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챔버라운지에서 '석유화학업계 사업재편 CEO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석유화학 산업 재편 작업이 속도를 못내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롯데와 HD현대 간 '사업재편 1호'는 이달 말까지 승인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지만, 사업재편 2호가 감감 무소식이기 때문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충남 대산 석화 산업단지의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 간 사업재편 계획을 마련하는 절차가 이르면 이달 말까지 마무리될 예정이다. 두 회사의 재편안에 대해 채권단의 금융 지원 내용을 확정하고 정부 지원 방안도 추가로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11월 석화·정유사들 가운데 가장 먼저 사업 재편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양측이 각각 40%, 60% 지분을 보유한 HD현대롯데케미칼이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을 통합하고, HD현대케미칼 지분을 반반으로 조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이 보유한 연산 110만톤 규모의 나프타분해설비(NCC)은 셧다운이 유력하다.
그러나 사업 재편안 2호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석화산단별로 석화사와 정유사들이 일단 사업재편 초안을 정부에 내긴 했지만 구체적인 방안을 추가 협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석화사와 정유사 간 논의는 업스트림과 다운스트림 간 수직 계열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원유 정제부터 석화 기초유분과 고분자 소재 생산에 이르는 프로세스를 통합해 생산성 효율화를 꾀하자는 것이다.
LG화학이 여수에서 GS칼텍스와, 대산에서 한화토탈에너지스와 논의하거나 울산에서 SK지오센트릭과 대한유화, 에쓰오일이 논의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아울러 여수 산단에서는 설립 목적 자체가 에틸렌 같은 기초유분 생산에 맞춰진 여천NCC와 비교적 NCC 비중이 큰 롯데케미칼 간 설비 통합 방안이 논의 중이다.
석화사건 정유사건 사업재편이 시급한 상황이다. 한국신용평가가 지난 12일 낸 리포트를 통해 집계한 석유화학 9개사의 지난해 합산 영업손실은 1조187억원으로 전년보다 60% 가까이 확대됐다.
정유4사는 지난해 하반기 정제마진 개선 흐름에 힘입어 본업인 정유사업이 실적을 개선하거나 적자 폭을 축소했지만, 석유화학 사업은 8917억원으로 여느 석화사와 다르지 않게 영업적자세로 돌아섰다.
쟁점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석화사들이 국내 전체 에틸렌 생산 능력의 18~25%를 차지하는 연간 270만~370만톤을 줄이기 위해 어느 NCC를 가동 중단할지 결정해야 하는데, 기업별 생산 구조와 제품 포트폴리오에 따라 미치는 영향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여천NCC는 돌릴수록 적자인 NCC 추가 감축을 두고 대주주인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 간 입장 차이를 좁히는 게 과제다.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여천NCC에서 공급받는 연간 에틸렌 물량이 각각 140만톤과 73만5000톤 규모라는 점에서 한화 측이 에틸렌 추가 감축에 따른 영향에 더 민감한 상황이다.
울산 석화산단의 경우 올해 말까지 상업가동 준비를 마칠 예정인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가 변수다. 에틸렌 생산 능력이 연간 180만톤 수준으로 현재 울산 산단의 생산 능력 174만톤보다 크지만, 샤힌 프로젝트가 원유 정제부터 고분자 소재 생산까지 통합적인 공정으로 생산 효율성을 높인다는 점을 에쓰오일은 강조하고 있다.
쟁점이 복잡하지만 석화사와 정유사들이 논의를 장기화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김정관 산업장관은 지난해 12월 석화기업 간담회 이후 기자들에게 구체적인 사업 재편안을 제출할 시한으로 1분기가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석화사들이 기초 소재 사업에서 적자가 누적되면서 실적 전반에 부담을 주고 있는 상황도 석화사들의 논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