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윤주의 부동산생태계] ‘천원주택’ 롱런 위해 필요한 것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3.29 08:00

로또 정책 안 되려면 취약계층 우선·체질 개선 병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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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지방자치단체별 '천원주택' 관련 공급 규모. 사진=송윤주기자

하루 임대료 1000원만 내고 살 수 있는 인천광역시 '천원주택'이 인기를 끌자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잇달아 유사 정책을 내놓았다. '천원주택' 정책을 둘러싸고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판과 인구 감소를 마주한 지자체가 '뭐라도 해야하지 않냐'는 위기감이 공존하는 상황. 전문가들은 반짝하고 그칠 정책이 되지 않으려면 취약계층 우선지원과 정책의 지속가능성, 지역경제 전반의 체질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29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 결과, 인천 천원주택에서 하루 임대료 1000원만 내고 살 수 있는 이유는 인천시가 해당 주택을 직접 재임대하는 구조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인천시 천원주택은 전세임대와 매입임대 두 방식으로 운영된다. 전세임대는 입주 대상자가 자신이 살 집을 고르면 인천도시공사(iH)가 해당 주택 소유자와 전세계약을 맺은 뒤 대상자에게 재임대한다.



매입임대는 iH에서 보유한 매입임대주택을 월 3만원의 임대료만 내고 최장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게 지원한다. 인천도시공사가 신축 건물을 직접 사들여 임대하는 방식이다.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전세임대형 천원주택 예비 입주자 모집 결과 총 700가구 모집에 3419가구가 신청해 4.8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천원주택 입주 대상자는 결혼 7년 이내 신혼부부와 입주일 전까지 혼인신고를 한 예비 신혼부부, 한부모 가정 등이다.



지원 한도는 혼인 7년 이내 또는 신생아 가구 대상인 '신혼·신생아Ⅱ' 유형은 2.4억원, 무주택 세대 구성원 대상인 '전세임대형 든든주택' 유형은 2억원이다.


지난해에는 전세임대 500가구, 매입임대 500가구로 절반씩 나눴지만 올해는 전세임대 700가구, 매입임대 300가구로 전세임대 비중을 높였다. 소요 예산은 2025년 1000호 공급 기준으로 연간 36억원이다.


인천시가 2023년 저출생 대응 주거정책으로 천원주택을 선보인 이후 포항시, 전남 보성군·고흥군·진도군·신안군·강진군·곡성군·영암군·장흥군, 제주 등 전국 지자체가 잇달아 유사 모델을 도입했다.


◇ 각 지역으로 퍼진 '천원주택'

인천이 2023년부터 매년 1000가구씩 공급하는 것과 비교하면 다른 지역들의 공급량은 적은 편이다. 포항은 2026년 100가구 공급 예정으로 연간 7억원 예산이 소요된다.



천원주택을 최초로 도입한 전라남도 화순군 역시 2026년 100가구 공급 예정이다. 올해 100가구 공급 기준으로 연간 4억8000만원 예산이 소요될 예정이다.


2024년부터 청년임대주택 지원사업을 진행해 온 여수시는 임대보증금 0원 주택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 22가구 공급 예정으로 2024년 17가구 공급 기준으로 연간 10.5억원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전남형 만원주택'사업은 보증금 없이 월 1만원 임대료로 최장 10년 동안 거주할 수 있게 하는 정책이다. 다른 사업들과 달리 건설형 만원주택을 기획해 신축 아파트를 공급한다. 보성군(50가구)·고흥군(50가구)·진도군(60가구)·신안군(50가구)·강진군(50가구)·곡성군(53가구)·영암군(50가구)·장흥군(54가구) 총 8개 군이 장기적으로 417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총사업비는 2157억원이다. 국토부 2025년 지역 제안형 특화 공공임대주택 공모 선정돼 향후 3년간 1178억 원 규모의 정부 재정지원을 확보한 상태다.


제주 3만 원 주택 사업은 2026년 35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소요 예산은 연간 9억7300만원이다.


◇ 재정 부담은 지자체 몫

전남형 만원주택 사업에서 직접 건설 방식을 택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지방 지자체들이 공통적으로 매입임대 위주의 정책을 펴고 있다.


앞서 인천시가 전세임대 비중을 높인 이유에 대해 관계자는 입주자에게 자신이 살 집을 고를 수 있게하는 선택지를 넓히기 위함이라고 했지만 시의 재정 부담 완화도 이유다.


