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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정무위 파행이 장기화해 자본시장 선진화를 추동할 핵심 법안들에 먼지만 쌓여가고 있다. 계류된 자본시장 관련 6대 법안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증시 부양에 큰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이재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국회사무처로 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22대 국회 개회 후 2월말까지 14개 정무위 법안 중 전체회의를 통과한 비율은 17.6%에 그쳤다. 전체 상임위 평균은 26.9%다. 정무위가 같은 기간 법안심사2소위를 연 것은 8회에 그쳤다.
정무위는 금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 등 경제부처를 담당한다. 정무위 파행으로 자본시장 관련 법안이 멈춰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 중 자본시장 관계 법안이 통과되지 않고 있다. 20일 국회 소식통에 따르면, 국민의힘이 정부의 자본시장 정책에 대한 입장정리를 마무리하지 못한 채 지방선거 국면에 빠져 같은 당 소속 윤한홍 정무위원장이 법안심사 회의를 열지 못하고 있다.
20일 현재 정무위에 계류된 자본시장법 관련 개정안은 크게 6가지다. 주로 경영권 시장의 룰을 바꾸고, 신사업 동력을 부여하며, 소액주주의 권리를 격상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 정무위에 계류된 자본시장 관계 법안과 기업 및 투자자 영향.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등
첫번째,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이다. 인수합병(M&A) 시장의 룰을 바꾸는 법안으로 여야 공감대가 형성된 1순위 법안이다. 윤한홍 위원장 등이 2024년 10월과 11월에 걸쳐 집중 발의했다. 상장사 지분 25% 이상을 취득해 최대주주가 될 때(경영권 인수), 잔여 주주를 대상으로 '총 지분의 50%+1주' 이상을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은 동일 가격에 매수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의 M&A 셈법이 완전히 달라지만. 지배주주 지분만 웃돈을 주고 사던 관행이 막힌다. 매수 자금 부담이 최소 두 배 이상으로 폭증한다. 막대한 재무적 부담으로 딜이 무산되거나, 국내 M&A 시장 자체가 빙하기를 맞을 수 있다. 반대로 매물로 거론된 기업은 적대적 M&A 방어막으로 활용할 여지가 생긴다.
소액주주에겐 강력한 호재다. 경영권 교체기마다 철저히 소외됐던 일반 주주들도 지배주주와 동일한 프리미엄을 챙길 수 있다. 잠재적 피인수 대상인 중소형주나 지주사의 주가 상승 모멘텀이 될 전망이다. 다만 규제로 M&A 거래 자체가 성사되지 않으면 프리미엄 수취 기회도 사라진다. 양날의 검이라 할 수 있다.
두번째는 '쪼개기 상장(물적분할) 시 공모신주 우선 배정'이다. 알짜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별도 상장하는 행위를 통제하는 법안이다. 더불어민주당 강준현 의원(2024년 12월 10일)과 민병덕 의원(2024년 12월 11일)이 각각 발의했다. 분할된 자회사를 상장할 때 모집하는 신주의 일정 비율을 모회사 일반주주에게 우선 배정하도록 강제한다. 여당(15% 이내 자율)과 야당(50~70% 의무 배정) 간 비율 쟁점이 남아 있다.
기관 투자 입장에서 보면, 자금 조달 생태계에 적신호다. 신주 물량의 절반 이상을 모회사 주주에게 떼어주면, 정작 기관 투자자나 일반 청약자에게 돌아갈 몫이 급감한다. 기관의 수요예측 참여 저조는 적정 공모가 산정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대규모 설비 투자를 위한 자금 확보라는 분할 상장의 본래 취지가 퇴색된다.
모회사 주주에게는 확실한 안전판이다. 핵심 사업부 이탈로 모회사 주가가 폭락하는 '더블 카운팅' 사태의 피해를 보상받는다. 대어급 자회사 공모주를 선점할 기회다. 반면, 해당 자회사의 신규 상장에 순수하게 참여하려는 다른 투자자들에게는 배리어(진입 장벽)로 작용한다.
