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째 2만원 선 박스권”…소액 주주 성토장 된 HMM…흑자 자축 속 ‘본사 이전·거버넌스’ 격돌 [주총 현장]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3.26 18:15

최원혁 대표 “2030년 155만TEU 확보해 톱티어 도약”
신규 이사진에 주주 반발…“본사 이전 위한 거수기 전락”
“우리들엔 차등 배당해달라…지배 구조 개선·배당 촉구”

26일  오전 9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파크원 타워1 19층에서 열린 제50기 HMM 정기 주주총회 현장. 사진=HMM 제공

▲26일 오전 9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파크원 타워1 19층에서 열린 제50기 HMM 정기 주주총회 현장. 사진=HMM 제공

HMM이 글로벌 해운 시황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6년 연속 흑자라는 쾌거를 이뤘지만 정기 주주총회 현장의 분위기는 축제와는 거리가 멀었다. 경영진은 대규모 선대 확충을 골자로 한 장밋빛 미래 청사진을 제시했으나 객석을 메운 주주들은 '본사 부산 이전' 강행 우려부터 대주주 입김에 휘둘리는 지배 구조와 수년째 박스권에 갇힌 주가에 이르기까지 묵혀둔 불만을 쏟아냈다.


26일 HMM은 이날 오전 9시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파크원 타워1 19층에서 제50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상정된 제50기 재무제표 승인의 건을 비롯해 정관 변경·이사 선임 등 모든 안건은 원안 가결됐다.


◇최원혁 대표 “13.4% 높은 이익률…2030년까지 155만TEU 확보로 도약"



의장으로서 임석해 의사봉을 잡은 최원혁 대표이사 사장은 먼저 호실적을 바탕으로 주주들을 다독였다.


최 대표는 “지난해 글로벌 경기 침체와 국가 간 무역 갈등이 겹치며 불확실한 상황이 계속된 한 해였다"면서도 “효율적인 선대 운영과 고수익 화물 유치를 통해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액 10조8914억 원, 영업이익 1조4612억 원으로 6년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고 보고했다.



그는 13.4%에 달하는 높은 영업이익률을 질적 성장의 성과로 내세웠다. 이에 따라 1주당 700원(총 배당금 약 6602억 원, 시가 배당률 3.4%)의 현금 배당 안건이 주주들의 승인을 받았다. 미래 전략에 대한 청사진도 제시됐다. 회사를 글로벌 톱티어 선사로 도약시키기 위해 지난해 구체화한 '2030 중장기전략'에 따라 2030년까지 컨테이너 155만 TEU와 벌크 1275만 DWT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최 대표는 “친환경·통합 물류·디지털화 투자를 크게 확대하고, '넷 제로 2045'를 향한 탈 탄소 체계 구축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외이사 선임안에 주주들 반발…“거수기 전락" vs “적법한 검증 마쳐"


그러나 순조롭던 주총의 분위기는 임기 2년의 신규 사외이사와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안양수 전 법무법인 세종 고문과 박희진 부산대학교 부교수를 선임하는 안건이 상정되며 격해졌다. 발언권을 얻은 주주 김보라 씨는 두 후보의 이력을 조목조목 짚으며 이사회의 독립성 결여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김 씨는 “사외이사는 경영진을 감시하고 자문할 수 있는 전문성이 필수"라며 “공직 생활을 거쳐 산은 부행장까지 지낸 기업 구조조정 전문가인 안양수 후보가 과연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산업은행이 HMM의 대주주이자 핵심 이해 관계자인 상황에서 사외이사의 본질적 기능을 상실하고 대주주의 꼭두각시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었다. 이어 박희진 후보에 대해서도 날 선 비판을 가했다. 김 씨는 박 후보가 해양이나 항만 전문가가 아닌 부산 지역을 기반으로 한 학자라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회사가 직면한 본사 이전이라는 사안에 대해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위치"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인사가 경영상 필요가 아닌 본사 이전 강행을 위한 '거수기 세우기'로 보인다며 “이사회가 지역 안배의 장이 돼선 안 된다"고 일갈했고, 현장에서는 동조하는 주주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최 대표는 즉각 진화에 나섰다.


그는 “두 후보 모두 사외이사 추천위원회를 통해 상법상 요구되는 회계 및 재무 전문가로서의 자격을 충분히 검증받았다"며 “각자의 분야에서 축적된 전문성을 바탕으로 독립적인 위치에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본연의 역할을 다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반박했다. 특히 지역 안배 논란에 대해서는 “이번 주총은 상법이 요구하는 지배 구조를 갖추는 적법한 자리"라며 “별개의 건(본사 이전)과 연관 지어 생각하는 견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의장의 역할을 벗어나는 것 같다"며 선을 그었다.


또한 주주석에서 제기된 이사회 정족수 우려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이번 선임으로 HMM 이사회는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3명 등 총 5인 체제로 운영된다.


최 대표는 “이는 대규모 상장 회사가 3명 이상의 사외이사를 선출하도록 하는 법적 요건을 충족하는 것"이라며 “과거 4년 간 동안 5인 체제로 운영해 경영상 안전에 문제가 없었으며, 향후 충원이 필요하면 이사 수 증대도 고려하겠다"고 덧붙였다.


표결 결과, 안양수 후보 선임의 건(반대 12만9928주)과 박희진 후보 선임의 건(위임장 반대 15만2394주)은 모두 3% 초과 의결권 제한 규정이 적용된 가운데 통과됐다.


◇거버넌스 개선 요구 분출…“다음 주총 때 제안해 달라"


대주주 입김에 대한 불만은 지배구조 개선 요구로 이어졌다.


