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中企 경기전망지수 큰 폭 하락…피해 94% 물류에 집중
납품대금연동제·긴급물류바우처 제도 모두 '사각지대' 존재
“에너지비용도 연동제에 포함하고 물류비 지원대상 확대해야"
▲경기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한 달을 넘기면서 국내 중소기업계의 봄철 경기회복 기대감에 찬물이 끼얹어졌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2026년 4월 중소기업 경기전망조사'에 따르면, 4월 중소기업 전 산업 업황전망 경기전망지수(SBHI)는 80.8로 전월(82.5) 대비 1.7포인트(p) 하락했다. 3월 들어 88.1까지 치솟으며 강한 반등을 예고했던 중소제조업의 4월 전망치 역시 80.7로 한 달 만에 7.4p 급락했다.
SBHI는 100 이상이면 긍정적으로 전망한 업체가 그렇지 않을 것으로 보는 업체보다 많음을 의미하며, 100 미만이면 그 반대를 뜻한다. 4월 중소기업 경기전망을 부정적으로 내다본 중소기업이 크게 늘었다는 의미다.
중소제조업의 평균가동률도 지난해 1월 69.6%에서 점진적인 회복세를 타며 같은 해 11월 77.9%까지 올라 고점을 찍었으나, 이후 12월 75.5%, 올해 1월 73.8%, 전쟁이 발발한 2월 73.6%로 3개월 연속 하락했다.
중소기업 현장의 가장 큰 피해 요인은 전방위적인 '물류 쇼크'다. 중소벤처기업부에 접수된 '중동전쟁 관련 중소기업 피해·애로 현황'을 분석한 결과, 3월27일 기준 전체 애로사항 284건 중 운송 차질이 170건(59.9%), 물류비 상승이 96건(33.8%)으로 집계됐다. 현장 애로의 93.7%가 물류 부문에 집중된 것이다.
글로벌 해상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 역시 전쟁 발발 직전인 2월27일 1333.1에서 3월20일 1706.95로 약 28% 상승하며 원가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물류 지연과 수급 불안의 파장은 내수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 중이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KOSI) 보고서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로 수출한 A사는 선박 도착 지연으로 결제가 막혔고,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부품을 수출하려던 B사는 바이어와 연락이 두절돼 선적이 연기됐다. 특히 2024년 기준 중동 수입 의존도가 82.8%에 달하는 나프타의 톤당 가격이 단기간에 45%나 급등하면서 플라스틱 업계의 납기 지연이 발생하고 있다.
▲중소기업 업황전망 경기전망지수
문제는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현행 제도들이 이러한 물류 중심의 피해 양상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원가 상승분 부담을 덜기 위해 시행 중인 '납품대금 연동제'의 경우, 관련 지침상 적용 대상이 납품대금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원재료'에 엄격히 한정된다.
또한 규정상 '노무비와 경비는 제외됨'이라고 명시되어 있어 현재 중소기업 피해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해상 물류비 폭등이나 산업용 전기료 인상분(경비)은 대기업 납품 단가에 연동할 수 없다. 실질적인 고통의 원인인 물류·에너지 비용이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이면서, 원가 상승 압박을 하청 중소기업이 자체적으로 흡수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정부 차원의 긴급 지원망 역시 현장의 복합적인 위기 상황과 다소 엇갈리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대응책의 일환으로 105억원 규모의 긴급 물류바우처를 편성했으나, 지원 대상을 '중동 수출 중소기업'으로 한정했다. 그러나 글로벌 주요 선사들이 중동 상황과 연료비 상승을 이유로 유럽과 아프리카 등 다른 노선에까지 비상유류할증료(EFS) 및 전쟁위험할증료 등을 추가 부과하고 있어, 중동 외 지역으로 수출하는 기업들도 물류비 직격탄을 맞고 있음에도 지원에서 빗겨나 있다.
특히 선박 확보의 최전선에서 분투하는 중소 포워더(국제물류주선업) 업체들의 유동성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포워더 업체들은 화주와 운송사 사이에서 우회 운송에 따른 추가 운임이나 할증료를 선결제해야 하는 이중 부담을 안고 있다. 그럼에도 현행 긴급 물류바우처 등은 직접 수출 화주 기업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물류 공급망의 핵심 고리인 중소 포워더들은 지원 대상에서 원천 배제된 실정이다.
제도적 맹점을 보완하기 위해 중소기업계는 정부에 공급망 전반을 아우르는 세밀한 정책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최근 대정부 공식 건의를 통해 물류비 지원 대상을 전 노선 수출기업으로 확대하고, 포워더 중소기업을 위한 긴급 물류 금융 지원체계를 별도로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납품대금 연동제와 관련해서도 중소기업계는 대외 변수로 인한 충격이 중소기업 생태계 붕괴로 이어지지 않도록, 위기의 본질에 맞춰 제도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현실적인 대안 마련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현재 에너지 비용이나 물류 비용을 납품대금 연동제에 포함시키기 위해 정부에 건의를 진행 중"이라며 “에너지 비용은 포함될 가능성이 일부 엿보이나, 물류 비용의 경우 적용 기준을 설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계속 논의 중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