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또 “속도내라”지만…호남반도체 ‘실행 계획’이 없다

전지성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9.30 10:30

삼성 6개사, 美 AI인프라 기업에 10억달러 투자
SK는 엔비디아와 최대 2GW AI 팩토리 추진 중
대통령 주재 회의서도 ‘전력·재원·착공일정’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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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6월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기업 투자 발표 후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과 SK가 미국에서 투자액과 사업 규모, 가동 시점을 제시하며 인공지능(AI) 인프라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의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는 호남 반도체 메가프로젝트는 대통령 주재로 세 차례 점검회의를 열고도 부지와 전력망 재원, 기업의 투자계획 등 핵심 실행 방안이 공개되지 않았다.


30일 재계와 정부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호남 반도체 메가프로젝트 등 국가 메가프로젝트의 정주 여건 조성 방안을 논의하는 세 번째 점검회의를 주재했다.


이 대통령은 주거·교육·의료·문화 여건을 개선해 기업 임직원과 가족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는 광주 군 공항 임시 이전과 산업단지 조성, 용수 및 전력 공급 방안 등을 보고했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서도 호남 반도체 산업단지의 최종 부지와 산단 조성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전력망을 누가 건설하고 비용을 어떻게 분담할지, 반도체 공장 가동에 맞춰 언제까지 완공할지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도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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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전지성 기자

◇ 세 번째 점검회의에도 부지·전력·투자계획은 '빈칸'



이 대통령은 회의에서 “이제는 어느 사업에 얼마나 재정을 투자할지 구체화할 때"라며 관계 부처에 사업계획과 재원 조달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정부 스스로 사업별 예산과 재원 마련 방안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력 공급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남아 있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전력망 확충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총 25조원가량을 선납하는 방안을 요청했지만 두 회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정부와 한전이 어떤 대체 재원을 마련할지, 기업 부담과 재정·한전 투자를 어떤 비율로 나눌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정부는 앞서 2028년 말까지 1단계 전력망을 구축하고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열병합·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등을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하루 65만t 규모의 용수도 2030년까지 확보할 계획이다.


하지만 반도체 공장 1단계 완공 목표가 2029년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일부 용수 시설은 2030년 준공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광주 동복댐 신설 역시 2027년 하반기 착공해 2030년 완공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어 공장 건설 일정과 기반시설 조성 시점이 맞물릴 수 있는지 추가 점검이 필요하다.



기업 투자계획도 여전히 공백으로 남아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호남에 각각 얼마를 투자할지, 첫 공장을 언제 착공하고 어떤 반도체 제품을 생산할지에 대한 공식 발표는 나오지 않았다. 후보 부지의 규모와 입주 방식, 향후 생산시설 증설 계획도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회의의 핵심 의제였던 정주 여건 사업 역시 방향만 제시됐다. 정부는 주거·교육·의료·문화 인프라를 확충하고 기업 직원과 가족의 수요를 반영하겠다고 밝혔지만 사업별 예산과 담당 기관, 착공 및 완료 시한은 공개하지 않았다.


김용관 삼성전자 사장은 회의에서 외국인 근로자 채용과 관련한 어려움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K-테크 패스 적용 대상 학교 확대 등을 검토하기로 했지만 이날 기업들이 제기한 전체 요구사항과 이에 대한 부처별 답변은 공개되지 않았다.


◇ 미국선 투자액·가동 시점까지…젠슨 황과 AI 동맹 가속


미국에서 진행되는 삼성과 SK의 AI 사업과는 대조적이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SDS, 삼성SDI 등 삼성 계열사들은 미국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기업 '헬릭스 디지털 인프라'에 총 1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투자액만 5억달러다. 데이터센터 개발·운영부터 전력, 송배전망, 통신망까지 AI 인프라를 묶어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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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8월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윌라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리셉션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

SK그룹도 엔비디아와 협력해 최대 2GW 규모의 AI 팩토리를 구축하고 2027년부터 단계적으로 가동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SK하이닉스의 HBM4를 엔비디아 차세대 AI 시스템에 공급하는 동시에 SK텔레콤을 중심으로 AI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 사업까지 확대하는 전략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9일 미국 뉴욕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협력 관계를 재확인했다. 이 회장은 코리아소사이어티 연례 갈라에서 황 CEO의 밴 플리트상 수상을 축하하는 연설을 했고, 최 회장은 건배사를 맡았다. 신규 계약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두 그룹 모두 미국에서는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투자 대상과 사업 규모, 협력 구조를 구체화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호남 반도체 메가프로젝트와 관련해 이 회장과 최 회장에게 직접 투자 의향을 확인할 기회도 사실상 무산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 증인 채택 과정에서 두 회장의 출석 요구가 제기됐지만 여야 이견 끝에 최종 증인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총수의 국감 출석이 반드시 실질적인 답변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정부 점검회의에서도 기업별 투자계획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두 기업의 공장 투자액과 착공 시점, 부지 선정에 대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확인할 통로까지 줄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호남 반도체 메가프로젝트가 실행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부지 확정과 함께 전력·용수 공급 시점, 기반시설 건설비 분담, 기업 투자계획이 하나의 일정표로 제시돼야 한다. 정주 여건 역시 돔구장이나 문화시설 같은 구상보다 예산과 시행 주체, 완공 시한을 먼저 확정할 필요가 있다.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미국 사업은 투자액과 파트너, 가동 시점이 계약을 통해 구체화되고 있지만 호남 프로젝트는 정부가 목표를 제시하고 기업에 참여를 요청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며 “공장 착공 시점과 전력망 완공 시점, 비용 부담 주체가 확정돼야 기업도 실질적인 투자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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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전지성 기자 입니다. 산업부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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