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 (CBDC).
정부가 국고보조금 집행 체계를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화폐 방식으로 전환하는 실험에 착수한다. 전기차 충전시설 구축 사업에 예금토큰을 이용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국고금 집행의 25%를 디지털화폐로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이창용 한은 총재는 오는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고금 집행 시범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협약은 기관용 디지털화폐와 예금토큰을 활용해 국고보조금 지급·정산 방식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전환하며, 관련 기관 간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디지털화폐는 중앙은행이 블록체인 기반으로 제조·발행·유통하는 디지털 형태의 화폐로, 기존 법정화폐와 같은 가치를 지닌다. 예금토큰은 은행에 예치된 예금을 기반으로 발행되는 디지털 토큰으로, 기업은 물론 개인도 물품·서비스 구매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이번 시범사업은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전기차 충전시설 구축 사업' 중 중속 충전시설이 대상이다. 사업 규모는 300억원 수준이다. 보조사업자인 한국환경공단은 오는 5월 사업대상자 공모를 진행하고 6월 이후 대상자를 선정한 뒤 예금토큰으로 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정부는 보조금 지급 과정 전반을 보다 세밀하게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집행 이력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추적할 수 있어 부정수급을 방지하고, 정산 과정의 시간도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재정 집행 과정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앞서 한은은 일반 국민이 참여하는 프로젝트 한강 1단계를 통해 디지털화폐와 예금토큰 활용 가능성을 검증했다. 국가사업에 적용하는 것은 이번이 세계 최초다. 이번 실험은 공공재정의 디지털 전환 가능성을 가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업무협약에는 시범사업 운영을 위한 시스템 구축과 기관 간 연계 지원, 자료 공유와 이행상황 점검, 결과 검증과 성과 확산, 제도·재정적 지원 검토, 향후 확장 가능성에 대한 정책적 논의 등의 내용이 포함된다. 또 현장 적용성을 높이고 민간사업자 집행기관의 행정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개선 노력도 담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번 협약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재정 집행 혁신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그는 “2030년까지 국고금 집행의 4분의 1을 디지털화폐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디지털화폐 활용 사업을 적극 발굴해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도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충 과정에서 재정 집행을 더욱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혁신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올해 중속 충전시설 구축 사업에 예금토큰 기반 시범사업을 차질 없이 적용하고, 관계기관과 함께 제도적 보완, 현장 개선을 병행하겠다"고 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번 사업이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화폐와 예금토큰 생태계 형성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급결제 시스템은 물론 재정 집행 방식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것이라며 “디지털화폐 인프라를 확장해 시범사업이 성공적으로 이행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업은 한은의 프로젝트 한강 2단계 연계 사업으로 추진된다. 한은이 2023년 10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진행한 1단계 사업에는 7개 은행이 참여해 디지털화폐와 예금토큰 발행·유통·환수·폐기 전 과정이 원활히 작동하는지 확인했다. 지난해 4~6월 진행한 실거래 파일럿에서는 일반 국민 8만1000명이 참여해 총 11만4880건의 거래가 이뤄졌다. 하반기에는 9개 은행이 참여하는 후속 거래를 시작해 디지털화폐 정식 도입을 위한 기반을 마련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