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 연구팀 “연간 93.4kg 배출”
매년 형광등 1800만 개 분량 단순 폐기
의료기기는 관리하지만 아말감은 방치
“미나마타 국제협약 이행 공백” 지적
국제사회는 ‘퇴출 수순’…한국은 미비
▲치아에 아말감을 사용한 모습. (챗GPT 이미지)
해양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인 고래와 돌고래 등 해양 포유류에서 수은 농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면서, 전 지구적 수은 오염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유럽 연안의 상괭이를 대상으로 한 장기 조사에서는 간 내 수은 농도가 수십 년간 꾸준히 상승해 면역 기능 저하와 감염 위험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수은은 대기 중으로 배출된 뒤 장거리 이동을 거쳐 해양으로 유입되는 특성이 있어 석탄 연소 등 산업 활동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실제로 태평양 어류에서 검출되는 수은의 상당 부분이 대기를 통해 유입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기 배출 못지않게 일상적인 생활·의료 활동에서 발생하는 '비가시적 수은 오염원'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치과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아말감 폐기물이다.
◇“치과 진료실에서 바다로"
이 같은 문제의식은 최근 국내 연구를 통해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됐다.
영남대 의대 치과학교실 강소희 교수팀은 최근 '대한구강보건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국내 치과 진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은 배출량을 최초로 정량화했다.
연구팀은 2014~2018년까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진료 데이터와 실제 아말감 무게 측정값(아말감 1개 평균 무게 0.2g, 수은 함유량 50%)을 결합해 분석한 결과, 국내에서 매년 약 93.4kg의 수은이 아말감 제거 과정에서 환경으로 방출되고 있다고 추정했다.
이는 수은이 포함된 형광등 900만 개에서 최대 1800만 개를 매년 폐기하는 것과 맞먹는 규모다.
문제는 이 수은이 대부분 별도의 처리 없이 배출된다는 점이다. 현재 치과에서 제거된 아말감은 미세 입자로 분해돼 하수로 흘러들어가거나, 일반 의료폐기물과 혼합돼 소각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수은은 대기 중으로 다시 확산되거나, 수계로 유입돼 메틸수은으로 전환된 뒤 먹이사슬을 따라 축적된다. 결국 인간의 식탁으로 되돌아오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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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은, 인체와 생태계에 '지속적 독성'
수은은 대표적인 잔류성 중금속으로, 자연적으로 분해되지 않고 생물 농축을 통해 점점 농도가 높아지는 특성을 가진다.
특히 유기수은인 메틸수은 형태로 전환될 경우 신경독성이 매우 강해 중추신경계 손상을 유발하며, 태아와 영유아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성인의 경우에도 심혈관계 질환, 면역 기능 저하, 발암 가능성 등이 제기된다.
치과용 아말감은 금속 수은이 은·주석 등과 결합된 합금 형태(수은이 약 50% 차지)로 존재하는데, 대부분 고체 상태로 안정화되어 있다. 일반적인 사용 환경에서는 극미량의 수은 증기가 방출될 수 있으나, 현재까지의 의학적 평가에서는 건강에 유의미한 영향을 줄 수준은 아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말감에서 떨어져 나온 금속 수은은 체내에서 일부가 무기 수은으로 전환될 수 있지만, 이 역시 통상적인 노출 수준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아말감 조각을 삼키는 경우에도 대부분 흡수되지 않고 배출되기 때문에 건강 위험은 낮은 편이다.
그러나 아말감 폐기물이 환경으로 방출되면 미생물 작용으로 메틸수은으로 전환되고, 먹이사슬을 따라 농축되어 인체에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현재 국내 수은 관리 정책은 뚜렷한 불균형을 보인다.
정부는 미나마타 협약 이행의 일환으로 수은 함유 의료기기 관리에는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2022년부터 수은 체온계와 혈압계 사용이 전면 금지됐고, 환경부는 '거점 수거' 방식으로 폐기물을 회수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지자체에서는 개별 처리 시 건당 약 200만 원에 달하던 폐기 비용을 약 7만 원 수준으로 낮추며, 최대 96%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치과용 아말감 폐기물은 이러한 체계에서 사실상 제외돼 있다.
형광등이나 배터리처럼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로 관리되지도 않고, 별도의 분리 배출 기준이나 회수 시스템도 마련돼 있지 않다.
연구팀은 “치과 진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은이 상당량임에도 불구하고, 법적·제도적 관리가 전무한 상태"라며 “명백한 환경 관리 사각지대"라고 지적했다.
◇“사용 줄었지만 배출은 계속"…2030년대까지 위험 지속
일각에서는 아말감 사용이 줄고 있다는 점을 들어 문제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하기도 한다.
실제로 국내 아말감 사용량은 감소 추세에 있다. 그러나 이미 시술된 아말감의 평균 수명이 약 10년 이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상당 기간 제거 작업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즉, 사용은 줄어도 '배출'은 오히려 장기간 이어지는 구조다.
연구팀은 “2030년대까지도 아말감 제거로 인한 수은 배출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지금 관리 체계를 마련하지 않으면 누적 오염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제사회는 이미 보다 강력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미나마타 협약 당사국들은 최근 회의에서 2034년까지 치과용 아말감 사용을 전면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유럽연합(EU)은 어린이와 임산부에 대한 아말감 사용을 금지했고,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치과에 수은 회수 장치 설치를 의무화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반면 한국은 사용 저감 정책은 일부 진행됐지만, 폐기 단계 관리에서는 여전히 초기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해결 위해 “분리·회수·교육" 3축 필요
전문가들은 아말감 수은 오염을 줄이기 위한 해법으로 세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치과에서 제거된 아말감을 일반 폐기물과 분리하도록 하는 법적 지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둘째, 하수로 유입되는 미세 입자를 95% 이상 포집할 수 있는 아말감 분리 장치 설치를 의무화하거나 강력히 권장해야 한다.
셋째, 의료진을 대상으로 수은 노출 위험과 폐기물 처리 방법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이와 함께 의료기기에서 성공을 거둔 '거점 수거' 모델을 아말감에도 적용하는 방안도 유력한 대안으로 제시된다.
이번 연구는 그동안 간과돼 온 치과 진료실 내 수은 배출을 정량적으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팀은 “미나마타 협약의 실질적 이행은 눈에 보이는 산업 배출뿐 아니라, 일상 속 미세 배출원까지 관리할 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 미나마타협약
수은과 그 화합물이 인체 건강과 환경에 미치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마련된 국제 협약이다. 이 협약은 일본의 미나마타병 사건을 계기로 수은 오염의 위험성이 전 세계적으로 인식되면서 추진됐는데, 2013년에 채택되고 2017년에 발효됐다.
협약의 핵심 목적은 수은의 전 생애주기, 즉 채굴·사용·배출·폐기 전 과정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각국은 수은 채굴을 제한하고, 수은을 포함한 제품과 공정의 사용을 단계적으로 줄이거나 금지하며, 대기와 수질로 배출되는 수은을 감축해야 한다.
특히 치과용 아말감과 같은 수은 함유 제품에 대해서는 사용을 점진적으로 줄이는 '단계적 감축(phase-down)'을 기본 원칙으로 하되, 최근에는 일부 분야에서 '단계적 퇴출(phase-out)'로 강화되는 추세다.
한국은 2014년에 협약에 서명하고 이후 비준을 완료했으며, 수은 함유 의료기기 사용 금지과 배출 관리 강화 등 국내 이행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