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압승’으로 국회 장악한 日 다카이치…‘시장 경고’에 앞길 가로막힐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2.09 14:55

日 증시 사상 첫 5만7000선 돌파
국채금리 급등·엔화 약세…“진짜 시험대는 시장”

APTOPIX Japan Election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사진=AP/연합)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8일 치러진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역대 최다 의석수를 확보했다.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다카이치 총리가 추진해온 강경 보수 성향의 안보 정책과 확장적 재정 기조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아베노믹스를 뛰어넘는 수준의 재정 확대 가능성이 거론되는 만큼, 일본 경제 정책의 방향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9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집권 자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전체 465석 중 개헌안 발의선이자 전체 3분의 2인 310석을 상회하는 316석을 차지했다. 기존 의석수 198석과 비교하면 128석이나 늘었다. 이는 1986년 나카소네 야스히로 정권 당시 기록한 종전 최다 의석(304석)을 넘어서는 결과다.


아베 신조 전 총리 역시 2012년 재집권 이후 총선에서 연이어 대승을 거뒀지만, 당시에도 자민당 단독으로 300석을 넘기지는 못했다. 일본에서 단일 정당이 중의원에서 3분의 2 이상 의석을 확보한 것은 태평양전쟁 종전 이후 처음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번 압승을 발판으로 적극 재정과 안보 강화를 통해 '강한 일본'을 만들겠다는 정책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일본의 군사력 강화와 대중·대북 강경 노선, 미국과의 동맹 강화, 기업 임금 인상 압박, 전략 산업 투자 확대, 완화적 통화정책 유지, 식품 소비세 감세 등이 핵심 정책으로 거론된다. 나아가 전쟁과 무력행사의 영구 포기, 전력 보유 및 교전권 부인을 규정한 헌법 9조 개정을 추진해 일본을 사실상의 '전쟁 가능 국가'로 전환하려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카이치 총리는 8일 총선 직후 NHK에 출연해 “제가 꼭 심판받고 싶었던 것은 경제 재정 정책을 크게 전환하는 책임 있는 적극재정"이라고 강조했다.



정책 전환 기대감은 주식시장에 즉각 반영됐다. 일본 증시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이날 장중 5만7000선을 돌파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자민당은 대담하고 전략적인 '위기관리 투자'와 '성장 투자'를 병행해 고용과 소득을 늘리고, 이를 통해 '강한 경제'를 실현하겠다는 구상이다.


반면 채권·외환시장은 경계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다카이치 총리의 가장 큰 걸림돌은 국회가 아니라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일본의 국가부채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230%로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며, 연간 예산의 약 4분의 1이 채무 상환에 쓰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식품 소비세 감세가 현실화될 경우 재정 악화 우려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자민당은 총선 공약으로 식품을 2년간 소비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8%인 식품 소비세를 걷지 않으면 한 해에 약 5조엔(약 46조6000억원)의 재원이 사라진다. 소비세는 사회보장 재원으로 활용되고 있어서 이를 대체할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적자 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다.


재정 우려는 이미 국채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 일본 국채 금리는 지난달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다소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날 다시 급등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일본 10년물 국채금리는 전장 대비 2.43% 급등한 연 2.278%를 나타냈다. 블룸버그는 지난달 일본 국채금리 급등이 글로벌 국채 시장 전반에 충격파를 확산시켰다고 전했다.



외환시장에서도 파장이 예상된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31일 유세에서 “엔저가 반드시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다"며 “수출 산업에는 큰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해 일정 수준의 엔화 약세를 용인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엔저가 장기화할 경우 한국 원화 역시 동조 약세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개장 직후 달러당 157.76엔까지 상승(엔화 약세)한 뒤 하락 전환했다. 일본 당국의 시장 개입 가능성이 거론되며 상승 폭이 제한됐지만, 구조적인 엔저 압력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다.


웰스파고의 치두 나라야난 수석 아시아태평양 전략가는 “단기적으로 엔/달러 환율이 추가로 상승할 위험이 있다"며 “달러당 162엔 수준에서 시장개입이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일본은행 출신인 라쿠텐증권의 아타고 노부야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남은 과제"라며 “엔화 약세와 국채금리 상승을 통해 시장이 보내는 경고에 다카이치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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