R&D) 체계도 정비하고 있다. LG이노텍은 최고전략책임자(CSO)와 최고기술책임자(CTO) 조직을 중심으로 사업 전략과 기술 R&D 측면에서 로봇 사업을 구체화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로봇용 부품 개발을 전담하는 CTO 산하 로보틱스 태스크를 별도로 꾸리며 기술력 강화에 나섰다.
이처럼 디스플레이·부품 기업들이 로봇에 주목하는 배경에는 기존 주력 시장의 성장 둔화가 자리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TV 등 전통 사업이 정체 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 로봇은 디스플레이와 고부가 부품 수요를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는 드문 신시장으로 꼽힌다.
시장 전망도 이를 뒷받침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설치 대수는 1만6000대를 넘어섰다. 데이터 수집과 연구 목적을 넘어 물류·제조·자동차 등 산업 현장 전반으로 활용 범위가 확대된 것이 주된 요인이다. 오는 2027년에는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설치 대수가 누적 1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관계자는 “향후 더 많은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들이 양산형 로봇 상용화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들의 성과가 산업 전반의 발전 속도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성장 국면에 진입하면서, 해당 제품에 디스플레이와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기업들의 관심이 로봇으로 쏠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CES 2026에서 “로봇에 들어가는 디스플레이는 지금보다 10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본다"며 “로봇용 OLED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문혁수 LG이노텍 사장도 같은 자리에서 “로봇용 센싱 부품 사업은 올해부터 이미 양산이 시작됐고 매출 규모는 수백억 원 단위"라며 “독보적인 센싱·기판·제어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로봇 센싱, 액추에이터·모터, 촉각 센서 등을 지속 발굴해 사업화를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