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전기요금 동결…에너지 위기에 가격신호 왜곡 논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3.23 11:35

연료비조정단가 ‘+5원’ 유지…가정용 12분기, 산업용 6분기 연속 동결
전쟁으로 LNG 현물가 10→21달러대, 국제유가 60→110달러대 급등
국제유가 하락기에도, 급등기에도 ±5원에 막혀 ‘작동 못하는’ 연동제
요금 동결로 소비절약 유인 소멸…“왜곡된 가격 신호 지속되면 시장 정상화 더 멀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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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계량기. 사진=연합뉴스

2분기 전기요금이 동결됐다. 중동발(發) 에너지 수급 위기임에도 요금이 동결되면서 소비 절약 유인이 소멸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전력은 23일 2분기(4~6월) 연료비 조정단가를 ㎾h당 +5원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등 모든 항목에서 변동이 없다. 가정용 전기 요금은 12분기 연속, 산업용은 6분기 연속 동결된다.


연료비 변동을 반영하는 '연료비 조정단가' 제도가 작동한 결과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제도의 취지가 또 한 번 무력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상승 압력이 반영되는 구간임에도 불구하고, 연료비 조정단가는 상한에 묶여 추가 조정이 불가능한 구조다. 실제 연료비 변동을 반영하면 현 수준을 넘어서는 인상 요인이 존재하지만, 제도와 정책 변수에 가로막혀 가격 신호는 또다시 왜곡되고 있다. 2월 말 발발한 중동 전쟁으로 동북아 LNG 현물가격은 전쟁 전 MMBtu당 10달러 초반대에서 20일에는 21달러로 올랐고, 같은 기간 국제유가도 배럴당 60달러대에서 110달러로 올랐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직전 3개월간 유연탄, LNG 등 연료 가격 변동분과 최근 1년간 변동분의 차이를 반영해 ±5원 범위 내에서 조정한다. 2분기 요금 기준이면 올해 1~3월 평균 가격이 반영된다. 전쟁이 2월 말 발생했으니 상승분이 평소보다 더 많아야 하지만 현재는 상한선인 '+5원'이 장기간 유지되고 있다.



문제는 이 제도가 국제 에너지 가격이 오를 때도, 내릴 때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당초 연료비 연동제는 국제 연료 가격이 상승하면 이를 요금에 반영해 소비 절약을 유도하고, 반대로 하락하면 요금을 낮춰 소비자 부담을 줄이기 위한 장치로 도입됐다. 그러나 실제 운용 과정에서는 정치·물가 요인에 가로막혀 '제때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던 2022~2023년에는 요금 인상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며 한전의 대규모 적자를 키웠고, 이후 가격이 안정 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도 요금 조정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이번 2분기 역시 유사한 흐름이다. 연료비 변동 요인을 반영하기보다는 한전의 재무 상황과 물가 안정 필요성이 우선 고려되면서, 제도는 다시 한 번 '정책적 판단'에 종속됐다.



한전은 “연료비 조정요금 미조정액이 상당한 점과 재무 상황을 고려해 정부가 +5원 유지를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연동제가 아니라 '정부 결정 요금'이라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구조가 반복될수록 전력시장 전반의 가격 신호가 왜곡된다고 지적한다. 연료비 상승이 요금에 반영되지 않으면 전력 소비 절감 유인이 약해지고, 반대로 하락분이 반영되지 않으면 소비자 신뢰도 역시 떨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LNG·석탄 등 연료 의존도가 높은 한국 전력 시스템에서 가격 신호 왜곡은 투자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유연성 전원이나 발전원별 경제성 판단이 실제 시장 상황과 괴리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결국 연료비 조정단가는 도입 취지와 달리 '있지만 작동하지 않는 제도'로 전락했다는 평가다. 국제정세가 안정적일 때도, 중동발 리스크 등으로 불안할 때도 동일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면 제도의 존재 이유 자체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지금 구조에서는 연료비 연동제가 아니라 사실상 정치적 요금 결정 시스템"이라며 “요금 현실화와 제도 정상화 없이는 한전 재무 문제도, 전력시장 왜곡도 동시에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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