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올해 주총 키워드는 ‘안정 속 혁신’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3.23 16:35

24~26일 크래프톤·넷마블·넥슨·엔씨 등 주목
CEO 연임 리더십 구축, AI·글로벌로 돌파구 모색
조직 개편·사명 변경까지…체질 개선 신호 뚜렷

지난해 11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내 최대 게임쇼 '2025 지스타'에서 관람객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내 최대 게임쇼 '2025 지스타'에서 관람객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정기 주주총회 시즌에 돌입한다. 24일 크래프톤을 시작으로 넥슨(25일)에 이어 넷마블·엔씨소프트·카카오게임즈·NHN(26일) 등 굵직한 게임사들이 주주총회를 차례로 연다.


무엇보다 올해 게임업계 주총의 키워드는 최고경영자(CEO) 연임을 통한 '리더십 안정화'와 인공지능(AI) 등 신사업 확대를 통한 '미래 혁신'으로 요약된다. 실적 변동성이 커진 산업 환경 속에서 '안정과 변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이 본격 시험대에 오르는 모습이다.


◇ CEO 연임 러시…“검증된 리더십으로 버틴다"



23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주요 게임사들은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또는 이사회 의장 연임 안건을 핵심 의제로 올린 상태다.


크래프톤은 오는 24일 주총을 열고 장병규 의장·김창한 대표 등 재선임 안건을 다룬다. 특히 김창한 대표는 세 번째 연임에 도전한다. 김 대표는 2020년 6월 대표에 오른 뒤 2023년 3월 연임한 바 있다. 김 대표 취임 이후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지식재산권(IP)의 글로벌 흥행을 바탕으로 외형을 키웠다. 지난해 매출 3조3266억원을 기록하며 '3조 클럽'에 입성했다.



넥슨은 오는 25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정헌 대표이사 재선임 안건을 상정했다. 업계는 넥슨이 지난해 매출 4조5000억원을 돌파하는 등 최대 실적을 낸 점에서 안건의 무난한 통과를 예상한다.


넷마블 역시 오는 26일 주주총회에서 창업주 방준혁 이사회 의장 재선임 안건을 올렸다. 방 의장은 올해를 질적 성장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직 쇄신보다 기존 체질 개선과 성장 전략을 안정적으로 이어가겠다는 방침에 무게가 실린다.


카카오게임즈도 26일 한상우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임기를 2년이 아닌 이례적인 1년으로 설정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상우 대표는 지난해 5개 분기 적자가 이어진 와중에도 게임 출시를 2026년으로 미루며 완성도에 집중해 왔다. '오딘Q', '아키에이지 크로니클' 등 하반기 출시 기대작의 성과가 향후 경영 평가의 기준이 될 전망이다.


정우진 NHN 대표는 26일 주주총회에서 4연임에 도전한다. 지난해 NHN은 매출 2조5163억원, 영업이익 1324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2014년부터 회사를 이끌어온 정 대표는 게임업계 최장수 전문경영인 CEO로 꼽힌다. 올해 글로벌 IP 기반 신작 6종 출시를 예고한 만큼 게임 부문 반등 여부가 이번 임기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처럼 주요 게임사들이 일제히 연임 카드를 꺼내든 것은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환경과 무관치 않다.


업계에선 신작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글로벌 시장 공략이 본격화한 시점에서 경영진 교체보다 검증된 리더십을 유지해 전략의 연속성과 실행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신작 흥행 여부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상황에서 안정적인 경영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는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은 공격적인 변화보다 이미 검증된 경영진이 전략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 안정 속 더 과감한 변화…AI·글로벌 전략 전면에


다만 리더십은 안정에 방점을 찍었지만 미래 전략은 오히려 더 공격적으로 제시될 전망이다. 특히 AI를 중심으로 한 사업 확장이 이번 주총의 또 다른 핵심 키워드로 꼽힌다. 게임업계가 단순 콘텐츠 산업을 넘어 AI·로보틱스 등 기술 산업으로 외연을 확장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크래프톤은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피지컬 AI' 분야 협력을 발표하며 게임사를 넘어 기술 기업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번 주총에서도 AI를 중심으로 한 외연 확장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단순 게임 개발을 넘어 로보틱스·AI 기술 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하는 모습이다.


넥슨은 글로벌 조직 재편을 통해 성장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스웨덴 자회사 엠바크 스튜디오의 패트릭 쇠더룬드 대표를 일본 법인 초대 회장으로 정식 선임하는 안건을 처리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할 전망이다.


엔씨소프트 역시 변화의 폭이 적지 않다. 창사 이후 처음으로 사명 변경을 추진하며 기업 이미지와 사업 방향을 동시에 재정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이번 주총에서 사명을 '엔씨(NC)'로 변경하는 정관 변경 안건을 의결한다. 장기 부진을 털어내기 위한 체질 개선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제 관건은 이러한 변화가 실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안정으로 버티고, 혁신으로 돌파'라는 전략이 통할지, 그리고 AI와 글로벌 확장이 실적 반등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 게임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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