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저가 공세·글로벌 불황 직격탄… 포항 철강, 구조적 위기에 서다
멈춰 서는 설비, 줄어드는 가동률… '철의 도시'에 드리운 불안
수요 급감·탄소 압박 이중고… 성장 신화 끝자락에 선 포항
▲사진=포스코 전경
대한민국 산업화의 심장이자 수출 경제의 견인차였던 포항 철강산업이 중대한 기로에 섰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중국발 저가 공세,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전환 압력 속에서 '철의 도시' 포항은 더 이상 성장의 상징이 아닌 위기의 현장으로 불린다. 포항 철강산업이 맞닥뜨린 현실을 진단하고, 지역 경제와 고용, 나아가 국가 산업 전략에 던지는 질문을 3회에 걸쳐 짚는다.
글싣는순서
1:꺼져가는 용광로, 흔들리는 도시
2:일감은 줄고 사람은 떠난다… 지역경제에 번지는 침묵의 위기
3:탄소중립과 산업전환… 포항은 다시 설 수 있을까
◇포항 철강산업, 구조적 전환의 시험대에 서다
포항=에너지경제신문 손중모기자 “예전엔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멈춘 설비가 더 많습니다."
포항 남구 제철단지 인근에서 만난 한 협력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용광로의 불빛은 여전히 도시를 비추고 있지만, 체감되는 열기는 예전과 다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조강 생산 능력을 자랑해 온 포항 철강산업이 지금, 단기 불황을 넘어선 구조적 변화의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 글로벌 수요 둔화·가격 경쟁 심화… 복합 부담 커져
최근 포항 철강산업이 겪는 어려움은 단순한 경기 순환 차원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글로벌 금리 인상과 건설·제조업 둔화로 철강 수요가 전반적으로 위축된 가운데, 국제 시장에서는 가격 경쟁이 한층 심화되고 있다.
산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내수 부진 속에서 늘어난 철강 공급 물량이 수출로 이어지며, 국제 철강 가격에 하방 압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흐름은 국내 철강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포항에 생산기지를 둔 대형 철강사와 협력업체들 역시 수익성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은 원가 구조상 가격 경쟁에서 불리한 측면이 있다"며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대응해 왔지만, 전반적인 수요 감소로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생산 조정 장기화… 협력업체 경영 부담 가중
현장의 변화는 협력업체들에서 먼저 감지된다.
일부 설비 가동률이 조정되고 정기 보수 일정이 늘어나면서, 관련 업체들의 일감도 감소하는 추세다.
포항 지역에는 다수의 철강 관련 중소·중견기업이 밀집해 있다.
이들 기업은 특정 대기업과의 거래 비중이 높은 경우가 많아, 생산 조정이 이어질 경우 경영 안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포항철강산단의 한 업체 대표는 “최근 매출 감소를 체감하고 있다"며 “고정비 부담이 큰 상황에서 경영 여건이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고용 시장에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신규 채용이 줄어들고, 일부 업체에서는 인력 운용 방식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철강산업 비중이 큰 포항 지역 경제 전반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 탄소중립 대응, 산업 경쟁력의 또 다른 시험대
탄소중립은 철강산업에 중장기적으로 가장 큰 과제로 꼽힌다.
고로 중심의 기존 제철 공정은 탄소 배출량이 많은 구조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을 앞두고, 탄소 감축은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다만 전환 비용은 부담이다. 수소환원제철 등 차세대 공정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고, 대규모 투자가 요구된다.
대기업뿐 아니라 협력업체를 포함한 산업 생태계 전반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경제계의 한 인사는 “탄소중립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지만, 전환 과정에서 산업 기반이 약화되지 않도록 정책적·재정적 뒷받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철의 도시 포항, 변화의 갈림길에서
포항은 지난 수십 년간 철강산업과 함께 성장해 왔다.
도시의 산업 구조와 고용, 지역 상권까지 철강산업의 영향이 미치지 않은 곳을 찾기 어렵다. 그만큼 산업 환경 변화는 지역 전체의 과제로 이어진다.
지금 포항이 마주한 질문은 분명하다.
기존 주력 산업의 경쟁력을 어떻게 유지·고도화할 것인가, 그리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다. 철의 도시는 지금, 전환의 갈림길에 서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철강산업 위기와 관련해“글로벌 경기 둔화와 산업 구조 변화로 지역 철강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을 시도 인지하고 있다"며“대기업뿐 아니라 협력업체와 근로자들의 부담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철강산업은 포항 경제의 핵심 축인 만큼, 산업 경쟁력 유지와 고용 안정을 위한 지원 방안을 관계 기관과 함께 검토 중"이라며“탄소중립 등 산업 환경 변화에 대응해 기존 산업의 고도화와 신산업 육성을 병행하는 방향으로 중장기 대책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