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한 이란도 정확한 위치 모를 수도
미 함정 2척 기뢰 제거 작전에 투입돼
복잡·위험한 작업…이란 공격 우려도
과거부터 사용 여전히 전쟁 핵심 변수
한국전에서도 북한군이 소련제 투입
▲접촉식 기뢰. 기뢰 상단 부근의 돌출부는 헤르츠 혼이라고 하는데, 함선이 이 돌출부에 부딪히면 기뢰가 폭발한다. (사진=위키피디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휴전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중동의 핵심 해상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상태도 길어지고 있다. 더욱이 미군은 13일 오후 11시(한국시간)부터 이란 항구를 출입하는 모든 해상교통에 대한 봉쇄 조치를 시작하겠다고 밝혀 사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휴전 합의에 도달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풀린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이란이 설치한 해상 기뢰는 휴전 합의 후에도 선박 운항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미군도 소해 작전(기뢰 제거 작전)을 추진할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 작전이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둘 가능성은 있지만, 해협의 완전한 안전 확보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그 사이 세계 경제는 불확실성과 고비용 구조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기뢰, '값싼 전략무기'의 위력
기뢰(Naval mine)는 수중에 설치된 자율 폭발 장치로, 군함이나 상선이 접근하면 폭발하도록 설계된 무기다. 단순한 접촉 방식부터 자기장·음향·수압을 감지하는 첨단 감응 방식까지 다양하다.
특히 이란이 보유한 '마함(Maham)' 시리즈 기뢰는 계류형과 해저형을 혼합해 운용되는데, 선박의 신호를 감지해 폭발하는 감응형 기능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기뢰는 금속이 아닌 소재로 제작되거나 흡음 처리가 되어 탐지가 더욱 어렵다.
기뢰의 가장 큰 특징은 '비대칭성'이다. 수천 달러 수준으로 설치할 수 있는 무기가 수십억 달러 규모의 함대와 물류망을 마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기뢰의 종류. (자료=The Conversation, 2026. 3. 27)
▲추를 이용해 계류식 접촉 기뢰를 설치하는 과정. (자료=위키피디아)
◇세계 교역의 '동맥'이 막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경로다. 이 해협이 기뢰 등으로 인해 봉쇄되면 단순한 지역 분쟁이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전체가 흔들리게 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보도에서 약 700척 이상의 선박이 해협 인근에 발이 묶여 있다면서, 수십억 달러 규모의 화물이 이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유가 급등, 장기적으로는 물가 상승과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캠벨대학교의 해운 전문가 살바토레 머코글리아노 교수는 “자유로운 항행이라는 '푸른 고속도로' 개념 자체가 붕괴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해상 운송이 막히면 에너지뿐 아니라 곡물, 원자재, 공산품까지 영향을 받아 개발도상국의 빈곤율 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 지도와 3D 프린팅으로 제작된 송유관을 겹친 이미지. (자료=로이터/연합뉴스)
◇미군의 개입: '항행의 자유' 확보를 위한 군사적 결단
상황이 악화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1일(현지 시간), 이란에 해협 개방을 요구하는 사실상의 최후통첩을 발표했다. 그는 “전 세계를 위해 해협 정리 작업을 시작한다"고 선언하며 군사 개입 의지를 명확히 했다.
이에 따라 미국 중부사령부는 유도미사일 구축함 USS 프랭크 E. 피터슨함과 USS 마이클 머피함을 투입해 기뢰 제거를 위한 초기 작전에 착수했다. 이 작전은 이란과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항행의 자유 작전' 성격을 띤다.
초기 단계에서는 구축함이 해역 통제와 위협 억제를 담당하고, 이후 수중 드론과 전문 소해 전력이 투입되는 구조다.
◇미군의 기뢰 제거 작전: 기술과 위험의 싸움
기뢰 제거는 군사 작전 중에서도 가장 어렵고 위험한 분야로 꼽힌다. 미군은 수중 무인잠수정(ROV)과 소나 시스템을 활용해 기뢰를 탐지하고 제거한다.
