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홀 탐사 요청 4년 새 3배…국토안전관리원 ‘부담’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3.23 13:42

자체 역량 부족한 지자체 의존…중앙·지방 협력체계 보강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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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강동구 대명초등학교 도로에서 전날 발생한 대형 싱크홀 현장에 소방의 출입통제 라인이 설치돼 있다.연합뉴스

봄·여름이면 땅이 꺼진다. 지반침하 발생 현황을 계절별로 살펴보면 봄(28.03%, 440건), 여름(48.34%, 759건)이 76.37%를 차지한다. 지하에 생긴 공동을 미리 탐지하고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2018년 시행된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지하안전법)은 시장ㆍ군수ㆍ구청장에게 연 1회 이상 안전관리 실태를 점검하도록 의무를 부과했다. 그러나 자체 역량이 부족한 지자체들이 국토안전관리원에 의존하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전국을 대상으로 지자체를 지원하는 국토안전관리원 업무가 과중한 상황이다.


23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2014년 송파구 석촌지하차도 싱크홀을 계기로 정부와 지자체가 지하안전관리를 주요 정책과제로 다루기 시작했다. 그 해 국토교통부는 싱크홀 예방을 위해 '지하공간 통합지도'를 중심으로 지하공간 통합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하고자 했다. 지하공간 통합지도는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몰라서 관로를 건드리거나 지반을 무너뜨리는 사고를 막기 위한 기초자료다.


지자체는 관련 기관마다 흩어져 있던 지하매설물, 지하구조물, 지반 정보를 한 데 모은 자료를 시설물 안전관리에 활용하고 있다.



이런 제도적 노력과 더불어 특별법 제정을 통해 지자체에게 계획 단계, 인허가 단계, 유지·관리 단계 의무가 부과됐다.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은 지하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인허가 단계에서는 지하안전평가를 통해 사전에 사업의 안전성을 분석한다. 지자체는 유지·관리를 위해 연 1회 이상 실태 점검 및 위험도 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지자체가 이처럼 법적 의무에 따라 매년 점검에 나서고 있지만 지하시설물의 노후화 속도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5년간 전국 지반침하 사고는 총 760건. 이 가운데 46%의 원인이 하수관로 노후화로 인한 손상이다. 다짐(되메우기) 불량(15%), 굴착공사 부실(10%), 상수관로·기타매설물 손상(6%)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싱크홀 발생 우려가 높은 구간은 육안으로 판단이 어렵다. 지하를 보는 것이다 보니 전용 탐사장비로 땅을 스캔한 뒤 그 자료를 2주에 걸쳐 추가로 분석한 뒤에야 싱크홀 발생 의심 구간을 추정할 수 있다. 구역이 추려지고 나면 해당 구역에 구멍을 뚫고 공동을 확인해 후속 조치를 취해야 한다.


땅을 스캔할 때는 지표투과레이더(GPR) 기술을 활용한 차량형 탐사장비(RSV4)와 핸디형 탐사장비를 사용한다. 식별된 싱크홀 의심 구간에는 긴급 채움재를 주입하거나 관로를 보수하는 등 긴급 복구공사를 진행한다.


문제는 이미 지반침하가 발견된 지역은 그 주변으로 지하 공동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한 번의 탐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반복적인 추적 조사가 필요하지만 이는 기초지자체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어렵다. 국토안전관리원 관계자는 현실적 여건과 재정적 부담 등으로 자체 기술 인력을 보유하지 못한 지자체들은 외부 전문 기관에 용역을 주어 점검 보고서를 만들고 이를 근거로 행정조치를 취한다고 설명했다. 자체 기술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서울시와 부산시 정도다.



국토부 산하의 국토안전관리원은 매년 탐사 지원을 위해 수요 조사를 받고 있다. 관리원은 전국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지자체의 실태조사를 담당하는 기관은 아니다. 다만 지자체의 요청이 오거나,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사항에 대해 지원하고 있다.


지자체가 관리원에 요청한 안전 점검 횟수는 2020년 207건에서 해마다 증가해 2024년 601건이 돼 4년 새 3배 가량 늘었다. 지하의 공동을 확인해 후속 조치를 한 경우도 83건에서 266건으로 증가했다. 국토안전관리원의 한정된 인력만으로는 전국 지자체의 폭증하는 수요를 감당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예산이나 인력측면에서 부족한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하안전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개정안의 주된 내용은 그동안 지자체 자율에 맡겨졌던 지반침하 안전지도 제작을 시·도지사에게 의무화하는 것이다. 전문 인력을 보유한 광역지자체가 직접 안전지도를 만들어 공개함으로써 기초지자체의 행정 부담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AI) 기반의 탐사 장비와 지하정보 분석 시스템 구축을 위한 연구·개발(R&D) 근거도 담겼다. AI 활용을 통해 분석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산하에 중앙지하안전위원회를 신설해 안전관리체계를 일원화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황희 의원실 관계자는 “많은 지자체에서 지반침하 탐사 역량이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국토안전관리원도 부담이 많은 상황이지만 관리원같은 전문기관과의 상시 협력체계를 갖추고 법개정안도 함께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윤주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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