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돌연 입찰 취소 이어 올해도 6월 공고 앞두고 기준 변경 추진
입찰용량 기존 1/3로 축소…국산 그린수소 및 기자재 사용 가점 확대
업계 “용량 확대는 커녕 오히려 축소, 변경 기준 맞추기 사실상 불가능”
에너지는 장기 투자산업, 정책 자주 조정되면 기업들 투자 대신 관망
▲청정수소발전(CHPS) 이미지. 사진=구글 제미나이
정부가 6월 청정수소발전(CHPS) 입찰 공고를 앞두고 물량 및 평가 기준 변경을 추진하고 있어 관련 사업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사업자들은 단기간 내에 바뀐 기준을 충족할 수 없기 때문에 변경 사항은 다음 입찰에 반영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요구하고 있다.
26일 정부 및 발전업계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관장하고 있는 올해 CHPS 입찰은 4~5월 공청회 및 설명회를 거쳐 6월 입찰공고를 내고, 하반기 평가를 통해 연말 계약 체결 일정으로 추진되고 있다.
CHPS(Clean Hydrogen Energy Portfolio Standards)란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청정수소를 발전연료로 사용해 그만큼 깨끗한 전기를 생산하는 정책사업이다. 2022년 수소법 제정을 통해 2024년부터 매년 일정 물량을 입찰에 부쳐 사업자를 선정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에는 새 정부 출범 등으로 입찰이 취소됐다.
올해는 기후부가 입찰을 재개해 6월 공고를 낼 예정이지만, 불과 3개월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갑자기 입찰물량 축소 및 평가 기준 변경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입찰물량은 기존보다 크게 줄은 1/3 수준이 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존 공고 물량은 연 3TWh이다. 또한 평가 항목 중 온실가스 감축 기여도와 산업·경제 기여도 부분에서 국산 그린수소 사용과 국산 기자재 적용 조건이 강화될 예정이다.
입찰을 준비하던 사업자들은 입찰 변경에 당혹감과 함께 불만을 보이고 있다. 이유는 크게 2가지이다. 변경 사항을 단기간 내에 충족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과연 CHPS 정책이 유지될지 불안감이 커졌다는 것이다.
입찰물량이 기존보다 1/3로 줄어들면 발전용량으로는 150~200MW가량이 된다. 이는 일반 LNG 발전기 300~500MW보다 훨씬 적은 수준으로, 그만큼 경제성을 확보하기가 어려워 진다.
국산 수소에 가점을 준다는 것은 청정수소 등급 평가 기준을 바꾸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재 청정수소는 국산과 수입산에 차이가 없다. 청정수소는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라 4등급으로 나뉘는데, 배출량은 원료 채굴부터 수소 생산단계까지만 계산하고, 온실가스가 가장 많이 배출되는 운송 부분은 경제성 확보를 감안해 제외하고 있다. 바뀐 기준이 운송 부분까지 배출량을 계산한다면 이미 해외 청정수소를 도입하기로 한 사업자는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발전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내부 투자 검토와 사업 구조 설계가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이다. 조건이 바뀌면 일정 지연은 물론 사업 자체를 다시 판단해야 한다"며 “이번 입찰은 기존대로 진행하고, 변경 기준은 다음 입찰부터 적용하는 것이 상식적"이라고 말했다.
과연 CHPS 사업이 유지될지도 사업자들한테는 큰 리스크로 다가오고 있다.
CHPS는 2024년 5월 첫 입찰이 시작됐고, 2025년 두 번째 입찰에는 더 많은 사업자들이 준비를 했으나, 계엄과 탄핵, 새 정부 출범, 부처 개편 등으로 결국 취소됐다. 올해 입찰이 재개된다는 소식에 사업자들은 만반의 준비를 마쳤으나, 공고 3개월도 안 남은 시점에서 물량 축소 및 기준 변경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나오자 사업 자체에 회의감을 보이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정책 신호를 보고 기업들이 움직였는데 중간에 조건이 바뀌면 그 리스크는 전부 민간이 떠안게 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의 핵심을 제도 내용보다 정책 신호의 안정성에서 찾는다. 에너지 산업은 장기 투자 산업이라는 특성상 정책의 방향이 유지될 것이라는 신뢰가 있어야 기업의 투자가 이어진다. 반대로 정책이 반복적으로 조정될 경우 기업들은 투자 대신 관망을 선택하게 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에너지 전환 정책의 방향이 조정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산업계의 투자 계획과 전력 수급 안정성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정책 변화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은 만큼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