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리포트] 온난화가 바꾸는 냉난방 지도…2도 상승시 38억명 폭염 노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2.05 10:18

폭염 증가로 냉방 필요 인구 대폭 늘어
북한, 기온 상승으로 난방 수요 줄어
남한, 난방 수요 줄고 냉방 수요 증가
저소득 국가는 실외 노동 비중 높고
도시 확장 탓 온난화 영향 직접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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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13일 프랑스 파리 에팔탑 앞 트로카데로 분수 앞에서 폭염에 지친 시민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지구 온난화가 전 세계의 냉난방 에너지 수요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고, 그에 따라 지역 간·국가 간 에너지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인위적 기후 변화는 전 세계적으로 인간이 체감하는 열 스트레스를 빠르게 증폭시키고 있는데, 그 피해는 냉방·보건 인프라가 취약한 저소득 국가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는 경고도 나온다.



◇영국 팀 냉난방 필요한 날짜 산출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ZERO 연구소 등 연구팀은 기후 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전 세계 냉난방 수요 변화를 분석, 그 결과를 최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지속가능성(Nature Sustainability)' 저널에 발표했다.


이 연구는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이 1.0℃, 1.5℃, 2.0℃ 상승했을 때 난방도일(暖房度日, heating degree days)과 냉방도일(冷房度日, cooling degree days, CDD)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를 전 세계 고해상도 격자 자료를 활용해 정밀 분석했다.



냉방도일은 하루 평균기온이 기준 온도보다 높을 때, 그 초과분을 누적해 냉방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값이 클수록 에어컨 등 냉방 에너지 수요가 많다는 뜻이다. 난방도일은 하루 평균기온이 기준 온도보다 낮을 때, 그 기준온도와의 차이를 누적해 난방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값이 클수록 난방 에너지 수요가 크다는 뜻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산업화 이후 지구 평균 기온이 1.0℃ 상승한 2010년을 기준으로 전 세계 인구의 23%(약 15억4000만 명)가 연간 냉방도일이 3000을 넘기는 '극심한 폭염 조건'에 노출돼 있다. 여기서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이 2.0℃에 이를 경우 노출 인구가 41%(약 37억9000만 명)로 급증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불과 수십 년 만에 폭염 위험에 노출되는 인구가 두 배로 늘어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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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로 산업화 이후 지구 평균기온이 1.0°C가 상승한 상황(2006-2016년)와 2.0°C 상승한 미래 수준 사이의 냉방도일(CDD) 지구적 변화. ΔCDD는 격자별 연평균 CDD의 증가/감소 변화를 나타낸다. (자료=Nature Sustainability, 2026)


◇냉방 수요 증가는 열대 개도국에 집중


냉방 수요 증가의 중심은 저위도 지역, 특히 개발도상국에 집중된다. 기온 상승에 따른 절대적인 냉방도일 증가 폭이 가장 큰 국가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나이지리아·남수단·라오스·브라질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 국가는 산업화 이후 기온 상승폭이 1.0℃에서 2.0℃로 진행되는 동안 냉방도일이 약 524~560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인구 규모가 큰 인도·인도네시아·방글라데시·파키스탄·필리핀 등도 폭염 노출 인구와 냉방 에너지 수요가 동시에 급증하는 국가로 분류됐다. 연구팀은 냉방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국가일수록 기온 상승이 곧바로 건강 피해와 생산성 저하, 전력 공급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반면 고위도 지역에서는 기온 상승으로 난방 수요가 뚜렷하게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캐나다·러시아·핀란드·스웨덴·노르웨이는 난방 수요 감소 폭이 가장 큰 상위 5개국으로 꼽혔다. 이들 국가는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난방도일이 554~850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겨울철 에너지 부담이 구조적으로 완화될 수 있음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기존 난방 중심 에너지 시스템과 산업 구조의 전환 필요성을 시사한다.


