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대 증권사 순이익 9조원 달성
한국투자증권 업계 최초 ‘2조원’ 돌파
거래대금 증가가 이익 레버리지로 직결
위탁매매 넘어 IPO·회사채 등 동반 확장
지난해 증시 호황에 힘입어 국내 증권사는 줄줄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단순한 단기 반등이 아닌 거래대금이 크게 늘어나면서 증권업 자체의 이익 체력이 올라선 것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올해 증권업이 기업금융·자산관리까지 확장하는 복합 성장 국면으로 보고 있다.
10대 증권사 순이익 9조 첫 돌파
1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10대 증권사 합산 순이익은 9조112억원으로 전년(6조2986억원) 대비 43.1% 증가했다. 10대 증권사 순이익이 9조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5대 증권사 순이익 추이
한국금융지주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은 업계 최초로 연간 순이익 2조원을 돌파했다. 한국투자증권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조135억원으로 5대 시중은행 가운데 하나인 NH농협은행(1조8140억원)을 넘어섰다. 생명·손해보험사 각 1위인 삼성생명(2조3028억원), 삼성화재(2조203억원)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다.
미래에셋증권은 4년 만에 순이익 1조원을 다시 넘기며 1조5936억원을 기록했다. 키움증권(1조1150억원), NH투자증권(1조315억원), 삼성증권(1조84억원)도 창사 이래 처음으로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거래대금 급증, 고정비 구조가 만든 이익 레버리지
지난해 실적 랠리의 직접적인 배경은 거래대금 증가다. 증권사는 고객의 매수·매도 주문을 중개하고 체결 금액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받는다. 거래대금이 커질수록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도 늘어나는 구조다.
위탁매매 사업은 전산 시스템과 인력 등 고정비 비중이 높아 거래가 늘어날수록 추가 비용 증가 없이 이익이 빠르게 확대되는 구조를 갖는다. 거래대금 증가는 수수료 수익뿐 아니라 신용공여 이자수익 확대까지 동반한다는 점에서 이익 레버리지 효과가 크다.
▲국내 증시 월별 일평균 거래대금 추이 [자료=한국거래소]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일평균 거래대금은 상반기 17조8083억원에서 하반기 22조2174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1월에는 코스피 5000선 돌파와 함께 일평균 거래대금이 41조9701억원까지 치솟았다.
증권가에서는 눈높이를 올리고 있다. 하나증권은 올해 연간 국내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을 37조3000억원으로 추정했지만, 이를 50조원으로 가정할 경우 커버리지 증권사의 순이익은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 증가만으로도 별도 기준 10% 성장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KB증권도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높아진 상황을 반영해 올해 일평균 거래대금 전망치를 33조8000억원에서 45조6000억원으로 상향했다.
거래대금 증가에 따른 증권사별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 확대 효과는 삼성증권 3773억원, 미래에셋증권 4180억원, NH투자증권 3909억원, 한국금융지주 2637억원, 키움증권 3198억원 수준으로 전망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거래대금의 증가는 증권사 이익과 ROE(자기자본이익률)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며 “개인투자자 증가는 위탁매매 수수료 뿐만 아니라 신용공여 이자수지 확대로 연계된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효과는 더 크다"고 말했다.
증권업 “단순 중개 넘어 투자은행으로 전환 본격화"
시장에서는 이번 실적 개선을 단순한 거래대금 효과에 그치지 않는 구조적 확장 국면의 신호로 보고 있다. 기업금융과 자산관리 부문에서도 성장 동력이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2026년 증권산업 주요 이슈' 보고서에서 높은 투자심리와 기업 실적 개선, 인공지능(AI)·반도체 등 첨단산업 성장, 생산적 금융 정책에 따른 모험자본 공급 확대 등을 올해 증권업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제시했다.
특히 기업금융의 무게중심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서 벗어나 벤처·첨단 산업을 겨냥한 모험자본 공급으로 옮겨가면서 자본시장의 생산적 금융 기능이 강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단순히 거래대금이 늘어나는 것을 넘어서 기업공개(IPO)·회사채 발행·유상증자 등 기업금융 수요 확대와 자산관리 성장까지 맞물린 복합적 확장 국면이라는 분석이다.
기업공개(IPO) 시장은 증시 활황과 대형주 대기 물량 효과로 회복세가 예상된다. 회사채 시장에서는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물량이 73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5.2% 늘어 차환 발행 수요 확대가 기대된다. 자산관리(WM) 부문 역시 퇴직연금 적립금이 DC·IRP 등 실적배당형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증권사로의 자금 유입이 지속되고 있다.
강승건 연구원은 “레벨업 된 주가지수와 일평균 거래대금, 확대된 주식시장 참여자를 감안할 때 브로커리지 중심의 실적 개선 기대감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또 IMA(종합투자계좌)·발행어음 신규 인가 이후 예상보다 빠른 수신 확대가 진행되고 있어 IB 및 트레이딩 손익 성장의 기대감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