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RE: IMPORT 2026 수입 정책 포럼’ 개최
“원자재 65% 차지하는 수입업계 정책 소외 심각”
트럼프 관세 대비 ‘불가항력 조항’ 명문화 제언도
▲윤영미 한국수입협회장이 지난 2일 오후 1시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RE: IMPORT 2026 수입 정책 포럼'에서 개회사를 하는 모습. 사진=박규빈 기자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극에 달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수입을 '외화 소비'로 치부하던 낡은 프레임을 깨고 국가 생존을 위한 전략 자산으로 격상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회에서 터져 나왔다. 현장에서는 정책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 중소 수입 기업들의 실태가 적나라한 수치로 공개됐고 '트럼프 불가항력 조항' 명문화 등 고밀도 생존 전략들이 대거 제시됐다.
2일 한국수입협회는 오후 1시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RE: IMPORT 2026 수입 정책 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한국무역상무학회가 공동 주최하고 산업통상부가 후원했다. 또한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강감찬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 등 주요 내빈과 학계·산업계 전문가 150여 명이 참석해 수입 산업의 미래 로드맵을 논의했다.
개회사를 맡은 윤영미 한국수입협회장은 수입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강력히 촉구했다.
윤 회장은 “수입은 더 이상 조달 활동에 그치지 않는다"며 “우리나라는 핵심 원자재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수입은 수출과 함께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경제의 큰 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수입은 수출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에너지와 식량 안보 확보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며 물가 안정을 통해 국민 생활을 든든하게 뒷받침하고 있다"며 “수입 기업들이 정부와 국회로부터 정당한 평가와 필요한 자원을 받을 수 있도록 협회가 앞장서겠다"고 언급했다.
허 의원은 “수입과 수출은 샴쌍둥이와도 같다"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으로서 수출에 편중된 예산 체계를 점검하고 수입 기업들이 겪는 정책적 소외를 해소하는 데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정 이사장 또한 “양질의 원자재를 확보하는 수입이야말로 우리 산업을 지탱하는 진정한 애국"이라고 거들었다.
▲조미진 명지대 교수가 'RE: IMPORT 2026 수입 정책 포럼'에서 수입업계의 고충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사진=박규빈 기자
첫 번째 세션에서는 중소 수입 기업들이 처한 '정책적 무풍지대'의 실상이 구체적인 통계로 드러났다. 이병문 한국무역상무학회장(숭실대 교수)과 조미진 명지대 교수는 실태 조사를 통해 수입업계의 고충을 대변했다.
두 교수의 조사 결과 한국 수입의 65.3%가 중간재로 구성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수입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국내 제조업 전체의 생산 단가 상승과 수출 경쟁력 약화로 직결되는 '샴 쌍둥이' 구조임을 증명한다. 중소 수입 기업 66개사 중 응답 기업의 89.4%가 “수입 업무와 관련해 정부 기관의 지원을 받은 경험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기업들은 환율 변동 리스크(53건)와 제품 구매 원가 상승(38건)을 최대 고충으로 꼽았고 '수입 기업 전용 정책 자금 확대(38건)'와 '중소 수입 기업 대상 금리 우대'를 최우선 과제로 요청했다.
조 교수는 “수입이 잘 되어야 수출이 된다는 것은 수입업계가 항상 강조해 온 생존의 논리"라고 설파했다.
박광서 건국대 교수와 남혜지 박사는 글로벌 수입 단체들과의 비교 분석을 통해 수입협회의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박 교수는 “지정학적 갈등과 보호무역 확산으로 수입의 연속성 확보는 국가 회복 탄력성의 핵심 요소"라며, 수입협회가 업계 이익 대변 단체를 넘어 국가 전략 자산을 책임지는 수입 통상의 관문이자 '공급망 플랫폼 운영체'로 도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난 2일 오후 1시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RE: IMPORT 2026 수입 정책 포럼' 현장. 사진=박규빈 기자
이석문 한남대 교수와 김진규 조선대 교수는 협회의 자생력을 키울 구체적인 신사업 모델로 '대학 협업형 TIC 위탁 사업'을 제안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자체 검사소를 구축할 경우 약 20억 원의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지만 대학의 유휴 장비와 전문 인력을 활용하면 초기 투자비를 1억1000만 원 수준으로 약 95% 절감할 수 있다. 특히 신선도가 생명인 '수입 축산물(HS 02류)' 시장을 타겟으로 한 분석 결과 비용 편익 비율(B/C Ratio)이 1.09로 산출돼 경제적 타당성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대학의 인프라를 활용한 협업 모델은 수입 식품의 안전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협회의 수익성을 제고하는 최적의 상생 대안"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양정호 전주대 교수와 민주희 강원대 교수는 미국의 고강도 관세 조치에 따른 실무적 대응 방안을 발표해 참석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양 교수는 “매킨지 조사 결과 글로벌 기업의 82%가 새로운 관세 영향권에 들어왔으며, 트럼프 행정부의 전방위적 추가 관세 부과는 국제 거래의 예측 가능성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기존의 일반적인 불가항력 조항으로는 관세 리스크 방어가 어렵다고 지적하며 △관세 인상을 명시적 발동 요건으로 하는 '트럼프 불가항력 조항(Trump majeure clauses)' △관세 전용 가격 조정 조항 △공급업체 대체권 등을 계약서에 반드시 삽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 교수는 “잦은 관세 정책 변경은 계약 이행 불능을 초래하므로 관세 리스크를 계약서에 명시적으로 담는 법적 방어막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한편 협회는 이번 포럼에서 도출된 제안들을 바탕으로 수입 기업 지원을 위한 입법·정책 건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