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美주식 투자” 깨졌나…트럼프 상호관세 1년의 역설 [머니+]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4.03 14:36

전 세계 흔들었던 美 상호관세 1년
대법원 판결로 무효됐지만 다른 관세로 대체
글로벌 자금, ‘탈미국·분산’ 흐름 확대
“그래도 미국이 답” 주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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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2일 상호관세를 발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F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핵심 정책으로 내세운 상호관세가 지난 1년 간 글로벌 금융시장의 투자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쳐왔는지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2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미국이 그동안 다른 나라와의 무역에서 갈취당해왔다고 주장하며 '미국 해방의 날'을 선포하고,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통상 정책을 발표했다.


국가와 관계없이 기본적으로 1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국가별 무역장벽 등을 반영한 징벌적 성격의 추가 관세를 적용해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한국의 경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미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가 사실상 없는데도 25%의 관세가 책정됐다. 이는 미국이 주도해온 자유무역 기반의 국제 통상 질서가 근본적으로 흔들린 사건으로 평가된다.


◇ 철강·의약품 관세 확대…불확실성 지속



정책 발표 직후 글로벌 금융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미국 주식·국채·달러가 동시에 약세를 보이는 이른바 '셀 아메리카(Sell America)'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후에도 시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한 정책 기조 속에서 높은 변동성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협상 압박 수단으로 반복 활용하면서 정책 신뢰도가 흔들렸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아부사(ABUSA·Anywhere But the USA, 미국만 아니면 된다)' 전략과 '타코(TACO·Trump Always Chickens Out, 트럼프는 결국 후퇴한다)' 트레이드 등이 새로운 투자 전략으로 부상했다.


상호관세는 지난 2월 미국 연방대법원의 위법 판결로 무효화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정책을 더욱 확대하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대법원 판결 직후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10%의 '글로벌 관세'를 도입했고, 이를 15%까지 인상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와 동시에 한국을 비롯한 주요 교역국을 상대로 무역법 301조 조사에 착수했으며, 무역확장법 232조를 활용한 품목별 관세 확대도 병행하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2일(현지시간) 철강·알루미늄·구리 함량이 높은 파생제품에 대해 제품 가격 기준 25%의 관세를 일괄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존에는 원재료 함량 비중에 따라 관세가 부과됐지만, 앞으로는 완제품 가격을 기준으로 적용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세탁기, 냉장고 등 가전제품을 수출하는 한국 기업들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은 의약품에 100% 관세를 부과하는 포고령에도 서명했다. 다만 한국·일본·유럽에는 15%, 영국에는 10%의 별도 관세율이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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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앞둔 철강 파이프(사진=AFP/연합)

◇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S&P500…투자공식 깨졌다


이렇듯 미국의 관세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자 글로벌 투자자들은 미국 자산에 대한 익스포져를 재검토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CNBC는 전했다.


AJ벨의 러스 몰드 투자 디렉터는 “관세 정책과 강압적인 무역 전략,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도전, 중남미와 중동에서의 군사 개입, 그린란드 관련 긴장 고조 등이 맞물리면서 '미 예외주의'에 대한 기존 내러티브가 재평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해방의 날' 이후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발언이 큰 영향을 미치는 환경 속에서 투자자들은 자본 배분에 있어서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미국 증시는 (지난해 4월) 저점 이후 강하게 반등했지만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모습처럼 더 이상 가장 우선적인 투자처로 선택되지 않고 있다"며 “더 이상 '미국 우선, 나머지는 그 다음'이라는 공식이 통하지 않게 됐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CNBC에 따르면 이날까지 지난 1년간 뉴욕증시를 대표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6.73% 올랐다. 반면 코스피 지수는 무려 109% 가까이 폭등했고 일본 닛케이 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 브라질 보베스파 지수, 영국 FTSE 100지수는 각각 46.85%, 43.31%, 20.04%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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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권거래소 트레이더들(사진=로이터/연합)

이에 대해 드비어 그룹의 나이절 그린 최고경영자(CEO)는 “S&P500은 여전히 수익을 내고 있지만 자금 흐름의 구조가 달라졌다"며 “자본이 미국에서 빠져나간 것은 아니지만 신규 자금의 방향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인도, 일본, 동남아 일부 지역으로의 투자 비중이 증가하고 있으며, 기관투자자들이 미국 정책 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투자자들은 더 이상 미국을 하나의 기회로 보지 않고 정책 수혜가 예상되는 섹터를 선별하는 한편, 무역 리스크에 노출된 기업은 회피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예외주의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지만 더 이상 자동으로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미국 시장의 장기 경쟁력을 고려하면 여전히 핵심 투자처라는 반론도 나온다.


에블린파트너스의 다니엘 카살리 파트너는 “해방의 날 이후 1년간 파운드화 기준 MSCI 미국 지수는 14% 올랐지만 18% 상승한 MSCI 세계지수(ACWI)에는 못 미쳤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미 우선주의' 정책과 예측 불가능한 행보가 투자 심리에 영향을 미쳤다고 짚었다.


다만 그는 “미국 주식 비중을 줄이는 전략이 지난 1년간 유효했다고 해서 미국이 장기적으로도 부진할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미국 경제는 여전히 주요 선진국보다 높은 성장성을 유지해왔고, 혁신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투자의 핵심은 분산이며, 미국과 글로벌 시장 간 균형 잡힌 익스포저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성준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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