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요자’ 임대차 시장에 불똥튀나 [가계부채 대책 파장]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4.02 18:36

정책대출 비중 30% → 20%까지 조절
청년·취약계층 직접 피해 고려
전세보증비율 축소 방점

무주택자, 다주택자 매물 매수하면
실거주 의무 임대차계약까지 유예
누더기 규제에 전세매물 축소 우려

상반기 서울 아파트 거래 침체, 6억원 이하 아파트가 매매 주도

▲정부는 올해 가계부채 총량관리 목표를 2025년도 실적(증가율 1.7%)보다 강화된 1.5%로 설정하고, 정책대출 비중을 현행 30%에서 20% 수준까지 점진적으로 축소한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과 금융의 과감한 절연을 목적으로 엄격한 가계부채 관리 기조를 이어가면서 실수요자와 아파트 임대차 시장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전세보증비율을 축소해 정책대출 비중을 현행 30%에서 20% 수준까지 점진적으로 줄이고, 추후 투기적 목적의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 방안도 발표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수도권, 규제 지역 주택구입목적 주담대의 최대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한 상황에서 각종 규제가 추가로 나옴에 따라 시장의 혼란은 가중되고, 거래 절벽으로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효과'가 심화될 것으로 우려했다.



◇ '부동산 규제 사각지대' 정책대출 비중 줄어든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가계부채 총량관리 목표를 2025년도 실적(증가율 1.7%)보다 강화된 1.5%로 설정하고, 정책대출 비중을 현행 30%에서 20% 수준까지 점진적으로 축소한다.



청년, 취약계층 등을 중심으로 자금은 계속해서 공급하되, 그 외 대상에는 전세보증비율을 축소하는 식으로 정책대출 비중을 줄인다는 구상이다.


정부가 정책대출을 축소하기로 한 것은 실수요자들이 부동산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보금자리론, 디딤돌 대출로 쏠리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보금자리론 개요.

▲보금자리론 신청대상, 대출요건, 상품구조.(자료=한국주택금융공사)

예를 들어 규제지역에서 대출을 받을 때 일반 차주는 LTV 40%를 적용받지만, 정책대출에서 디딤돌 대출은 LTV 최대 70%, 총부채상환비율(DTI) 60%가 적용된다. 생애 최초와 부부 합산 연 소득 7000만원, 주택가격 6억원 이하, 무주택자가 받을 수 있는 보금자리론도 LTV 최대 70%, DTI는 최대 60%가 적용된다.


대출한도도 비교적 넉넉하다. 보금자리론은 대출한도가 최대 3억6000만원, 다자녀 및 전세사기 피해자는 4억원, 생애최초 주택구입자는 4억2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정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현행 89%에서 2030년까지 80% 수준까지 낮출 계획인데, 민간대출만 줄여서는 정책적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정부가 정책대출에 한해서는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정책대출은 서민 자금 공급을 뒷받침해주는 상품으로, 대출 비중을 급격하게 축소하면 실수요자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의 구상대로 부동산 규제가 집값 안정화로 이어지면 전세대출 잔액도 줄어들어 정책대출도 자연스럽게 감소하는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책대출은 주로 신혼부부, 사회초년생 등이 이용하기 때문에 과감하게 정책대출을 손댈 것 같진 않다"며 “최근 정부가 청년, 중저신용자 대상으로 자금 공급을 확대하는 점에 비춰보면, 정책대출 역시 수요를 고려해 탄력적으로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일시적 갭투자 허용?...'실거주 의무 이행' 핵심

정부가 다주택자의 매물 출회를 유도하고자 무주택자에게 전세 낀 매수(갭투자)를 일시적으로 허용하고, 투기성 1주택자를 겨냥한 규제를 예고한 점도 시장 불확실성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현재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주택을 취득하면, 매수자가 4개월 안에 해당 주택에 실거주해야 한다.


그러나 이달 17일부터 무주택자가 임차인이 있는 다주택자 매물을 연말까지 매수하면, 실거주 의무를 임대차계약이 끝날 때까지 유예한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전입 의무도 임대차계약 종료일로부터 1개월 뒤까지 유예한다. 결국 무주택자 역시 추후 실거주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것이다.


금융위

▲임차인이 있는 경우에 대한 대출 만기연장 허용범위의 구체적인 적용 사례.(자료=금융위)

이와 동시에 정부는 투기적 목적의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대출규제 방안도 추가로 발표할 예정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부동산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제도와 관련해 직장 문제, 자녀 교육 등 불가피한 사유로 일시적 '비거주 1주택자'가 된 사례에 대해서는 장특공제 혜택을 유지하겠다고 시사했다. 정부가 시장에서 납득할 만한, 비거주 1주택자의 기준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시장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직장, 질병, 학업 등의 목적으로 실거주와 부동산 보유를 병행하지 못한 건 규제하지 않는 방향으로 갈 것 같다"며 “다주택자가 증빙서류를 제출하면 어린이집, 민간건설임대주택 등은 보유 주택 수에서 제외하겠다고 한 점에 비춰보면, 비거주 1주택자도 이를 구체적으로 증빙해야 하는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미 주담대 한도가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각종 규제와 예외 규정까지 나오면서 아파트 전세매물 축소, 월세화를 부를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무주택자가 대출을 받아서 집을 매수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졌고, 현금동원력을 갖춘 자산가만 유리해졌다"며 “이는 자칫하다 거래 절벽을 통해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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