인천연구원 '천원주택 공급 및 입주자 특성에 따른 개선방향' 분석에 따르면, 매입임대의 경우 인천시가 직접 건물을 사들여야 하기 때문에 국토부 지원 금액을 초과하는 비용을 자체적으로 부담해야 한다. 전세임대는 보증금 한도를 초과하는 금액만 입주자가 내기 때문에 매입임대가 시의 재정에 더 부담이 되는 구조다.


연구원은 iH·인천시 입장에서 매입임대주택이 전세임대주택보다 4100만 원에 추가 임대료 지원까지 더한 비용 부담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매입임대주택 500호 공급 시 약 553억원의 사업비 부담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방은 수요 자체가 적어 대부분 매입임대 위주로 연간 50~100가구 수준의 소규모 물량만 공급하고 있다. 인천이 매년 1000가구씩 공급하는 것과 대비되는 규모다. 매입임대 방식으로 소규모 물량만 공급하다 보니 정책의 지속가능성 문제가 제기된다.


◇ “극소수 로또 혜택"…선심성 정책이란 비판 피하려면

전문가들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구조에서는 '로또'와 다를 바 없다고 지적한다. 최원철 연세대 미래부동산개발 책임교수는 “모든 청년이 똑같이 공평한 기회를 가져야지 세금으로 극소수에게 로또 혜택을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LH가 공급하는 것도 9000가구"라면서 “많이 공급한다고 하는 인천시도 매년 1000가구 공급하는 것은 굉장히 작은 물량"이라고 말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세 대비 50% 수준으로 저렴하게 공급하는 일반 공공임대처럼 더 많은 가구를 지원하는 편이 낫다"며 “새로 지어서 공급하는 경우 10평만 줘도 평당 1000만원 씩 들면 땅값은 없다 치더라도 한 가구당 건축비만 1억 원 소요되는데 유지·관리비, 수선비는 하나도 못 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전남형 만원주택처럼 신축 아파트를 직접 짓는 방식은 국토부 공모 선정으로 일부 재원을 확보했다 하더라도 나머지 사업비는 지자체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이런 비판을 완화하려면 취약계층 위주로 우선순위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천원주택 정책 목적 자체가 인구 감소를 막고 청년층이 가정을 꾸려 해당 지역에서 자리잡게 하는 데 있는 만큼 현재는 저소득 취약계층은 주요 입주 대상자가 아니다.


2025년 기준 매입임대형의 경우 계약이 완료된 입주자는 신생아 가구가 67.2%(246가구), 한부모 가족이 32.8%(120가구)를 차지했다. 전세임대형은 한부모가족을 모집대상에 포함했지만 실제 계약까지 이어진 한부모 가족은 없었다. 전세임대형은 신생아가구가 100%(54가구)를 차지했다.


근본적인 처방으로 전문가들이 입을 모으는 건 지역 경제의 체질 개선이다. 집만 있다고 사람이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자리가 생기면 인구가 유입되고, 인구가 모이면 교육·의료 같은 생활 인프라 문제도 자연스레 해결된다.


권대중 한성대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요코하마시의 경우 빈집을 공짜로 얻을 수도 있지만 사람들이 가지 않는 이유는 일자리 때문"이라면서 “우리나라는 인구 감소 속도가 일본보다 가파르므로 지방소멸문제를 해결하려면 지방경제를 살리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주거와 일자리 연계에 소홀한 것은 아니다. 인천시의 경우 iH가 매입한 신축건물들은 직주근접을 위해 가까운 거리에 지하철역이 있고 인근 어린이집과 초등학교 등 교육환경도 고려한 곳들이다.


특히 전남형 만원주택 사업의 경우 일자리와 연계를 위해 강진군은 중국기업 유치를 확정짓고 옛 성화대 청년 글로컬 사업을 진행한다. 곡성군은 금호타이어 공장 일자리 창출과 연계했다. 영암군의 경우 지역특화 임대형 스마트팜과 영암읍 콤팩트 시티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인구 감소라는 실존적 위기 앞에서 '뭐라도 해야 한다'는 지자체의 절박함을 전문가들도 외면하지는 않는다. 그럴수록 한정된 재원을 가장 필요한 곳에 집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권 교수는 “기초생활 수급자 같은 취약계층 우선 지원을 원칙으로 삼고, 지역 일자리 육성과 병행하는 장기 로드맵이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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