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투자 늦다” 격노에 아카자와 美 급파
‘관세 키맨’ 러트닉과 1호 프로젝트 막판 조율
국회 대미투자 특위 시작부터 파행…사법개혁안 강행 놓고 충돌
與 “국민의힘, 국익 포기하는 선택”
▲(사진=A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무역 합의를 체결한 일본이 약속했던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對美) 투자 이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12일 블룸버그통신은 일본 정부가 조성한 5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 계획 가운데 첫 집행 대상 프로젝트 선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보도했다.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소프트뱅크가 주도하는 데이터센터 인프라 사업 △멕시코만 심해 원유 터미널 △반도체용 인공 다이아몬드 생산 사업 등 3개 프로젝트가 최종 후보로 검토되고 있다.
14일까지 미국에 급파된 일본의 관세 협상 총책임자인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산업상은 이날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키맨'으로 불리는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회동해 최종 합의 도출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러트닉 장관과 아카자와 경제산업상이 대미 투자 사업 협의를 마치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다만 이번 주 안에 결론이 날지는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해 7월 트럼프 행정부와 무역 협상을 타결하면서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미·일 무역협정에 따르면 대미투자 프로젝트가 최종 선정된 이후 일본은 45영업일 이내에 자금 집행을 개시해야 한다. 만약 일본이 특정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철회할 경우 미국은 일부 수익을 환수하거나 관세를 재인상할 수 있다.
블룸버그의 이날 보도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정부의 대미 투자 이행이 지연되고 있는 데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나왔다
전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다카이치 총리를 향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일본의 대미 투자 지연 탓에 불만도 품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카이치 총리를 향한 지지 의사를 표명하기 전 미국이 일본 측에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 대한 문제로 격노하고 있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당초 러트닉 장관은 작년 말까지 일본의 첫번째 대미투자 프로젝트를 확정하겠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했으나 투자 규모가 방대한 탓에 합의 시점이 이달 말까지 두 차례 지연됐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이 의도적으로 협상을 지연시키고 있다"며 불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일본 정부는 아카자와 경제산업상을 미국에 급파해 사태 진화에 나섰다.
▲12일 국회에서 열린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위한 특별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위원장인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이 특위를 비공개로 전환할 것임을 알리며 취재진 퇴장을 요청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뿐 아니라 한국의 대미 투자 이행 지연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는 한국 국회가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이행을 위한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늦추고 있다며, 한국에 부과된 관세를 15%에서 25%로 다시 인상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이에 국회는 대미 관세 협상의 후속 조치를 다루는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최근 구성했다. 미 백악관은 이에 대해 “긍정적인 진전"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특위는 첫 회의가 열린 이날부터 파행을 겪었다. 전날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여당이 이른바 '사법개혁법'을 일방 처리한 것을 야당이 문제 삼으며 설전이 벌어지면서다.
특위 원장인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활동기한인 3월 9일 전 합의 도출에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여야 대립이 격화하는 만큼 원만하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특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파행의 책임을 국민의힘에 돌렸다. 민주당 위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대미투자 특위는 여야가 국익을 위해 어렵게 합의해 출범했음에도 첫 회의부터 국민의힘이 일방적으로 파행시켰다"며 “국민의힘은 여야 간 합의 정신을 스스로 훼손하며 국가적으로 중대한 현안 앞에서 국익을 포기하는 선택을 했다"고 꼬집었다.
정태호 의원은 “특위 활동 기간이 한 달로 잡혀있는 건 그만큼 이 사안을 신속히 다뤄야 한다는 필요성이 있었던 것"이라며 “첫날부터 회의가 흐트러져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설 이후 전체회의가 예정돼 있고 법안소위도 구성해야 하는데, (이런 내용이) 설 연휴 중에 방향이 잡혀야 한다"며 “국민의힘을 설득하기 위해 간사 협의를 계속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