세번째는 '토큰증권(STO) 법제화'다. 부동산, 미술품 등 비정형 자산을 블록체인 기반의 '증권'으로 발행·유통하는 근거법이다. 2024년 9~10월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 강준현·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본시장법 및 전자증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금융투자업계에는 대형 호재이자 신규 먹거리다. 위축된 전통 브로커리지 수익을 대체할 '조각투자' 시장이 열린다. 증권사들은 발행 주관 및 장외 유통 플랫폼 운영으로 파이를 키울 수 있다. 핀테크 업계와의 제휴 등 신사업 확장의 교두보로 볼 수 있다.
개미투자자에게도 기회다. 소액으로도 상업용 빌딩, 음원 저작권 등 대체 자산에 투자할 길이 열린다. 반면, 위험도 높다. 비정형 자산은 본질 가치 평가가 어렵고, 초기 장외 시장 특성상 거래량이 적어 유동성 함정에 빠질 수 있다. 가격 변동성도 매우 큰 편이다.
네번째는 '가상자산 현물 ETF 허용'이다. 미국과 홍콩 등 글로벌 자본시장의 흐름을 뒤따르는 법안이다.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이 2025년 상반기 대표 발의했다.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기초로 하는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발행과 거래를 국내에서 법적으로 허용한다.
자산운용사와 증권사의 수익 창출 기회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막대한 자금이 몰리는 글로벌 가상자산 펀드 수요를 국내 제도권 계좌로 끌어올 수 있다. 반면 기존 코인 거래소 입장에서는 직접 투자 자금이 증권사 ETF로 이탈할 수 있어 수수료 수익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가상자산 투자의 편의성과 안전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복잡한 지갑 생성이나 해킹 위험 없이 기존 주식 계좌로 가상자산에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퇴직연금이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편입이 허용되면 절세 효과까지 누린다. 다만 기초자산 특유의 극심한 시세 변동 리스크는 피할 수 없다.
다섯번째는 '합병 가액 산정 기준 폐지(외부평가 공정가치 도입)'다. 대주주 입맛에 맞춘 불공정 합병을 막는 법안이다. 금융위 발표를 바탕으로 2024년 12월 여당 간사안으로 발의됐다. 과거 주가 추이만을 바탕으로 기계적으로 평균 내던 합병가액 산정 방식을 폐지한다. 대신 외부 평가기관의 공정가치 산정을 의무화한다. 합병 시 이사회의 의견서 공시 의무도 명시했다.
기업 합병 절차가 까다로워진다. 대주주 지배력 강화를 위해 의도적으로 주가를 억누른 뒤 싼값에 합병을 강행하던 관행에 제동이 걸린다. 외부 기관 선임과 실사 비용이 증가한다. 이사회의 의견서 공시는 향후 배임 등 주주 대표 소송의 표적이 될 법적 리스크를 키운다.
투자자에겐 주주가치 훼손을 막는 강력한 방패로 작용한다. 특정 시점의 왜곡된 주가를 핑계로 불리한 합병 비율을 강요받는 피해가 차단된다. 회사의 본질 가치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비율로 자산을 보호받을 권리가 법적으로 보장된다.
여섯째, '상장사 주가누르기 방지' 법안이다. 2026년 3월 여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발의 시동이 걸렸다. 상속세 마련이나 증여를 앞두고 대주주가 인위적으로 실적을 감추거나 공시를 늦춰 주가를 억누르는 행위를 차단한다. 거래량과 유동 주식 비율 축소 등을 정밀 모니터링해 제재하는 근거를 마련한다.
지배주주 입장에서는 치명적이다. 징벌적 상속세 부담을 덜기 위해 은밀히 행해지던 편법적 꼼수 경로가 막힌다. 엄격한 모니터링 규제 탓에, 정당한 경영 판단(투자 지연 등)조차 '주가 억누르기'로 의심받아 금융당국의 감사를 받을 수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투자자에겐 빼앗겼던 권리를 돌려받을 기회다. 억울한 기회비용 상실을 막기 때문이다. 기업 펀더멘털이 훌륭해도 오너 일가의 세금 사정 탓에 주가가 장기간 횡보하거나 박스권에 갇히는 불합리를 방지한다. 자본시장의 공정성이 높아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