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 737 랜딩 기어, 기체 무게 2.2배 견뎌…“정비 미흡 가능성 무게”
진에어 부품비 5배·교육비 4배↑…LCC 업계 안전 투자 양극화 심화
▲대만 타오위안 공항 활주로에 착륙 중 티웨이항공 여객기에서 빠진 바퀴가 굴러가는 모습(좌측)과 현장 관계자들이 살펴보는 모습(우측). 사진=중시신문망 캡처
최근 대만 공항 활주로에 내려앉던 티웨이항공 여객기에서 바퀴가 통째로 빠져나가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어 최근 에어서울 승객들은 정비 문제로 1개월 이상 남은 시점에서 예정된 항공편 시간이 변경됐다는 내용의 황당한 통보를 받았다. 서로 다른 두 사건은 하나의 공통된 원인을 가리키고 있다. 바로 대한민국 저비용 항공사(LCC)들이 겪고 있는 심각한 '안전 불감증'과 '재무 부실의 악순환'이다.
경쟁사들이 안전 인프라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며 '내실 다지기'에 나선 것과 대조적으로, 두 항공사는 승객의 안전을 담보로 위태로운 비행을 이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티웨이항공 “지상에서 이동 중 빠졌다"…“정비 불량 가능성 더 커져"
지난 9일 대만 타오위안 공항에서는 티웨이항공 TW667편(보잉 737-800)이 착륙하는 순간 기체 균형이 무너지며 오른쪽 메인 랜딩 기어의 타이어가 이탈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약 1시간 동안 활주로가 폐쇄되고 항공편이 줄줄이 지연되는 등 공항은 아수라장이 됐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 정확한 사고 원인은 조사 중이라 단정하기 어렵다"면서도 “착륙이 완료되고 속도가 완전히 줄어든 상태에서 주기장으로 이동하던 중 바퀴가 이탈했으며, 당시 기내에서 느껴지는 충격은 없었다"고 답변했다.
사고 시점이 착륙의 충격을 받는 순간이 아니라 감속 후 지상 이동(Taxiing) 중이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사고 직후 일각에서는 기상 악화에 따른 '하드 랜딩(Hard Landing·거친 착륙)'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본지가 보잉 737 정비 매뉴얼(Aircraft Maintenance Manual Boeing 737 Documentation)에 따르면 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상용기마다 다르지만 항공기 랜딩 기어는 착륙 시 발생하는 중력 가속도 2.6G 내외의 충격을 견디도록 인증받는다. 737-800 제조사 보잉의 매뉴얼상 정밀 점검이 필요한 하드 랜딩의 일반적인 임계점은 2.2G를 초과할 때다. 일반적인 착륙 시 충격이 1.2G~1.4G 수준임을 감안하면 랜딩 기어는 일상적인 착륙 충격의 2배 이상을 버틸 수 있는 구조적 내구성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랜딩 기어는 항공기에서 가장 튼튼하게 설계된 부품 중 하나인데 수 없이 이착륙을 해본 경험상 바퀴가 통째로 빠지는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설령 조종사가 거칠게 착륙했다 하더라도 충격 탓에 바퀴가 이탈했다면 이는 볼트 체결 불량이나 차축 피로 파괴 등 명백한 정비 결함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이번 사고는 조종사의 조작 미숙(Human Factor)보다는 정비 부실에 기인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티웨이항공의 2025년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955억 원에 달한다. 유럽 등 장거리 노선에 무리하게 취항하며 외형은 키웠지만 고유가·고환율의 파고를 넘지 못해 수익성이 곤두박질친 것이다.
티웨이항공의 2024년 정비비 지출 내역을 뜯어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고장 난 뒤에 고치는 '사후정비비' 비중이 약 12.8%에 달해 경쟁사인 제주항공(약 4.3%)보다 3배나 높았다. 예방 정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에어서울 “정비 일정이 유동적인 탓"…알고 보니 부품 예산은 '반토막'
▲에어서울이 자사 탑승객들에게 발송한 문자 메시지 내용. 사진=독자 제공
“항공기 정비 관계로 3월 출발편 스케줄이 변경됐습니다."
최근 에어서울 승객들이 받은 문자 메시지다. 출발이 한 달도 더 넘게 남은 시점에서 정비를 이유로 스케줄이 변경되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정비 기강이나 역량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대해 에어서울 측은 기체 결함이나 정비 소홀이 아닌, 오히려 철저한 안전 확보를 위한 규정 준수와 고객 불편 최소화를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해명했다.
