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절반 ‘기후 공약 보고 투표”…지방선거 의제 부상
전기요금 차등·반도체 산단 이전 논쟁…지역 주요 이슈
에너지 권한 확대된 지자체…“전환의 핵심 주체로”
▲기후정치바람이 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후위기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 후 토론회를 개최하고 있다. 사진= 이원희 기자
기후위기 대응이 6월 지방선거의 중심 의제로 떠올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법 개정 등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에너지 전환 영향력이 커진 만큼 새로운 지자체장이 기후위기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방선거가 기후위기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중요한 전환점으로 전망했다.
9일 녹색전환연구소·더가능연구소·로컬에너지랩으로 구성된 '기후정치바람'이 유권자 1만786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지방선거 기후위기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권자의 절반 이상은 기후위기 대응 공약에 따라 누구를 뽑을지 결정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 중 53.5%는 '평소의 정치적 견해와 다르더라도 투표를 진지하게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공약과 관계없이 지지하던 정당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22.4%,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23.0%였다.
기후정치바람은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최근 기후·에너지 관련 이슈가 지방선거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지역별 전기요금제는 수도권 외 지역에 발전소가 집중돼 있는 만큼 전기요금을 낮춰달라는 요구와 맞물리며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 이전 논의와 함께 더욱 부각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후정치바람 여론조사에서도 전기요금 차등화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63.5%로 나타났다. 또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가 전력이 풍부한 지역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본 응답자도 53%에 달했다.
지역에는 주민 기피시설인 발전소와 송전선로만 들어서고 수도권의 전력 공급지로만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송전비용을 고려해 전기요금을 차등화하고, 지역에는 전기요금을 낮춰 기업 이전을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기남 충남에너지전환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수도권 중심으로 주요 인프라로 보내고 비수도권은 환경오염산업들이 들어서고 있다고 충남에서는 이해하고 있다"며 “수도권에서 사용하는 자원을 끌어오르기 위해 지역과 어떤 협의도 없다. 에너지는 생산지에서 소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 법 개정으로 전남·광주특별시 출범 논의가 진행되면서 지역 권한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주요 권한으로는 설비용량 20메가와트(MW) 이하 재생에너지 설비에 대한 발전사업 허가권을 지자체가 갖게 되는 점이 꼽힌다. 기존에는 지자체가 3MW 이하 설비에 대해서만 발전사업 허가권을 가지고 있었다. 이를 통해 지방에서는 대규모 태양광 사업이나 육상풍력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현재 경북·대구와 충남·대전 특별법에도 20MW 이하 설비에 대한 허가권을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전남·광주와 달리 특별법 통과가 지연된 상태다.
전남·광주 특별시 출범에 그치더라도 해당 사례가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행정통합에 따라 지역별 탄소중립 정책을 다시 짜야 할 가능성이 높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윤희철 생태도시리빙랩 소장은 “전남·광주 통합은 기후 전환을 위한 좋은 사례가 될 수도 있다"며 “기후위기 시대에 지역이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말했다.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소장은 “행정통합이 지금은 기후 의제와 무관하게 논의되고 있지만 사실상 기후 의제와 매우 밀접한 사안"이라며 “시도마다 탄소중립기본계획이 서로 달라 통합이 이뤄질 경우 계획을 처음부터 다시 세워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재생에너지 설치구역을 제한하는 지자체의 이격거리 조례도 법 개정으로 설정이 어려워졌다. 이격거리란 도로와 주거지로부터 일정 거리 이상 떨어져 재생에너지 설비를 설치하도록 한 지자체 조례다. 지자체는 발전사업 허가권 다음 단계인 개발행위 허가 권한을 가지고 있어 이격거리 조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개발행위 허가를 내주지 않는 방식으로 재생에너지 설치를 제한해왔다.
하지만 지난달 12일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문화재보호구역과 생태·경관보전지역을 제외하고는 이격거리를 일정 거리 이상으로 정하지 못하도록 하는 근거가 마련됐다. 주민이 발전사업에 일부 참여하는 주민참여형 설비에는 이격거리 적용도 제한된다.
그동안 지자체는 주민 반대를 근거로 이격거리 조례를 운영해왔지만 앞으로는 단순히 주민 반대를 이유로 사업을 막기보다 주민을 설득해야 하는 과제에 놓이게 됐다. 이에 지역에서 에너지 전환을 단순히 강조하기보다 지역 복지 사업과 연계해 주민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기후 공약은 단독으로 고립돼 제시되기보다 복지 공약과 연계해 설계할 필요가 있다"며 사례로 '햇빛소득마을'을 소개했다. 햇빛소득마을은 마을이 직접 태양광 발전을 하고 그 수익을 마을 복지 등에 활용하는 사업이다.
이처럼 에너지 전환은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방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이 이번 지방선거를 에너지 전환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는 이유다.
위 여론조사는 로컬에너지랩이 여론조사기관 메타보이스와 피앰아이에 의뢰해 이메일로 설문 링크를 발송한 뒤 응답을 듣는 방식으로 지난달 2∼23일 이뤄졌다. 응답률은 3.1%,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0.7%포인트(P)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