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3사 글로벌사업, 美 ESS 공략에 달렸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2.10 08:25

전기차 수요 둔화에 ESS로 돌파구 찾는 배터리 3사
전세계 ESS 시장, 상위 7개 모두 中 기업…독주 체제
中 배척하는 美, 국내 기업 기회의 땅…생산·수주 경쟁

LG에너지솔루션 전력망용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컨테이너 제품.

▲LG에너지솔루션 전력망용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컨테이너 제품.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여파로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앞세워 돌파구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이들 기업은 성장성이 큰 미국 ESS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 공략을 강화하며 실적 반등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배터리 3사는 미국 내 ESS 배터리 생산 능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현지 프로젝트 수주 경쟁에 적극 나서며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배터리 기업들이 ESS로 방향을 돌린 배경으로는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국가들이 친환경 전환에 제동을 걸면서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 둔화가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ESS는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공급하는 시스템으로 예기치 못한 전력 수급 불안을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 이에 따라 ESS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는 물론 재생에너지 확대, 전력망 안정화 등 미래 산업 전반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ESS 배터리 시장은 중국 기업들이 압도적인 점유율로 주도권을 쥐고 있어 국내 기업들의 시장 확대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ESS 배터리 시장에서 점유율 상위 7개 기업들이 모두 중국 기업으로 집계됐다.


업체별로 보면 중국 CATL이 연간 167기가와트시(GWh)를 출하하며 전체 출하량의 30%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중국 하이티움으로 총 69GWh를 출하했다. 중국 EVE, 비야디(BYD), REPT, CALB, 고션이 순서대로 3위부터 7위에 올랐다. 상위 7개 업체의 합산 점유율은 83.3%다.


다만, 미국 시장은 중국산에 대한 견제가 강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산 배척' 기조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은 AI 데이터센터가 밀집해 있어 ESS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상황으로,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한 국내 기업들에게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ESS 시장을 핵심 성장 축으로 삼고 생산 확대와 수주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올해 ESS 사업에서 지난해 대비 매출을 3배 이상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신규 수주 역시 지난해 사상 최대치였던 90GWh를 웃도는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현재 누적 수주 규모는 140GWh에 달한다.


생산능력도 공격적으로 확대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ESS 생산능력을 총 60GWh까지 늘릴 방침이며, 이 가운데 50GWh를 북미에 집중 배치해 현지 공급 기반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생산 거점 구축도 본격화되고 있다. 미시간 홀랜드 공장은 올해 6월부터 생산을 시작하며, 북미 최초의 ESS 대규모 양산 공장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이어 미시간 랜싱 공장 또한 올해 중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며, 오하이오 혼다 합작공장 역시 일부 전기차 배터리 생산 라인을 활용해 ESS 제품을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캐나다 온타리오에 위치한 넥스트스타 에너지 공장도 올해 11월 가동을 시작하며, 내년 2월 LG에너지솔루션 자회사로 편입될 예정이다.


수주 성과도 이어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한화큐셀 미국법인과 두차례에 걸쳐 총 9.8GWh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미국 재생에너지 기업 테라젠과도 최대 8GWh 규모의 계약을 확보했다. 또 엑셀시오 에너지 캐피탈과는 7.5GWh 규모의 공급 계약을 맺었다.


주택용 ESS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델타 일렉트로닉스와는 4GWh, EG4 일렉트로닉스와는 13.3GWh 규모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ESS 사업 전반을 총괄하는 '북미 운영 안정화 조직'을 신설해 개발부터 생산 안정화, 고객 딜리버리까지 앤드-투-앤드(End-to-End) 운영 체계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양산성·수율·공급망관리(SCM) 전반의 안정화를 중심으로 운영 역량 고도화를 추진하며 북미 ESS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삼성SDI 역시 ESS 시장 확대에 맞춰 제품 포트폴리오와 사업 기반을 넓히고 있다. 회사는 올해 미국 내 ESS용 배터리 생산능력을 연산 30GWh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현재 삼성SDI는 각형 폼팩터 기반 ESS 설루션을 중심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SBB 1.7, 리튬인산철(LFP) SBB 2.0 등 비중국계 각형 ESS 제품군을 확대했으며 배터리 백업 장치(BBU) 분야에서는 셀 기준 글로벌 점유율 50%를 확보했다.


지난해에는 미국 최대 전력 기업인 넥스트에라에너지와 4000억원대 ESS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같은해 12월에는 미국 에너지 관련 인프라 개발·운영 업체에 2조원대의 ESS용 LFP 배터리를 공급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올해 초 미국에서 2조원대 규모의 ESS용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으며 글로벌 수주 성과를 확대하고 있다. 경영상 비밀 유지로 계약 상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테슬라와 계약일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올해 삼성SDI는 미국 현지 ESS 생산을 추진 중이며 ESS 매출을 전년 대비 약 50% 성장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기존 라인을 활용한 효율적 투자 기조를 유지하며 ESS 캐파 풀 가동과 중장기 수주 확대를 병행할 방침이다.


SK온도 ESS 사업을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의 핵심 축으로 설정하고 중장기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올해 ESS 수주 목표는 20GWh 이상이며 북미를 중심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해 SK온은 9월 미국 플랫아이언과 1GWh 규모의 ESS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북미 시장에 진출했다. 2030년까지 최대 6.2GWh 추가 협상권도 확보해 물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SK온은 지난해 말 포드와의 블루오벌SK(BOSK) 합작 체제를 종료하고 테네시 공장을 독자 운영해 오는 2028년부터 ESS 생산 거점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국내 배터리 3사는 전기차 시장 둔화 속에서 ESS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으며, 향후 실적 반등 여부는 미국 ESS 시장 공략 성과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와 ESS 수요의 부상이라는 구조적 변화가 현실화되는 시기"라며 “특히 미국 ESS 사업은 기업들의 성장을 가속화하고 실적 회복의 핵심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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