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인혁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소아청소년 비만은 흔한 소아 만성질환이다. 그런데 비만과 함께 오는 지방간이 최근 비만 못지않게 심각한 문제로 등장했다. 학교 검진 결과, 간기능에 이상이 발견됐다고 진료를 받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방간 또한 소아에서 흔한 간질환이 되었다.
국제 학계에서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NAFLD)이라는 이름 또한 대사기능장애 관련 지방간질환(MASLD)로 변경됐다. 질환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바뀐 것이다.
MASLD는 간에 지방이 쌓인 단순 지방간부터 염증이 동반된 지방간염, 그리고 섬유화와 간경변까지 넓은 스펙트럼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진단 기준은 간에 지방이 쌓여 있으면서 비만, 혈당 이상, 고혈압, 고중성지방혈증, 낮은 HDL 콜레스테롤 중 최소 1가지 이상의 대사 위험인자가 동반된 경우다.
전 세계적으로 소아청소년의 7∼14%가 MASLD를 가지고 있는 거승로 추정된다. 비만 아동으로 범위를 좁히면 30∼50%에 달하는 수치다. 국내에서도 비만 아동의 약 40% 이상에서 지방간이 발견되고 있다. 실제 외래에서도 10세 이상 비만 환자들에서는 상당히 흔하게 발견되곤 한다.
예전에는 단순히 살이 찌니까 간에도 지방이 쌓이고 염증이 생긴다고 생각했다. 비만이 원인이고, 지방간은 결과라는 일방향적 관계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관계를 양방향으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다. 비만 때문에 지방간이 생기지만, 지방간이 생기면 오히려 비만과 대사질환을 더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지방이 쌓이고 염증이 생긴 간은 헤파토카인(hepatokine)이라는 물질들을 비정상적으로 분비한다. 이 물질들이 근육과 지방조직의 인슐린 저항성을 악화시키고, 혈당 조절이 제대로 안 되면서 다시 간에 지방이 더 쌓이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같은 정도로 비만이어도 지방간이 있는 아이와 없는 아이의 건강은 천양지차이다. 지방간이 있다는 것은 간이 나쁘다는 단순한 뜻이 아니라, 이 아이가 대사질환 고위험군이라는 강력한 신호이기 때문이다.
MASLD는 일찍 발견해 관리하고 치료하면 완전히 되돌릴 수 있다. 간에 지방만 쌓인 초기 단계에서 체중을 줄이고 식습관을 개선하면 간은 차츰차츰 정상이 된다. 하지만 염증이 계속되면 간세포가 죽고 딱딱한 흉터 조직(섬유화)이 생기며, 이 단계부터는 정상으로 되돌리기 힘들다.
문제는 진행 속도다. 소아 지방간염 환자를 추적한 연구에서 약 3분의 1이 2년 이내에 나빠졌다. 차일피일 미루는 사이 '가역성의 창'이 닫힐 수 있다.
비만 아동에게 간수치 검사는 필수다. 최신 가이드라인에서는 모든 비만 아동의 MASLD 선별검사를 권고한다. 과체중 아동도 당뇨 전단계,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대사증후군 가족력 등 위험인자를 갖고 있으면 검사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체중이 많이 나가는 경우 10∼12세 이상에서는 최소한 1년에 한 번은 간수치를 포함한 혈액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
간수치가 높다고 무조건 지방간으로 단정하면 안 된다. B형 간염, 윌슨병, 자가면역 간염 같은 중요한 간질환이 숨어 있을 수 있다. 이런 질환들은 치료법이 다르고,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의 체계적인 감별진단이 필요하다.
생각보다 적은 체중 감량으로도 효과가 있다. 체중의 3∼5%만 줄여도 간에 변화가 온다. 80㎏ 아이라면 2.4∼4㎏만 빼도 효과가 나타난다. 7∼10% 감량하면 염증이 줄고, 10% 이상 감량하면 섬유화 호전까지 기대할 수 있다.
간수치는 다른 합병증에 비해 상당히 빠르게 반응한다. 2∼3㎏만 빠져도 간수치가 뚝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식습관은 콜라·사이다 같은 당분(설탕 등)이 듬뿍 들어간 탄산음료와 가당 음료를 끊고, 패스트 푸드 같은 초가공식품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액상과당이 든 음료는 간에서 직접 지방으로 전환되므로 반드시 피해야 한다. 운동은 보통 하루 20분 걷기부터 시작해서 천천히 늘려가면 된다.
지방간은 몸 전체의 대사질환이 시작되고 있다는 강력한 경고 신호다. 같은 정도로 비만이어도 지방간이 있는 아이는 당뇨병, 심혈관질환, 간경변의 위험이 훨씬 높다.
학교 검진에서 간수치 이상이 나왔다면 절대 무시하지 말고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체중이 많이 나가는 아이라면 10∼12세부터 매년 간수치 검사를 받을 것을 권한다. 아이들은 어른보다 회복력이 훨씬 좋다. 작은 변화부터 시작해도 간은 반드시 좋아진다.
*글=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류인혁 교수(성 니콜라스 어린이병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