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추경 협력 부탁”…연설 끝나자 국힘석으로 ‘직행’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4.02 15:40

중동 전쟁 34일째…“민생경제 전시처럼 인식해 총력 대응”
“국채 발행·빚 없는 추경”…‘초과 세수’ 25조2000억 활용
연설 후 국힘석 찾아 악수…“위기 극복 성패는 속도에 달려”

'전쟁추경' 시정연설 하는 이재명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2일 국회에서 2026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중동 전쟁이 야기한 중차대한 위기 앞에 우리 국민의 삶과 경제를 지켜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총 26조 2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 처리에 초당적 협력을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14분간 진행한 추경 시정연설에서 “중동 전쟁이 시작된 지 오늘로 34일째"라며 “최악의 에너지 안보 위협으로 평가받는 이번 사태는 글로벌 경제에 충격을 주고 있고,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은 경제에 큰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현 경제 상황에 대해 “석유 공급 차질로 휘발유·경유 가격이 급등했고, 나프타·요소 등 원재료 부족은 비닐을 포함한 플라스틱 제품과 비료 생산 등 광범위한 민생 현장을 위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코스피 5000 돌파에 이어 반도체·조선 등 우리 기업들의 활약으로 경제가 다시 비상할 기회를 맞았지만 중동 전쟁으로 예상 밖의 복합 위기에 처했다"고 우려했다.



이번 추경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빚 없는 추경'을 내세웠다.


이 대통령은 “반도체 경기 호황 등에 따른 초과 세수 25조 2000억 원과 기금 자체 재원 1조원을 활용할 계획"이라며 “국채를 발행하지 않는 빚 없는 추경"임을 거듭 강조했다.



추경안의 세부 내용으로는 ▶고유가 부담 완화 3대 패키지(10조 원 이상) ▶민생 안정 대책(2조 8000억 원) ▶산업 피해 최소화 및 공급망 안정(2조 6000억 원) ▶지방교부세·교부금 보강(9조 5000억 원) 등 4대 축을 제시했다.


고유가 부담 완화 패키지와 관련해서는 '고유가 피해지원금'을 새로 신설해 고유가·고물가의 이중 부담을 겪는 시민들을 지원한다. 소득 하위 70% 국민 약 3600만 명을 대상으로 소득 수준과 지역 우대 원칙에 따라 1인당 기본 10만 원에서 최대 60만 원까지 차등 지급한다. 이 대통령은 “지원금은 지역화폐로 지급해 지역과 골목 상권의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도 도움이 되고 경기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고유가에 직접 노출된 저소득층과 농어민 등 취약계층에 대한 에너지 복지 지원도 강화한다. 저소득층 에너지 바우처 수급 대상 가운데 등유·LPG를 사용하는 20만 가구에는 5만 원을 추가 지원하고, 농어민에게는 유가 연동 보조금과 비료·사료 구매비 지원을 대폭 확대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서민의 교통비 부담 완화를 위해 K-패스 환급률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과 인사하는 이재명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2일 국회에서 2026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뒤 국민의힘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생 안정 대책으로는 취약계층·자영업자·청년을 겨냥한 대폭 지원책을 담았다.



최소한의 먹거리와 생필품을 무상 제공하는 '그냥드림센터'를 기존 150개소에서 300개소로 2배 확대하고, 소상공인 정책자금 3000억 원을 추가 공급하는 한편, 폐업자 재기를 돕는 '희망리턴 패키지' 지원도 8000건 늘린다.


체불임금 청산 지원과 고용유지 지원금도 대폭 확대해 급격한 고용 충격에 선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청년층을 위해서는 대기업 연계 직업훈련 프로그램인 '케이(K)뉴딜 아카데미'를 신설하고,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에 국비 4000억 원을 투입해 전국 단위 스타트업 열풍을 확산시키기로 했다.


국민취업지원제도의 문턱도 낮춰 취업 경험이 없는 청년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 대통령은 “위기는 어렵고 힘든 곳에 더 깊은 상처를 남긴다"며 “위기 상황을 더 빨리, 더 크게 체감할 취약계층을 더욱 두텁게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산업 피해 최소화와 공급망 안정에는 2조 6000억 원을 쓴다. 수출 바우처 지원 대상을 현재의 2배 수준인 1만 4000개사로 확대하고, 수출 정책금융 7조 1000억 원을 추가 공급한다. 이 대통령은 이번 위기를 “에너지 전환 가속의 기회"로도 규정했다. 재생에너지 융자·보조를 역대 최대인 1조 1000억 원으로 늘리고, 주민 참여형 태양광 마을인 '햇빛 소등 마을'을 150개소에서 700개소로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지방 재원 보강에는 9조 5000억 원이 배정됐다.


이 대통령은 현 위기를 잠깐 내리고 그치는 소나기가 아니라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를 거대한 폭풍우로 내다봤다.


그는 “당장 내일 전쟁이 끝난다고 해도 파괴된 중동의 에너지 인프라 시설이 복구되고 이전과 같은 원활한 수급이 이뤄지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이를 위해 무엇보다 우리 국민 모두의 하나된 힘이 필요하다. 기름 한 방울이라도 아끼고, 비닐봉지 하나라도 허투루 쓰지 않으며, 서로를 배려하고, 함께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더해질 때 위기의 터널을 안전하게 그리고 신속하게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담합·매점매석 등 부당이익 행위에는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대응하겠다"고 했다.


야당을 향해서도 협조를 구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추경안은 위기의 파도로부터 국민의 삶을 지켜줄 방파제이자, 위기 이후 대한민국이 도약할 발판"이라며 “위기 극복의 성패는 속도에 달려 있는 만큼 초당적 협력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연설을 마친 이 대통령은 망설임 없이 야당 의원석으로 직행했다. 연설 내내 박수 한 번 없이 무반응으로 일관하던 국민의힘 의원들도 이 대통령이 다가오자 대부분 자리에서 일어나 악수로 답했다. 김재섭·김용태·조정식 의원과 차례로 손을 잡았고, 주호영 국회부의장과는 짧은 대화도 나눴다. 박충권 의원은 고개를 숙이며 예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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