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부동산 대책, 공급보다 ‘임대료 지원’ 급선무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1.22 13:51
정치경제부 서예온 기자

▲정치경제부 서예온 기자

“곧 현실적인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대책의 현실성을 강조했다. 과거처럼 “주택 100만 호"를 몇 년 안에 공급하겠다는 식의 추상적 총량 계획이 아니라, 인허가·착공 기준으로 실제 공급 가능한 물량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다. 잇따른 정책 발표에도 서울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며 공급 확대 필요성이 커진 가운데, 실효성 있는 공급대책을 내놓겠다는 메시지 자체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공급을 인허가·착공 기준으로 말한다는 것은 뒤집어 보면 집이 당장 나오는 대책은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정부가 추가 공급 대책을 발표한다고 해도 입주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비교적 빠르게 공급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비아파트형 주택도 인허가와 공사 기간을 감안하면 올 이사철에 맞춰 쓸 수 있는 물량은 아니다. 도시형생활주택 등은 인허가가 상대적으로 빠른 카드로 거론되지만, 지금 발표하는 대책이 실제 입주로 이어지기까진 여전히 시간이 필요하다.



문제는 그 사이를 버텨야 하는 무주택자다. 전세 만기를 앞둔 필자도 최근 중개업소에서 “보여줄 집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 전세 매물은 확 줄었고, 그 빈자리를 월세가 채운다. 그런데 월세는 선택지라기보다 통로에 가깝다. 전세가 없으니 월세로 갈 수밖에 없고, 월세가 140만~150만원씩 나오면 버티기 어렵다. 임금근로자 평균 월급이 300만~400만원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소득의 3분의 1을 훌쩍 넘는다. 결국 주거를 위해 생계비를 줄여가며 버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서 수요 억제 정책의 역설이 나온다. 매매를 눌러 집값을 잡겠다는 규제가 강해질수록 거래가 줄면서 전세 물건이 시장에 새로 나오는 통로도 좁아진다. 토지거래허가제 같은 규제로 매수·매도가 묶이고,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가 막히면 전세를 끼고 집을 사던 수요가 끊기면서 전세 매물은 더 씨가 마른다. 전세가 줄면 전셋값이 오르고 월세화가 빨라지는데, 그 부담을 견디지 못한 무주택자들이 “차라리 사자"로 돌아서며 매매 수요를 떠받치는 역효과가 난다.


정부가 할 일은 거창할 필요가 없다. 전세가 없어 월세로 밀려난 가구부터 숨통을 틔워야 한다. 청년월세 한시지원, 월세 세액공제 같은 제도가 있지만 대상과 기간이 제한적이라 '지금 나가는 돈'을 줄여주는 한시적 월세 지원과 세액공제 확대가 더 필요하다. 전세로 버티고 싶은 실수요자에겐 보증금 마련 길을 열어줘야 한다. 청년·신혼부부 전세대출 보증요건을 미세 조정하고, 이사철에 전세대출이 끊기지 않게 하는 보완책이 현실적이다. '현실적'이라는 말은 몇 년 뒤 착공 숫자가 아니라 지금 무주택자가 버틸 수 있느냐로 증명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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