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 적자’ 정유 4사도 구조재편 급물살 타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2.17 16:46

SK이노베이션·GS칼텍스·HD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 작년 석화 영업손실
정제마진 개선 정유사업 흑자와 대조…석화기업과 설비 효율화 적극 추진
벤젠·나프타 등 가격하락 불구 글로벌 설비 신·증설 추세 수익구조 악화
정유-석화 간 합작법인 설립, 정유설비 통합 수직계열화 사업재편 논의중

정유4사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CLX), HD현대오일뱅크 충남 대산공장, GS칼텍스 전남 여수공장, 에쓰오일 울산공장의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 HD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에쓰오일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4사가 정유사업 호조에도 석유화학 부진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유부터 석화 소재 생산을 통합적으로 하는 수직계열화 효과를 노렸지만 글로벌 석화 시황 부진의 영향을 정유4사도 못 피하게 된 것이다. 국내 석화산업 재편 과정에서 석화사와 정유사가 짝을 이뤄 설비를 효율화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 석화부문의 수익성 회복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17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4사의 석유화학 사업은 지난해 영업손실을 보이며 적자로 돌아섰다.



회사별 영업손실은 △SK이노베이션 2365억원 △GS칼텍스 1462억원 △HD현대오일뱅크 3723억원 △에쓰오일 1368억원이다. 정제마진 개선으로 영업이익을 냈던 정유사업과 반대 흐름을 보인 것이다.


원래 정유와 석화 사업을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전략은 생산 효율성 향상 효과가 있다. 원래부터 화학 사업 비중이 상당했던 SK이노베이션 뿐만 아니라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도 석화 사업에 뛰어든 이유다.



정유사가 원유를 정제해 석화 소재의 기초 원료인 나프타를 생산하고, 이 나프타를 분별 증류 공정으로 에틸렌과 벤젠·톨루엔·자일렌(BTX) 같은 기초 유분을 생산한다. 이 기초 유분으로는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같은 폴리머와 파라자일렌(PX), 벤젠 등 아로마틱 제품을 생산한다.


하지만 올해 시황이 녹록지 않다. 특히 벤젠은 지난해 4분기 기준 스프레드가 톤당 100달러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PE, PP는 나프타 가격이 하락하는 가운데 신·증설 계획이 잇따르면서 스프레드가 상승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비교적 수익성이 높은 PX는 올해 들어 스프레드가 톤당 300달러 이상으로 상승하며 긍정적 요인으로 떠올랐다.


세계 시장에서 증설이 잇따른 점도 부담이다. S&P 글로벌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에틸렌과 PE 생산설비는 각각 2억4200만톤과 1억5700만톤으로 지난해보다 3.4%, 3.6%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내년에는 2억5300만톤과 1억6700만톤으로 올해보다 4.3%, 6.7% 확대되며 증가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S&P글로벌은 지난달 30일 낸 산업 전망 리포트를 통해 “증설은 2027년 정점을 찍고 2029년 말경 에틸렌 수요 성장이 증설보다 더 빨라지고 공급 과잉이 점진적으로 해소되면서 가동률이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그러나 기대보다 느린 수요 증가 속도가 설비 폐쇄 지연과 신규 설비 가동 시작에 더해지면서 저점이 2027년 이후로 넘어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석유화학산업 구조개편 국면과 겹치면서 고심이 깊다. 이미 정유4사는 석화기업들과 울산과 전남 여수, 충남 대산 석유화학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사업 재편안을 논의 중이다.


양측이 합작법인(JV)을 세우거나 기존 JV를 이용해 석화사들의 기초유분과 다운스트림 소재 생산 설비를 정유사들의 원유 정제 설비와 통합해 수직 계열화하는 것이 논의의 뼈대다.


대산에서는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양사의 합작사인 HD현대케미칼을 중심으로 논의 중이다. 울산에서는 SK지오센트릭과 대한유화가 에쓰오일과 재편안 논의 중이다. 여수에서는 GS칼텍스가 LG화학과 구체적인 재편안을 마련하고 있다.


정유사들도 석화 부문의 부진을 털어내야 하는 상황이다. 정유산업은 국제 원유시장의 변동에 따라 호황과 부진을 반복하는 사이클을 탄다. 전체적으로 영업이익을 내려면 영업손실을 내는 사이클 저점도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2일 발간한 전망 보고서를 통해 “설비 수직통합에 따른 정유사의 석유화학부문 비중 확대는 장기적으로 사업 다각화를 통한 에너지 전환 대응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면서도 “올레핀 제품 수급 및 실적 개선의 불확실성, 구조개편 과정에서의 자금 지출 가능성 등은 사업 및 재무적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정승현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