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 공습을 받은 레바논(사진=AFP/연합)
미국과 이란이 발표한 2주간의 휴전이 하루 만에 흔들리고 있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에 이란이 반발한 데 이어,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되지 않을 경우 군사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합의 위반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정학적 긴장이 다시 고조되자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선 재진입을 시도하며 반등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미 상당히 약화된 적을 치명적으로 타격하고 파괴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미군 함정과 항공기, 병력, 탄약, 무기체계 등은 진정한 합의가 완전히 이행될 때까지 이란과 그 주변에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그럴 가능성은 없지만 어떤 이유로든 합의가 이행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누구도 보지 못한 규모와 강도로 '사격'이 시작될 것"이라며 “오래전부터 명확히 합의된 사항은 핵무기를 허용하지 않는 것과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되고 안전하게 유지돼야 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군은 현재 전력을 보강하면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며 “사실상 다음 정복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이란에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압박하며 합의 이행을 촉구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실제로 블룸버그통신이 선박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휴전 발표 다음 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3척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 정보업체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도 같은 날 통과 선박 수를 4척으로 집계했다. 전쟁 이전 하루 평균 약 135척이 오가던 것과 비교하면 해협이 여전히 봉쇄된 셈이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을 휴전 위반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전날 이란 대려 세력 헤즈볼라가 있는 레바논 전역 100여 곳을 공습했다고 밝혔다. 레바논 보건부에 따르면 이번 공습으로 최소 182명이 사망하고 약 900명이 부상했다.
이에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엑스(옛 트이터)를 통해 “이란과 미국의 휴전 조건은 명확하고 분명하다"며 “미국은 휴전 또는 이스라엘을 통한 전쟁 지속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 역시 레바논 공격, 이란 영공에 대한 드론 침입, 우라늄 농축 권리 부인 등을 미국의 합의 위반 사례로 거론하며 “이러한 상황에서 휴전과 협상은 비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JD밴스 부통령(사진=AP/연합)
반면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번 휴전이 레바논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레바논 공습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란은 휴전에 레바논이 포함된 것으로 생각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며 “미국과 이스라엘 모두 레바논을 휴전 협정에 포함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란이 합의를 위반할 경우 심각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과 이란은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입장에서도 대립하고 있다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하며, 백악관도 이란이 기존 핵물질을 넘길 의사를 시사했다고 밝혔다. 반면 갈리바프 의장은 휴전 조건에 따라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계속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오는 11일 파키스탄에서 예정된 협상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밴스 부통령과 갈리바프 의장이 각각 미국과 이란 대표단을 이끌고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대면할 예정이다.
이번 중동 전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다시 확대되면서 국제유가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이날 한국시간 오후 3시 21분 기준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2.16% 오른 배럴당 96.80달러를 기록했다. 전날 브렌트유는 13.29% 급락하며 94.75달러까지 떨어진 바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코페이 솔루션즈의 피터 드라기세비치 아시아태평양 통화 전략가는 보고서에서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에 대응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폐쇄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휴전의 취약성이 이미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며 “중동 상황은 상대적으로 개선됐지만 여전히 유동적이며, 변동성이 큰 만큼 언제든 상황이 다시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