한반도 역시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서 예외가 아니다. 이번 연구에서 북한은 기온 상승에 따른 난방 수요 감소가 큰 국가 상위 20개국 가운데 14위로 나타났다. 북한은 지구 평균기온이 2.0℃ 상승할 경우 난방도일이 약 423 감소할 것으로 분석돼, 한반도 북부 지역이 온난화의 직접적인 영향을 크게 받는 지역임을 보여준다. 연구의 주요 순위표에 남한이 직접적으로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동아시아 전체를 대상으로 한 분석 결과를 보면, 한반도 전반이 난방 수요 감소와 냉방 수요 증가라는 이중적 변화를 동시에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분명히 드러난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단순한 에너지 수요 변화에 그치지 않고, 건축물 설계 기준, 전력망 투자, 사회적 취약계층 보호 정책까지 전방위적인 대응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과거 난방 중심으로 설계된 지역이나 냉방 설비 보급률이 낮은 국가들은 비교적 작은 기온 상승에도 냉방 부하가 급격히 증가할 수 있어, 지속 가능한 냉방 기술과 에너지 효율 개선 전략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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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 상승 폭과 냉방도일(CDD) 수준별 인구 분포 변화. 가로축은 CDD에 따른 인구 분포로 총 인구는 100 CDD 간격으로 집계됐다. 세로축은 인구수로 1억명 단위로 표시돼 있다. (자료=Nature Sustainability, 2026)


◇육지면적의 67%에서 열 스트레스 발생일수 증가


중국 베이징대학교와 호주 퀸즐랜드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인위적 기후 변화가 전 세계 열 스트레스와 경제적 불평등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단순 기온이 아니라 습도·복사열·풍속까지 종합해 인간이 체감하는 열 환경을 나타내는 유니버설 열 기후 지수(UTCI)를 활용해 1981년부터 2020년까지 40년간의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전 세계 육지 면적의 52%에서 평균 열 스트레스 강도가 유의미하게 증가했고, 67%의 지역에서 극심한 열 스트레스 발생 일수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2001~2020년의 증가 속도는 이전 20년보다 약 3배 빠르게 가속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분석 결과, 인간 활동에 따른 온난화가 자연 요인보다 열 스트레스 증가에 약 두 배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인위적 온난화 신호는 북위 30도에서 남위 30도 사이의 저위도 지역에서 특히 강하게 나타났는데, 브라질과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중앙아프리카 일대가 대표적인 고위험 지역으로 지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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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2020년 동안 전 세계 평균 열 스트레스 강도(A) 및 전 세계 극한 열 스트레스 발생 일수(B)의 연간 추세. (자료=Nature Communications,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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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호주 멜버른의 세인트 킬다 부두에서 폭염을 피해 바다에 뛰어들었던 젊은이들이 물밖으로 나오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열 스트레스 증가폭 지역에 따라 큰 격차


문제는 열 스트레스의 증폭이 전 세계에 균등하게 나타나지 않고, 경제 수준에 따라 뚜렷한 격차를 보인다는 점이다. 저소득 국가의 열 스트레스 증가 속도는 고소득 국가보다 2~3배 더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소득 국가가 냉방 설비와 보건 인프라를 통해 폭염의 충격을 일정 부분 흡수할 수 있는 반면, 저소득 국가는 실외 노동 비중이 높고 기후 회복력을 고려하지 않은 도시 확장이 진행되면서 인위적 온난화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기 때문이다.


지역별로는 호주 북부와 동부, 중앙아프리카, 남아프리카 동부, 남미 북동부에서 평균 열 스트레스 강도와 극심한 폭염 일수가 동시에 급증했다. 특히 호주 북부는 최근 20년 동안 극심한 열 스트레스 일수가 연간 2일 이상 증가해,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열 스트레스의 비대칭적 증폭이 이미 전 세계 노동 인구의 70% 이상을 심각한 열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으며, 노동 생산성 저하와 사망률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냉방 접근성이 낮은 국가일수록 폭염은 단순한 기후 문제가 아니라 생존과 경제 안정성을 위협하는 구조적 위험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인위적 기후 변화가 만들어낸 이 같은 열 스트레스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저소득 국가를 대상으로 한 국제 금융 지원과 냉방 인프라 확충, 실외 노동자 보호 정책, 지역 맞춤형 기후 적응 전략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냉방 에너지 수요의 급증과 맞물려, 기후 위기가 에너지 문제이자 동시에 글로벌 불평등의 문제임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결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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