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정책에 신규투자·광물협력으로 돌파해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3.01 08:11

■ 11회 탄소시장과 무역경쟁력 세미나: 정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발표
美 인센티브→관세 기반 페널티 전환…보호무역·대미 투자 불확실성 고조
보조금 축소·EV 캐즘에 기업 타격…국제협력·탈중국 공급망 참여 병행 필요

정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정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이 26일 서울 여의도 한경협(FKI)회관에서 열린 '제11회 탄소시장과 무역경쟁력 세미나'에서 '미국 보호무역정책과 국내 시사점'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에너지경제신문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친환경 산업 지원 축소와 관세 기반 공급망 재편에 대응해 정부가 세제·재정 지원과 국가 간 핵심광물 협력, 배터리 신수요 창출 같은 정책으로 기업을 지원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정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 26일 서울 여의도 한경협(FKI)회관에서 열린 '제11회 탄소시장과 무역경쟁력 세미나'에서 '미국 보호무역정책과 국내 시사점'를 주제로 발표하며 이 같이 밝혔다.


◇관세 증가·IRA 보조 축소…대미투자 불확실성↑



지난해 1월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를 기치로 품목관세와 국가별 상호관세를 내세워 자국 산업 보호와 공급망 재편을 위한 정책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국경안보를 통상 정책 명분으로 활용하고, '드릴, 베이비, 드릴' 구호를 내세워 저렴한 화석연료로 제조업 비용을 낮추는 에너지 정책을 강조해왔다.


정 위원은 2017년 출범한 트럼프 1기 행정부, 이로부터 4년 뒤 시작된 조 바이든 행정부에 걸쳐 보호무역 기조가 진화해왔다고 설명했다. 관세 기반 페널티 정책과 보조금 기반 유인책이라는 차이에도 미국 현지 생산을 강제하는 구조적 변화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그는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아메리카 퍼스트'로 다자무역체제를 무력화하고 무역을 정치적 협상 카드로 전환했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라는 유인책을 이용해 청정에너지 산업 기반을 미국 내로 이전시키려는 전략을 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서는 1기 정부의 관세 정책을 상설화·패키지화해서 전방위적인 산업·공급망 보호 도구로 활용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변화로 IRA 중심의 청정에너지 산업 인센티브 정책을 바라보고 관련 산업과 대미 투자를 키워온 한국 기업들이 더 큰 불확실성을 겪게 됐다. IRA에 따른 청정에너지와 첨단 산업, 전기자동차 세액공제가 한국을 비롯한 주요 제조기업들의 대미 투자를 이끌어냈는데,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이 같은 지원책을 축소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행정명령으로 IRA에 근거한 자금 집행과 청정에너지 산업 투자를 취소하기도 했다. 지난해 7월 서명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은 IRA에 따른 세액공제 요건을 강화하고, 공급망 규제에 해당하는 외국 우려기업(FEOC) 적용 범위를 확대했다.



◇IRA 투자의 1/3이 韓 기업 부담 가중에 취소도


이 같은 법적 제약으로 지난해 취소된 청정에너지 사업 투자가 약 348억달러(61개) 규모로, 신규 투자보다 취소 금액이 약 120억달러 더 많았다. 지난해 10월 민주당 집권 주(州)를 주 대상으로 수소허브와 배터리, 전력망 복원 등 76억달러 해당하는 프로젝트가 취소됐다.


정 위원은 “트럼프 행정부는 기후 정책인 IRA의 제도적 틀을 제조업과 공급망 안보 정책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공급망 인센티브를 정치적 이해관계와 산업적 실리에 따라 배분하고, IRA를 환경 정책이 아니라 미국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도구로 재해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위원은 “이는 자유무역과 세계화에 편승해 선진국 반열에 든 한국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배터리 산업이 가장 큰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진단했다. IRA 발효 이후 미국이 받은 투자 금액의 3분의 1이 한국 기업이었고, 한국 기업의 투자 중 배터리가 85.6%를 차지했다. IRA에 따라 신규 전기차에 지급하는 대당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과 미국 내 배터리 생산자에게 재정을 지원하는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를 바라보고 투자를 단행한 것이다.


그러나 전기차 보조금 제도 폐지로 캐즘(일시적 수요 부진)이 장기화하며 대미 투자를 단행했던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수익성 부진에 빠졌다. 자동차 산업이 전후방 산업과 연계 효과가 크기 때문에 전기차 판매가 줄면 배터리부터 핵심광물까지 등 공급망 전반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 정 위원의 설명이다.


정 위원은 “AMPC의 배터리 금지외국단체(PFE) 규정이 강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탈중국 공급망 과제의 난이도가 더 올라갔다"며 “(탈중국 공급망이 강화되면) 한국이 입을 반사이익도 일부 예상되지만, 전기차 캐즘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우방국과 광물 협력·배터리 신시장 모색해야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자국 제조업 복원을 위해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며 기존 정책을 폐지하거나 관세 부과를 강화한 결과 한국 정부와 기업은 더 큰 불확실성에 직면하고 있다.


정 위원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관세 기반 패널티로 방향 전환하는 과정에서 미국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강제로 재편하고, 온실가스가 기후 변화를 초래한다는 미국 정부 입장의 근거인 '위해성 판단'을 폐지했다"며 “이로 인해 기업들이 겪는 불확실성이 증대된 가운데 EU가 탄소 배출 규제를 유지하면서 '닫힌 규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더해 “상호관세 부과 근거였던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이 위법이라는 연방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다른 법령을 근거로 관세 부과를 발표했다"고 부연했다.


이렇게 불확실성이 증폭된 통상 환경 속에서 기업들이 자구 노력만으로 대처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정 위원은 주문했다.


정 위원은 “한국 산업을 보호하고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의 공동 선제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세제·재정 지원과 신규 투자를 과감히 단행해야 한다"며 “OBBBA에 따른 PFE 규정에 대응하기 위해 호주나 캐나다 등과 공급망 협력을 위한 자원외교, 핵심광물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지화 전략과 국내 제조 생태계 강화 정책을 병행 추진해 국내 산업 공동화와 공급망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며 “대중(對中) 견제 따른 한국이 반사 이익을 누리는 전략적 포지션을 잡고, 데이터센터와 재생에너지 확대, 로봇산업 등 차세대 유망산업과 연계해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배터리 신수요를 창출하고 시장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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