HMM 기업 거버넌스 대표격으로 나선 한 주주는 “한국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 등으로 구성된 구조 탓에 소액주주로서의 한계가 명확하다"며 “이는 회사가 강조하는 ESG의 핵심인 투명하고 독립적인 의사결정에 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타 기업들의 사례를 들며 거버넌스 개선과 권익 보호를 위해 소액주주 추천 사외이사를 선임해 줄 것을 대표이사에게 공식 제안했다.


이에 최 대표가 “상법 제363조의 1에 따라 주주총회일 6주 전 서면이나 전자문서로 사외이사 선임을 제안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돼 있다"며 원론적인 법적 절차를 안내하자 주주들의 불만은 더욱 커졌다.


주주 정성철 씨는 “의장의 말은 결국 대주주의 의도대로 계속 사외이사를 구성하겠다는 것으로 들린다"며 “소액 주주를 위해 한 자리라도 할당해 주시기를 부탁하며, 이사회나 대주주와 꼭 협의해달라"고 재차 호소했다.


하지만 최 대표는 “다음번 정기 주총 때 해당 제도를 참조해 제안해 주시면 감사하겠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본사 이전' 뇌관 폭발… “법적 근거 없는 이전은 배임 행위"


이날 주총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한 것은 이사 보수 한도 승인의 건(한도 20억 원 상정, 전년도 실제 집행 18억 원)을 논의할 때였다. 주주 정성철 씨는 회사의 가장 큰 위기 요인으로 '본사 부산 이전' 문제를 꼽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정 씨는 주총 안내 문구에 적힌 '지난 반세기 수많은 시련을 슬기롭게 극복해왔다'는 문구를 인용하며 “지금 회사의 존립과 주주 가치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문제는 본사 이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신규 이사진이 꾸려지면 5월 임시 주총을 열어 정관을 변경하고, 지방 선거 전에 이전을 강행하려는 것 아니냐는 짙은 의구심을 표출했다.


또한 그는 이전 추진의 명분이 철저히 정치적이라고 꼬집었다.


정 씨는 “대주주만 대표하는 이사회의 독립성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든다"며 “헌법 제59조 조세 법률주의에 위배되는 불확실한 가정과 세제 혜택 명목으로 수천억 원의 매몰 비용을 감수하려는 것은 배임 행위"라고 엄중 경고했다.


노사 갈등으로 인한 파국적 결과도 짚었다.


정 씨는 “이전 강행은 노조의 총파업을 불러 수출 물류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결국 고객 이탈과 해운 동맹 내 신뢰도 하락이라는 수치로 환원할 수 없는 피해를 남길 것"이라며 관련 검토 자료의 투명한 공개를 강하게 압박했다.


최 대표는 “주식회사의 이사는 회사와 총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변하고 보호해야 할 막중한 임무를 띠고 있다"며 “말씀하신 사안에 대해 그 임무에 위배되는 일 없이 최선의 결과가 도출되도록 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소액 주주의 절규 “차등 배당이라도 해달라"


수년째 제자리걸음인 주가에 대한 억울함도 터져 나왔다. 경기도 양주시에서 아침 식사도 거른 채 주총장을 찾았다는


한 소액 주주는 “다른 회사 주가는 천장을 뚫고 치솟는데 HMM은 2만 원대에서 오르락내리락만 반복한다"며 울분을 토했다. 그는 “산업은행과 해진공 등 든든한 대주주를 둔 상황에서 억지스러운 요구일지 모르나, 소액 주주들에게만이라도 차등 배당을 실시하는 방안은 고려해 볼 수 없느냐"며 “경영진과 대주주가 가슴에 손을 얹고 우리의 입장을 헤아려 달라"고 호소했다.


답변에 나선 재경본부장은 “현재의 배당은 모든 주주에게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한 것"이라며 당장의 차등 배당 선을 긋고 “영업 자산 투자를 통한 주주이익 극대화로 주가 부양을 이끌어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항공 물류 진출? 글로벌 8위인 컨테이너·벌크 사업 내실화가 우선"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 대응하기 위한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한 주주는 중동 사태로 인한 이익 감소를 우려하며 에어 카고(항공 물류) 부문에 투자할 의향이 없는지 물었다.


하지만 최 대표는 해운업 본질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그는 “CMA-CGM 등 일부 글로벌 톱티어 선사들이 에어 카고를 병행하고 있지만, 현재 컨테이너 선복량 100만 TEU로 글로벌 8위인 우리 회사가 200만 TEU 이상의 7위권으로 도약하는 것조차 벅찬 현실"이라고 답변했다.


과거 LX판토스에서 육상·항공 물류를 모두 경험해본 최 대표는 “현 시점에서 HMM은 해운 역량에 모든 힘을 쏟아 해운 동맹 내에서 시너지를 내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못 박으면서도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강조했다.


최 대표는 “현재 회사가 보유한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 등 벌크선은 14척에 불과한데, 이는 장금상선의 137척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며 “컨테이너 사업에 쏠린 리스크를 벌크 사업으로 헤지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하며, 부진한 터미널 사업의 체질도 개선해야만 2030 중장기 전략 달성이 가능하다"고 설명하며 질의응답을 마무리 지었다.


한편 이날 주총에서는 '집중 투표제 배제 조항 삭제'를 골자로 하는 정관 일부 변경의 건도 99.9%의 압도적인 찬성률로 가결돼 향후 지배 구조 변화의 가능성을 열어두며 50번째 정기 주주총회의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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