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기후대응기금 운용심의위원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기후대응기금 운용심의위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더 이상 온실가스를 규제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온실가스 규제 기반이 된 '위해성 판단(endangerment finding)'을 폐기한 것이다. 위해성 판단이란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2009년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수소불화탄소, 과불화화합물, 육불화황 등의 온실가스가 공중보건 및 복지에 위협이 된다는 결론이다. 미 행정부는 그 동안 이를 통해 자동차나 발전소 그리고 공장의 온실가스 배출 제한 등 다양한 기후대응 정책을 추진해왔는데, 그 근거가 사라진 것이다. 이렇게 영향이 큰 정책 변화의 배경에는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지만 비싼 청정에너지 대신 풍부한 화석연료가 미국 산업 경쟁력 강화에 필요하다는 트럼프의 인식과 화석연료 관련 산업계 후원자들의 요구가 자리하고 있다는 주장이 많다. 사실 위해성 판단의 폐기는 이미 작년 여름에 예고된 바 있다. 2025년 7월, 미국 환경보호청(EPA, U.S. 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은 온실가스 규제의 전제 조건인 위해성 판단을 폐기하고 신차 제조사의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없애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이미 예견된 정책 변화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내 시장의 흐름은 위해성 판단 폐기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올해 1월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이 발표한 공식 전망에 따르면, 2025년 대비 2027년까지 석탄발전량은 약 10% 감소하는 반면 태양광발전량은 46%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온실가스 배출 제한이 사라져 화석연료의 사용을 늘리는 정책 방향과 반대의 전망이다. 이는 저렴한 가격과 빠른 설치가 절실한 현재 미국 전력 시장의 니즈가 정책 변경보다 더 크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1월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 기업인 우드맥킨지(Wood Mackenzie)의 발표에 따르면, 북미의 균등화 발전비용(LCOE, Levelized Cost of Energy)의 경우, 태양광발전이 MWh당 약 50달러인 반면 석탄발전은 200달러에 육박하므로, 정책의 변동 시그널 보다 시장의 재무 시그널이 강하게 작용한다는 해석이다. 미국의 저탄소 전문 벤처캐피털인 안젤레노 그룹(Angeleno Group)의 대니얼 와이스(Daniel Weiss) 매니징 파트너는 “청정기술의 도입은 정치나 정책보다는 시장과 경제 논리에 의해 움직이는 경향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고 강조하며, “자본 시장이 혼란스럽고 격동적인 시기를 겪고 있지만, 그 안에는 매우 흥미로운 기회가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청정기술 시장이 점차 정책 보다 경제 논리에 의해 움직이는 경향이 강해진다는 것은 기업에게 기회가 커진다는 의미다. 이 시점에 먄약 우리가 미국과 달리 정책과 시장의 방향을 일치시킨다면 그 기회를 선점할 확률이 높아진다. 예컨대, 올해 1월 발표된 재정경제부의 '2025년 세제개편 후속 시행령 개정안'이 좋은 출발점이다. 정부는 경제 대도약 지원을 위한 과제로 미래 전략 산업에 대한 지원 강화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그 핵심 수단인 R&D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국가전략기술과 신성장·원천기술의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즉, 국가전략기술 차원에서 에너지 효율 향상 반도체와 환경친화적 첨단 선박의 운송·추진 기술, 그리고 청정수소 생산 기술과 같은 미래 핵심 분야의 세부 기술들을 신설하거나 범위를 넓혔다. 이와 더불어 철강 및 석유화학 등 주력 산업의 전환을 위해 신성장·원천기술 내 탄소중립 분야의 세부 기술 또한 폭넓게 신설하고 확대하였다.
유례없는 의무감축을 직면한 기업입장에서 대규모 기술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을 앞두고 세제혜택의 활용가능성을 검토하거나 기존 투자에 대한 경정청구 가능성을 살펴봄으로써, 기술확보와 비용절감의 동시 추구가 가능해진 것이다. 물론, 일반 세액공제 대비 월등히 높은 공제율을 적용하는 만큼, 기술적 명확성(기술정의 부합여부 및 성과 입증)과 객관적 소명(경과관리 체계화)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관련 기술에 대한 지원 확대 추세하에서, 기술 탐색 및 투자 계획 단계부터 기술 요건과 세제 혜택을 종합적으로 점검하는 정교한 전략이 수반된다면, 기술 투자 비용을 최소화하면서도 시장 기회를 선점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이처럼 핵심기술 육성 정책과 청정기술 투자비 절감이라는 시장 니즈가 같은 방향으로 지속 흘러간다면, 특정 국가의 정책 변화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확대되는 글로벌 청정기술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