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 여부·주택 수·가격 등 따라 보유세 개편 예고
현 제도는 공제로 인해 실효 떨어진다는 지적 반영
종부세 과세 기준일인 6월 내 제도 개편해야 실효↑
강남의 수요 분산책·전월세 안정책도 병행 필요해
▲서울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주거 여부, 주택 수, 주택 가격 수준 등에 따라 세액에 세밀하게 가중치를 두겠다고 언급하면서, 보유세 개편안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보유세 현실화가 일정 부분 효과를 낼 것으로 보면서도, 강남 수요 분산 등 복합적인 정책 병행과 함께 빠른 시행이 관건이라고 조언한다.
2일 주택업계 등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앞서 국무회의 등에서 보유세 강화는 아직 이르다고 밝혔던 기존 기조와 달리, 지난달 2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세제 개편안을 시사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이 대통령은 “강력한 금융·세제·규제 수단을 총동원해 다주택자는 물론 주거용이 아닌 투자·투기 목적의 1주택자까지 보유보다 매각이 유리한 환경을 만들겠다"며 “초고가 주택에는 선진국 수도 수준에 상응하는 부담과 규제를 부과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각종 규제와 부담은 실거주용 1주택을 기본으로, 주거 여부와 주택 수, 가격 수준, 규제 이력, 지역 특성 등에 따라 세밀하게 차등 적용해 통상적 주거는 보호하되, 주택을 이용한 투자·투기는 철저히 차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오는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이후에도 매각이 유리한 구조를 만들어, '버티는 것이 더 손해'인 시장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취지이다. 이 대통령은 전날에도 주택 투기가 손실로 이어지도록 세금·금융·규제를 종합적으로 설계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발언이 사실상 보유세 개편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한다.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장은 “보유세는 주택 보유에 따른 비용을 발생시켜 소득 수준에 맞는 주거 선택을 유도하는 장치"라며 “그러나 우리나라는 소득과 무관하게 고가 주택을 장기간 보유하는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40대 고소득 시기 도심의 양질 주택에 거주하다가 은퇴 이후 소득이 줄면 외곽으로 이동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우리는 고령자·장기보유 공제 등으로 보유 부담을 완화해 이런 이동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며 “정부가 왜곡된 주거 구조를 바로잡기 위해 보유세 현실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은 1억원짜리 주택이든 10억원짜리 주택이든 동일 세율을 적용하는 비례세 구조인 반면, 우리는 누진세 체계로 고가 주택일수록 세 부담이 커지지만,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각종 공제로 실효세율은 여전히 낮다"며 “미국·영국·프랑스·일본 등 주요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우리보다 최소 두 배 이상 높아, 이를 감안하면 보유세 현실화는 불가피한 흐름"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강남권의 자가 점유율은 강북보다 낮다. 강북은 자가 점유율이 60%를 웃도는 반면, 강남은 이보다 낮아 실거주 목적보다 시세 차익 기대를 반영한 보유 수요 비중이 크다는 설명이다.
다만 정책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수요 분산 대책과 시행 시점 조율 등 보완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정경제부는 오는 7월 말 발표 예정인 세제 개편안에 부동산 관련 내용을 포함할 것으로 보이지만,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일이 매년 6월 1일이라는 점에서 제도 시행이 늦어질 경우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평가다. 세제 개편이 지연되면 보유세 강화는 2027년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커지고, 이 경우 집주인들의 '버티기' 전략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아울러 강남 쏠림 현상 완화, 임대차 시장 안정 등 주거 불안을 줄이기 위한 종합 대책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는 “미국처럼 보유세를 1%포인트 인상하더라도 지난해 서울 집값은 시세 기준으로 13% 상승했고, 한국부동산원 통계로도 8.98% 올랐다"며 “보유세 부담이 1% 늘어난다고 해도 집주인들은 충분히 버틸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강남을 중심으로 대기업, 고소득층, 이른바 '8학군' 선호 수요가 집중된 구조에서 세금 인상만으로 수요 분산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근본적으로는 수요가 특정 지역에 쏠리지 않도록 분산시키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비거주 주택 보유자를 투기 수요로 볼 것인지, 실수요로 볼 것인지에 대한 정교한 판단이 필요하다"며 “비거주 주택까지 일괄적으로 규제해 세금 중과 등의 조치를 취할 경우 시장 왜곡이 발생하고, 전세 시장 불안과 서민 주거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