고해상도 측면주사 소나는 해저의 미세한 물체까지 식별할 수 있으며, 일부 드론은 함정의 자기장과 소음을 모방해 기뢰를 유도 폭발시키기도 한다. 탐지된 기뢰는 폭약을 부착해 원격으로 제거하거나 직접 파괴한다.
그러나 현실은 매우 복잡하다. 첫째, 이란의 군사적 위협이다. 혁명수비대는 미군 함정에 대해 경고를 발하며 무력 충돌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둘째, 정보의 부재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보도에서 이란조차 기뢰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무작위 살포' 상태라고 전했다. 일부 기뢰는 해류·조류를 따라 이동해 예측이 거의 불가능하다.
셋째, 시간과 비용 문제다. 기뢰 하나를 제거하는 데 설치 비용의 수십~수백 배가 들고, 전체 해역을 정리하는 데는 수주에서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
▲지난달 11일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해상에 화물선이 정박해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해협은 언제 열릴까: 제한적 정상화 가능성
전문가들은 미군이 일부 안전 항로를 확보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완전한 정상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라시아 그룹의 헤닝 글로이스틴은 “해운사가 정상 운항을 재개하기까지 최소 두 달은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기뢰 제거 이후에도 이란이 드론이나 미사일로 상선을 위협할 수 있어 위험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기뢰 제거 작전'이 아니라, 해상 통제권과 비대칭 전력의 충돌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호주의 국방안보 전문가인 서호주대학교 제니퍼 파커 교수는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에 기고한 글에서 “실제로 해협의 통행이 재개되려면 무엇보다 실직적인 위협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란이 선박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약속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신뢰가 흔들렸고, 이를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하는 문제에 대해 파커 교수는 “호르무즈 해협은 유엔 해양법 협약에 따라 국제 해협으로 지정돼 있어 선박은 해협을 통과할 수 있는 통행권을 누린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하는 것은 이러한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되고, 다른 전략적 수로에도 위험한 선례를 남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역사 속 기뢰 전쟁: 약자가 강자를 멈추는 무기
기뢰는 오랜 기간 '약자의 전략무기'로 활용되어 왔다. 미국 독립전쟁 시기인 1777년 데이비드 부시넬이 영국 함대를 공격하기 위해 폭약 통을 띄운 것이 기뢰의 시초로 평가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은 '기아 작전(Operation Starvation)'을 통해 일본 주변 해역에 1만2000 발 이상의 기뢰를 설치했고, 약 650척의 선박을 침몰시키며 일본의 물류망을 마비시켰다.
한국전쟁에서도 기뢰의 위력은 극명하게 드러났다. 지난 2013년 조덕현 해군사관학교 교수가 고려대 학술잡지 '사총(史叢)'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북한은 1950년 8월부터 소련제 26형 계류 기뢰 2000발을 동해와 서해에 설치했다. 이에 따라 1950년 11월까지 유엔 함정 10척이 기뢰로 인해 침몰되거나 손상을 입는 피해가 발생했다. 1950년 원산 상륙작전 당시 북한이 설치한 구식 기뢰는 미군 함대의 접근을 일주일 이상 지연시켰다. 당시 미 해군은 “우리가 바다를 지배하고 있지만, 기뢰는 그렇지 않다"는 평가를 남겼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중 '탱커 전쟁'에서는 이란이 기뢰를 사용해 호르무즈 해협을 위협했고, 1988년 미 해군 구축함 USS 사무엘 B. 로버츠함이 기뢰에 의해 큰 피해를 입은 바 있다.
▲1988년 이란의 M-08 기뢰로 인해 선체에 8m 크기의 구멍이 뚫린 프리깃함 USS 사무엘 B. 로버츠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드라이 도크에서 수리를 받고 있다. (사진=위키피디아)
호르무즈 해협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고 있는 이번 전쟁은 기뢰가 여전히 현대전에서 결정적인 전략 자산임을 보여준다. 값싸고 단순한 무기가 글로벌 경제와 군사 전략을 동시에 마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드론(무인기)과 마찬가지로 기뢰는 '보이지 않는 핵심 위협'으로 재부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