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회보다 집값이 싸다?”…이상한 韓 물가지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3.09 15:42

주거비 빠진 물가지수…서울 민생과 통계의 괴리

김하나 에너지경제신문 기자

▲김하나 에너지경제신문 기자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정부는 물가 안정을 핵심 국정 과제로 내세워 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설탕·밀가루·계란 등 생활 필수품 담합을 단속했고 설탕업계에는 4000억원대 과징금이 부과됐다. 국세청도 물가 불안을 키운 기업 탈세를 적발했다. 그 결과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2.1%로 낮아졌고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2%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다. 겉으로 보면 물가 관리가 일정 부분 효과를 낸 셈이다.


그러나 서울 시민의 체감은 전혀 다르다. 장바구니 부담도 여전하지만 무엇보다 주거비가 삶을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중소형 아파트 평균 가격은 이미 18억원을 넘어섰다. 영끌로 집을 산 가구는 원리금 상환에 허덕이고, 세입자는 월세 인상 통보에 한숨을 쉰다. 이렇게 집값이 올랐는데도 물가지수는 비교적 조용하다. 한국은행은 향후 물가 흐름이 중동 정세에 따른 국제유가 움직임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괴리는 한국 소비자물가지수(CPI)의 구조에서 비롯된다. 한국 CPI에는 전세와 월세 같은 임차비용만 포함되고 집값은 빠져 있다. 내 집에 살면서 발생하는 비용, 이른바 '자가 주거비'가 통계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집값이 아무리 뛰어도 물가지수에는 나타나지 않는 구조다.



주거비 비중도 현실과 거리가 멀다. '생선회보다 낮은 집값 비중'이라는 말은 한국 물가 통계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전세와 월세를 합친 주거비 비중은 약 10% 수준이다. 그런데 같은 지수 안에서 생선회 외식 항목의 비중은 10.3에 달한다. 통계만 보면 한 달 생활비에서 집세보다 생선회가 더 큰 지출처럼 보인다. 물론 실제 삶은 그렇지 않다. 많은 가구가 소득의 30~40%를 주거비로 쓰고 있다. 월급의 절반 가까이를 월세나 대출 이자로 내는 현실에서 집값보다 외식 메뉴의 비중이 더 크게 잡혀 있는 통계는 시민들의 체감과 괴리가 클 수밖에 없다.


다른 나라들은 이미 다른 선택을 했다. 미국은 '자가주거비(OER)'라는 개념을 도입해 집을 빌린다면 얼마의 임대료를 낼지를 추정해 CPI에 반영한다. 그 결과 미국 물가지수에서 주거비 비중은 약 44%에 이른다. 유럽연합도 올해부터 자가 주거비를 물가지수에 포함하기 시작했다.


한국도 더 늦출 수 없다. 집값이 통계 밖에 있는 한 물가는 실제보다 낮게 보일 수밖에 없고 정책 판단도 왜곡될 수 있다. 중앙은행의 금리 정책부터 정부의 민생 정책까지 잘못된 신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6월 물가대책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켜 집값과 전·월세 상승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했지만, 지금까지도 감감무소식이다. 그래서 다시 묻고 싶다. 집값을 물가로 볼 것인지, 언제 답을 내놓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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