에어서울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항공기 중정비(C-Check)를 모회사인 아시아나항공에 위탁하고 있는데, 정비 시한이 도래하면 세부 정비 작업량이 산정돼 전달되는 구조라 일정이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일정을 장담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중정비로 인해 불가피하게 스케줄을 조정해야 할 경우 고객이 대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최소 1개월 이상의 충분한 여유를 두고 사전에 안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5년 항공안전투자공시 상의 '발동기·부품 등의 구매 및 임차' 예산(36억 7000만 원)이 전년 대비 46%가량 급감해 '부품값을 깎은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도 명확히 선을 그었다.
사측은 “해당 항목의 감소는 지난해 장기 임차 엔진 3대를 반납하며 발생한 32억6000만 원 상당의 일회성 비용이 빠진 기저 효과일 뿐 부품 예산을 삭감한 것이 결코 아니다"라며 “실제 부품은 아시아나항공을 통해 안정적으로 제공받고 있으며, 전체 정비·수리·개조 예산은 국토교통부 관리 하에 안전 투자 확대 기조에 따라 매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고 반박했다.
고의적인 비용 절감이나 정비 태만과는 거리가 멀다는 항변이다. 하지만 에어서울이 정비 규정을 철저히 준수하고 안전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는 사측의 해명을 십분 수용하더라도 씁쓸한 뒷맛이 남는다. 기강 해이나 예산 삭감의 문제가 아닐지라도 정비를 이유로 한 달이나 남은 비행 스케줄이 뒤집히는 현상 자체가 LCC 특유의 빠듯한 기단 운용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현재 에어서울이 주력으로 운용 중인 A321-200 기종은 기령이 높아질수록 정밀한 부품 교체와 꼼꼼한 관리가 필수적이다. 자체 중정비 인프라 없이 모회사 위탁을 통해 철저하게 정비를 진행하더라도 빡빡한 운항 스케줄 속에서 유동적인 정비 소요를 자체적으로 흡수할 여유 기재가 넉넉하지 않으면 결국 비행기를 세워두고 승객과의 약속을 깰 수밖에 없다.
때문에 '고객을 위한 선제적 안내'라는 에어서울 측 입장의 이면에는 위탁 정비 일정에 맞춰 기단을 굴리면서도 이를 탄력적으로 대체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LCC의 뼈아픈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고의적인 정비 태만 탓이 아니어도 모회사 의존적인 정비 인프라와 여유 기재 부족 탓에 수개월 전 표를 끊은 승객 일정마저 꼬이게 만드는 상황 자체가 LCC 정비·운항 시스템이 극복해야 할 근본적인 적신호다.
에어서울 관계자는 “당사는 안전 운항을 위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며 “불가피한 스케줄 변경 시 타사 운항편으로의 대체 안내 또는 전액 환불 등의 조치로 소비자 불편을 최소화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진에어는 5배, 제주항공은 예방 정비…안전 투자의 '극과 극'
▲진에어·제주항공 737-8. 사진=각 사 제공
티웨이항공과 에어서울의 위태로운 행보는 경쟁사들과 비교할 때 더욱 두드러진다. 진에어는 2025년 부품 구매 예산을 전년 33억 원 대비 5배 이상 늘린 206억 원으로 책정했다. 정비 교육·훈련비 역시 전년 대비 274% 증액한 275억 원을 투입한다. 낡은 비행기는 과감히 반납하고 신형기를 도입하는 과정에서도 안전 투자를 아끼지 않는 '정공법'을 택한 것이다.
제주항공 역시 2024년 기준 사전 정비비로 1922억 원을 집행하며 예방 정비 비중을 압도적으로 높게 유지하고 있다. 에어부산 또한 올해 정비 예산을 전년 실적 대비 증액하며 안전망을 강화하고 있다. LCC 업계가 '안전 투자'를 기준으로 확연히 양분되고 있는 셈이다.
승객들은 최저가 항공권을 찾지만 그 가격표 뒤에 '안전'이 빠져 있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티웨이항공의 빠진 바퀴와 에어서울의 꼬인 스케줄은 기본을 무시한 성장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경고한다. 지금이라도 무너진 '정비 기강'을 바로세우지 않는다면 다음 뉴스는 지연이나 회항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어 업계의 자성이 요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