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관세 아닌 품목관세로 ‘50% 불변’ 비용부담 지속
美USTR 대표 “교역국 과잉생산 여부 무역조사 예정”
中 저가물량 과잉 상태…‘철강 적자’ 美에 빌미 제공
‘50%에도 효과 적다’ 여론에 ‘더센 관세’ 나올까 우려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하워드 러트닉(오른쪽) 상무장관, 존 사우어 법무차관과 함께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판결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무효 판결에 맞선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관세 부과 발표로 글로벌 철강 시장에 격랑이 더 거세질 조짐이다.
50% 고율의 품목 관세가 유지되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부과 의지를 꺾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공급 과잉 품목에 별도 무역조사 가능성을 밝히면서 추가 관세 가능성이 우려되는 등 철강 시장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미국 연방대법원이 지난 20일(현지 시각)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따른 상호관세에 위법 판단을 내린 이후에도 미국 행정부의 외국산 철강 제품 품목의 관세는 50%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오히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2일(현지시간) 미국 ABC와 인터뷰에서 자국 시장 내의 공급 과잉 품목에 별도 무역조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리어 대표는 인터뷰에서 행정부의 여러 관세 부과 근거법 가운데 하나인 무역확장법 301조를 토대로 아시아의 여러 국가의 과잉 생산 능력에 대한 조사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과잉생산 국가들이 자국의 소비할 양보다 더 많이 생산하며, 기본경제 원리를 따르지 않고 단순히 공장을 짓고 고용을 유지하려 전 세계적으로 물가를 붕괴시키고 있어 무역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었다.
대표적인 공급과잉 품목인 철강의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1기 때 중국산 철강에 대한 수출 통제로 역내 수입을 줄이고, 한국 등 우방국들에 무관세 수출 쿼터를 두는 방향으로 철강 수입정책에 합의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철강 부문에서 자국의 무역 적자가 지속됐다는 게 USTR의 설명이다.
게다가 세계 시장에서도 철강 공급 과잉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중국 부동산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철강재 수요가 줄었고, 쌓여가는 재고를 해소하기 위해 역내 철강사들이 세계 시장에 저가로 풀면서 전체 철강재 공급이 수요 대비 증가하는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상위 70개국의 지난해 조강 생산량은 180만3800톤으로 전년보다 2.0% 줄었지만, 이 가운데 중국이 53.3%(96만800톤)를 차지했다. 중국 정부가 최근 철강산업 생산 설비 감축을 비롯한 구조조정 방침을 내놓긴 했지만 구체적인 움직임까지는 안 나오고 있다.
한편, 철강 관세는 이번 판결과 상관 없이 그대로 유지된다. 철강 관세는 지난해 4월부터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행정명령으로 부과되기 시작했다. 상호관세는 미국 IEEPA에 법적 근거를 두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행정 명령만으로 시행됐다. IEEPA로 관세 제도를 시행하려면 미 의회 승인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 연방대법원의 위법 판단 이유다.
변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변하지 않는 기조다. IEEPA 이외에도 행정명령으로 관세를 부과할 길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로 무효가 된 상호 관세 대신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전체 국가에 관세 15%를 일괄 부여하겠다고 나섰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관세 부과에 동원될 것으로 예상되는 법령은 △무역법 122조 △ 무역법 301조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법 338조 등이다. 현재 자동차에 부과되는 15% 관세는 품목관세다.
미국 철강업계의 여론도 철강 관세 추가 인상 압력을 키우고 있다. 철강관세 50% 부과 이후에도 역내 시장에서 유통되는 수입 철강재가 크게 줄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국 철강시장에서는 미국산 철강제품의 가격이 관세 50%를 매긴 수입제품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높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가 내세우는 관세 부과 명분인 무역적자가 해결 기미가 보일 때까지 더 강력한 관세 부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것이다.
한국의 경우 철강제품의 대미 수출은 지난해 기준 35억6190만달러로 전년보다 18.1% 줄었지만, 무역수지는 29억6064만달러 흑자를 내며 미국 입장에서 무역적자 기조를 유지했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국가별 상호관세에 대한 위법 판단으로 한미 FTA에 근거한 협상 여지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FTA에 따른 무관세 쿼터 할당까지 복원하기 쉽지 않을 것"며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철강 관세 철폐를 합의한 영국조차도 구체적인 실행 시기를 정하는 협상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게다가 철강 무역장벽을 더 높여야 한다는 미국 철강업계 목소리가 큰 만큼 한국이 50%의 철강 관세를 낮추는 쪽으로 협상할 여지가 작다"며 “관세 추가 인상을 막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