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부동산부. 장혜원 기자
서울 용산의 핵심 입지로 꼽히는 유엔사 부지(더 파크사이드 서울)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 취재 중 접한 환경 분야 전문가와 복수의 시민사회 관계자들은 이 부지가 오염 이력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사업은 속도를 내고 있다. 토지 매입가만 1조원을 넘고 전체 사업비 역시 10조원대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2017년 일레븐건설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1조552억원에 매입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해당 부지는 과거 정화 이력 자체가 논란의 출발점이다. 국방부는 과거 정화 완료를 밝힌 바 있지만, 이후 개발 과정에서 실시된 조사에서 석유계총탄화수소(TPH) 등 오염물질이 다시 확인되며 '부실 정화' 논란이 불거졌다.
여기에 2023년 공사 과정에서 추가 오염이 확인됐음에도 시공사가 이를 약 40일 뒤에야 신고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지체 없는 신고' 의무 위반 여부와 함께 행정 절차의 적정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정식 정밀조사명령 없이 업체 측 보고를 토대로 정화가 진행된 점은 절차적 정당성 논란을 키우는 대목이다.
기자가 포착 한 위험 요소 중 하나는 '오염 증기 침입(Vapor Intrusion)'이다. 토양이나 지하수에 남아 있는 유류 성분이 휘발성 물질 형태로 기화돼 건물의 균열이나 지하 공간을 통해 실내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용산 미군기지 주변 일부 지역에서는 벤젠 등 유해물질이 기준치를 크게 초과해 검출된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할 때 단순히 토양이나 지하수 일부 항목이 기준을 충족했다는 결과만으로 주거 안전성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복수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문제는 정보의 비대칭이다. 환경영향평가 이후 진행된 후속 조사와 검증 결과가 충분히 공개되지 않으면서 안전성 판단의 근거가 제한적으로만 공유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과거 미국의 '러브캐널' 참사는 폐기물 매립지 위에 세워진 주택가에서 암 발병률이 폭증했던 비극이다. 정화 완료 20년이 2024년 조사에서도 여전히 휘발성 오염물질이 검출되어 주거지 개발이 제한되고 있다.
정보공개 범위가 제한적이어서 '깜깜이 행정'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서울시장 공석 기간(2020~2021년) 중 이루어진 '속전속결 심의' 등 정황상 의심스러운 대목도 적지 않다. 본질은 '시민의 안전'이다. 십조 원대 규모의 개발 사업에 매몰되어 1군 발암물질인 벤젠과 TPH의 위험성을 외면한다면, 용산은 안식처가 아닌 '제2의 러브캐널'이라는 비극의 선례가 될 것이다. 서울시와 용산구청은 지금이라도 사후환경영향조사 결과를 전면 공개하고, 독립적인 검증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