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이관 중 탐구 영역 873건 점수 누락…주말 간 재산정 작업 진행
“잘못된 성적 유지, 더 큰 불공정…정당한 합격자들 구제 차원서 정정”
오는 5일까지 등록 절차 정상 진행…“수험생 불이익 없도록 조치 완료”
▲한국항공대학교 대학 본부. 사진=박규빈 기자
한국항공대학교(총장 허희영)가 지난달 30일 발생한 2026학년도 정시 모집 조기 발표 번복 사태와 관련, 주말 간의 전수 검수를 마치고 2일 오후 최종 합격자를 발표했다. 대학 측은 이번 사태의 원인이 시스템상의 기술적 오류임을 명확히 하고 입시의 대원칙인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불가피하게 합격자 명단을 정정했다고 밝혔다.
◇“탐구 과목 873건 점수 증발"…시스템 이관 중 오류 발생
3일 한국항공대에 따르면 이번 혼선은 지난 1월 30일 오후 2시 정시 최초 합격자 조기 발표 직후 발생했다. 발표 직후 점수 산정에 대한 이상 징후가 포착되자 대학 측은 즉시 모니터링에 착수했고, 교육부로부터 수능 성적 원자료를 학교 업무 시스템으로 이관하는 과정에서 탐구 과목 성적 873건이 누락된 사실을 확인했다.
대학 측은 즉각 발표를 취소하고 원인 규명에 나섰다. 특히 올해 입시에서 자연계열 학생들이 사회탐구를 선택하는 이른바 '사탐런' 현상 등으로 과목 선택이 다양해지면서 데이터 이관 과정에서 일부 과목의 '0점' 처리 등을 시스템이 '누락'으로 즉시 인지하지 못했던 기술적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항공대 관계자는 “외부 해킹이나 성적 조작 가능성은 전혀 없으며, 성적 산출 시스템 내 데이터 처리 과정의 순수한 기술적 오류였다"고 설명했다.
대학은 오류 인지 즉시 입학처 전 직원을 동원해 주말 내내 지원자 전원에 대한 점수 재산정과 전수 검수를 진행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급변하는 입시 환경과 대학의 위상 강화가 맞물린 '성장통'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우주항공청 개청과 K-방산 호재로 한국항공대 지원 관심도가 폭발적이었다"며 “지원자가 몰리고 소위 '사탐런' 등 성적 산출 셈법이 예년보다 훨씬 복잡해지면서 데이터 처리 과정에 과부하가 걸린 것으로 보여 대학이 쏟아지는 관심에 부응하려다 빚어진 일종의 해프닝"이라고 분석했다.
◇1257명 순위 변동…“더 큰 피해 막기 위한 고육지책"
입학공정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철저한 재산정 결과, 전체 지원자의 약 70%의 석차가 변동된 것으로 집계됐다.
오류 수정 결과 불합격(예비) 처리됐던 지원자들이 정당한 성적을 인정받아 '최초 합격'의 기쁨을 안게 된 반면, 최초 합격 통보를 받았던 이들은 예비 순위자로 변경됐다. 이외에도 1단계 합격 여부가 뒤바뀐 사례가 6건 발생했고 예비 순위 내부 변동 인원도 상당했다는 설명이다.
대학 측은 합격이 취소된 수험생들의 상실감을 우려하면서도 '원칙'을 강조했다.
한국항공대 입학처 관계자는 “합격이 번복된 수험생들에게는 매우 안타깝고 송구한 마음"이라면서도 “만약 오류를 덮고 잘못된 성적으로 합격 처리를 유지했다면 정당하게 합격해야 할 다른 35명의 수험생이 탈락하는 '더 큰 불공정'과 '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집 요강에 따른 정상 순위로 바로잡는 것이 대학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였다는 입장이다.
◇피해 최소화 총력…“등록 일정 차질 없다"
대학 측은 이번 사태로 혼란을 겪은 수험생들을 위한 사후 조치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당락이 뒤바뀐 36명의 수험생에게는 개별 연락을 통해 사과와 함께 구체적인 변동 사유를 설명했다. 특히 이들 중 다수는 예비 순위 최상위권에 배정돼 추가 합격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수험생들이 가장 우려하는 입학 등록 일정에는 전혀 차질이 없도록 조치했다. 한국항공대는 당초 모집 요강에 예고된 발표일인 2일 오후 2시에 맞춰 정상적으로 최종 결과를 발표했고, 합격자 등록 기간은 예정대로 오늘(3일)부터 5일까지 진행된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총장은 “수험생 편의 차원에서 조기 발표를 했으나 결과적으로 철저하지 못한 시스템 검증으로 수험생과 학부모님께 큰 심려를 끼쳐 드렸다"며 사과했다.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입학 전형 시스템 전반을 원점에서 재점검해 향후 유사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부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