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 재편 정부와 발맞춰…양극재 개발 계획대로”
“주주 가치 제고 노력 중…이사회서 논의할 것”
‘권고적 주주제안 도입’ 등 팰리서 측 안건은 부결
▲김동춘 LG화학 사장이 31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LG화학 제25기 정기 주주총회 장소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정승현 기자
김동춘 LG화학 사장이 31일 “나프타 수급이 아직 원활한 상황이 아니라 시장 상황을 보면서 대응할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러시아산 나프타 추가 구입이 어려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LG화학 제25기 정기 주주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최근 미국의 대러 제재 허용 범위 내에서 러시아산 나프타를 수급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지난달 28일부터 한 달 넘게 이어진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석유화학산업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에 대한 수급 위기감을 직접 드러낸 것이다.
LG화학은 나프타 수급 차질 가능성에 대비해 지난 23일 전남 여수2공장이 보유한 에틸렌 연산 80만톤 규모의 나프타분해설비(NCC) 1기를 가동 중단했다. 전날에는 산업통상부 지원 아래 러시아산 나프타 2만7000톤을 수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대러 금융제재를 오는 4월 11일까지 일시 완화해 러시아산 원유와 석유제품을 공급받는 것이 가능해진 상황이다.
김 사장은 석화업황 회복 시점을 묻는 질문에 “미-이란 전쟁 때문에 예측하기 쉽지 않다. 매일매일 시황을 확인하며 대응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수 석화산단 내 LG화학과 GS칼텍스 간 사업재편 논의에 대해서도 김 사장은 “정부의 전반적인 사업 재편 계획에 맞춰 적극 대응하고 있다"며 “조금 더 속도 있게 진행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만 전했다.
양극재 사업에 관해선 “(전방산업)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업황 회복 시점에 맞춰 차별화된 양극재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 일부 제품에 쓸 양극재를 LG화학 대신 엘앤에프가 공급할 예정이라는 보도와 관련해 “LG화학의 양극재 개발 계획을 차분히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니켈 비중을 94%로 늘린 삼원계 배터리용 울트라 하이니켈 양극재를 계획에 따라 선보인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한편, 김 사장은 주주 가치 제고에 대한 회사 의지에 변함이 없다는 뜻도 피력했다. LG화학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주주환원 확대와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기존 81%에서 70% 수준까지 낮추겠다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내놓았다. 실제로 김 사장은 지난 25일자로 9970만원 어치의 자사주 주식 매입을 단행하기도 했다.
다만, 영국계 행동주의 펀드 팰리서 캐피탈 측이 이번 주총에서 권고적 주주제안 제도와 선임이사제도 도입 등을 주주제안 안건으로 올려 LG화학 주총의 변수로 떠올랐지만, 주총 투표 결과 부결됐다. 국민연금은 해당 주주제안 안건에 반대 표를 던졌다. 순자산가치(NAV) 할인율 공개와 LG에너지솔루션 지분 추가 유동화 같은 안건도 자동 폐기됐다.
주주제안 안건의 부결 뒤 김동춘 사장은 “LG화학을 주주들의 가치 제고에 더 신경 쓰는 회사로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한 뒤 “오늘 주총에서 나온 주주 말씀들을 이사들과 논의한 뒤 방향이 잡히면 추후 말씀드리겠다"며 주주환원정책을 예고했다.
앞서 주총 인사말에서 김 사장은 “신임 최고경영자(CEO)로서 향후 2~3년내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실행력이 강한 기술 중심 기업으로 LG화학을 변화시켜 나가고자 한다"며 “어떠한 경영 환경 속에서도 수익성과 성장성에서 경쟁사를 앞서는 회사를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수익성 회복과 미래지향적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위해서는 “석유화학 사업을 저수익 범용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더욱 가속화하고, 신규 성장 영역 중심의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빠르게 재편해 나갈 것"이이라고 말했다.
이어 “첨단소재 사업은 차세대 고성능 양극재 개발을 가속화하고 차별화된 기술을 기반으로 폐배터리 리사이클 사업에 진입해 원가 경쟁력을 한층 높일 것"이라며 “에너지저장장치(ESS)용 양극재도 LG화학만의 신규 공정 기술 적용해 시장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했다.
생명과학 사업에서 관해서는 “항암 파이프라인의 임상을 보다 체계적으로 추진하는 동시에, 신약후보 물질을 지속 발굴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김 사장은 “최고기술책임자(CTO) 조직의 연구개발 역량을 한층 보강해 신사업과 신제품 개발을 더욱 강화하겠다"며 “현재 새롭게 준비중인 AI용 첨단 반도체 패키지 소재 사업을 확대하고, 다품종 소량 특성을 가지고 있는 방열·절연 등 기능성 접착제 사업 역시 차별화된 기술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LG화학은 팰리서 캐피탈 측의 주주제안 안건을 제외한 나머지에 해당하는 김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과 개정 상법 시행에 대비한 정관 개정을 포함한 주요 안건을 원안대로 가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