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전기차 충전기 사용자 경험 개선’ 토론회
충전기 고장·유지보수 미흡, 주차공간 놓고 주민 갈등
“찾기 어렵고 쓰기 불편…전기차 구매 가로막는 장벽”
설치·운영 기준 재정립, ‘이용 가능성’ 중심 평가 필요
▲18일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의실에서 열린 '전기차 충전기 사용자 경험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왼쪽부터)김진영 기후에너지환경부 탈탄소녹색수송혁신 서기관, 김정욱 GS차지비 대표, 조현민 이볼루션 대표,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이태봉 대한주택관리사협회 교육위원, 김종진 현대자동차 EV충전인프라팀장, 김용득 산업통상부 국가기술표준원 기계융합산업표준과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박지성 기자
국내 전기차 누적 등록대수가 100만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충전 인프라와 사용 경험은 여전히 과도기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전기차 충전기 고장과 유지보수 미흡, 충전공간을 둘러싼 주차 갈등 등 이해관계 충돌을 해소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기차 충전기 사용자 경험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표자와 토론자들은 전기차 대중화의 성패를 가를 핵심요소로 '충전 경험 개선'을 꼽으며 사용자 편의성 제고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주제 발표자로 나선 전기차 및 충전부품 전문업체 이볼루션의 조현민 대표는 “정부는 그동안 충전기 대수 목표 달성에만 집중해 설치를 확대해 왔다"며 “그 과정에서 노후 충전기와 신규 충전기의 운영·관리 문제가 동시에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충전기 설치 확대와 함께 운영 기준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고 제언한 조 대표는 노후 충전기 관리와 신규 인프라 확충을 아우를 수 있는 명확한 기준 마련을 촉구했다.
조 대표는 전기차 충전기 이용 경험을 저해하는 요소로 교체 기준의 불투명성, 신축·구축 아파트 간 인프라 격차 등을 꼽으며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가령, 교체 기준 불투명성의 경우 통상 설치 5년 이상 된 충전기를 노후설비로 보고 전기차 충전사업자(CPO)들이 교체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교체가 필요한 설비뿐 아니라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충전기까지 교체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는 문제점을 거론했다.
조 대표는 “고장난 충전기를 교체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정상적으로 사용 가능한 충전기까지 교체될 경우 기존 100원이던 충전 요금이 200~300원 수준으로 상승해 사용자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합리적인 교체 기준을 명확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조현민 이볼루션 대표가 18일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의실에서 열린 '전기차 충전기 사용자 경험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박지성 기자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이태봉 대한주택관리사협회 교육위원은 오랜된 아파트의 주차시설 한계에 따른 전기차 충전기 설치를 둘러싸고 빚어지는 입주민 간 갈등 문제를 지적했다.
이 위원은 “구축 아파트의 경우 주차장 설치 대수가 충분하지 않은 곳이 많은데 이 경우 입주민들은 기존 주차공간을 전기차가 차지한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또 “관리자 입장에서도 법에 따라 일정 비율의 충전기를 설치해야 해 불가피하게 도입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아파트 주민간 갈등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소개했다.
아울러 이 위원은 전기차 충전기의 안전 및 유지관리 인프라 문제도 언급했다. 전기차 충전기 유지·관리 책임과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운영사와 시공업체 간 책임 공방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하자보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사례가 있다는 설명이었다.
이 위원은 “이용자 과실로 설비가 손상될 경우 관리 주체가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충전기 안전점검 기술 보급이 부족한 데다 아파트 관리 인력 역시 일반 전기 설비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충전기 관련 전문성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정욱 GS차지비 대표(가운데)가 18일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의실에서 열린 '전기차 충전기 사용자 경험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박지성 기자
발표에 이은 토론에서 패널로 참석한 김정욱 GS차지비 대표는 “국내 전기차 충전 인프라는 빠르게 확대됐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찾기 어렵고, 쓰기 번거롭고, 신뢰하기 어려운 경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충전 인프라 평가는 단순 설치 수량이 아니라 실제 사용 가능 여부와 충전 과정의 직관성, 고장 시 복구 속도, 운영 책임의 명확성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김 대표는 건의했다.
구체적으로 전기차 운전자들이 충전소를 찾았더라도 진입 동선이나 주차 가능 여부, 사용 가능 상태 등 여러 변수가 존재하기에 운전자들은 충전기가 '지금 당장 문제없이 이용 가능한지'를 기준으로 인프라를 평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 대표는 “향후 정책은 설치 수량 확대를 넘어 노후 설비 교체·개보수 우선순위, 부품 단종 장비 관리 기준 등 운영 책임을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며 “이를 통해 이용자 부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종진 현대자동차 EV충전인프라팀장(가운데)이 18일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의실에서 열린 '전기차 충전기 사용자 경험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언 하고 있다. 사진=박지성 기자
완성차 업계 패널로 참석한 김종진 현대자동차 EV충전인프라팀장은 “전기차와 충전기 보급은 양적으로 성장했지만 고객이 체감하는 충전 경험은 여전히 과도기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한 뒤 “충전 불편은 단순한 민원을 넘어 전기차 구매를 주저하게 만드는 가장 큰 장벽"이라고 말했다.
그 해결 방안으로 정부 지원 방식의 전환 필요성을 강조한 김 팀장은 “현재는 설치 보조금 중심 정책으로 인해 사업자들이 신규 설치에 집중하는 반면 노후 충전기 관리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해지는 구조"라며 “설치 예산의 일부를 유지보수 및 운영 지원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지원사업으로 고장 충전기를 24시간 이내 수리하거나 콜센터 응대율이 높은 사업자에 운영비를 지원하는 '서비스 품질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면 충전 인프라의 질적 성장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김 팀장은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