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차 전기본의 뜨거운 감자 ‘LNG’…“역할 재정의 필요”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4.20 11:05

LNG, 높은 의존도 탄소중립 경로와 ‘격차’
재생E, 보급 확대 넘어 산업경쟁력 확보를
원자력, 데이터 기반 최적화 거쳐 활용을
공급 계획 넘어 에너지·산업 전략이 돼야

국내 최대 제주한림해상풍력 준공

▲지난해 12월 준공된 국내 최대 규모(100MW급)의 해상풍력 발전단지인 제주한림해상풍력. (사진=연합뉴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올 연말까지 수립할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은 오는 2040년까지 15년 간 우리나라가 사용할 전력량을 예측하고 공급 방안을 마련하는 것으로, 향후 에너지 정책 수립의 최우선 기초 자료가 된다.


지난해 2월에 확정된 11차 전기본에 따르면, 한국의 전력 수요는 2023년 약 580TWh(테라와트시, 1TWh=10억 kWh)에서 2038년 약 735.1TWh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기후부는 오는 22일 개최할 예정인 국민 대토론회에서 2040년까지의 전력수요 전망결과(잠정안)을 공개할 예정인데, 11차 전기본보다 전력 수요-공급을 낮게 전망할 수도, 높게 전망할 수도 있다.



문제는 전력을 충분히 공급하는 것만이 목표의 전부가 아니라는 데 있다.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글로벌 목표와 국가 경제성장 전략을 동시에 구현해야 하는, 사실상의 국가 미래 설계도에 가깝다.


특히, 전력 수요에 따라 전원 믹스의 내용도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이는 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핵심 정책 변수인 만큼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최근 국내외 학계에서 발표된 연구들은 현재의 한국 에너지 정책 경로가 국제 기준과 상당한 괴리를 보이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보다 정교하고 과학적인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 전문가들의 지적을 12차 전기본 수립에 반영한다면,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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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7일 기후에너지환경부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바람직한 에너지믹스 2차 정책토론회' 모습. (사진=기후에너지환경부 유튜브 캡쳐)


◇“가장 큰 문제는 LNG"…글로벌 기준과의 구조적 괴리


현재 전력 계획에서 가장 시급하게 재검토해야 할 부분은 천연가스(LNG) 발전 비중이다.


카이스트(KAIST) 경영공학부 엄지용 교수팀이 최근 국제 학술지 ' 아이 사이언스(iScience)'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파리협정(1.5~2℃ 목표)을 충족하는 글로벌 시나리오에 맞춘다고 하면, 2050년 국내 가스 발전 용량은 29.4GW(기가와트, 1GW=100만 kW)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시나리오들의 중앙값 기준).



그러나 제11차 전기본에서는 이미 2038년에 69.2GW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 글로벌 기준과 비교할 때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차이를 '실질적인 부조화'로 평가했다. 이는 한국의 전력 정책이 국제적 탈탄소 경로와 충분히 정합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여기에 최근 벌어지는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LNG 공급이 불안정해진 것, 가격이 급등한 점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따라서 12차 전기본에서는 LNG의 역할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2030년 이후 가스 발전 용량을 점진적으로 감축하는 경로를 명확히 제시하고, LNG를 장기적인 주력 전원이 아니라 재생에너지로 이행하기 위한 '제한적 교량 연료'로 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기존 LNG 발전소에 수소를 혼합하거나 암모니아를 혼소하는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화석연료 의존도를 단계적으로 낮추는 전략이 병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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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전력 생산 추세. 1960년대 10TWh 미만에서 2023년 580TWh 이상으로 크게 증가했고, 향후에도 2030년 약 11%, 2038년 약 21% 추가 증가가 전망된다. 초기에는 석유 발전이 중심이었으나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원자력과 석탄 중심으로 전환됐고, 1990년대에는 원자력이 최대 전원으로 자리 잡았다. 천연가스는 1980년대 도입 이후 주요 전원으로 성장해 2020년대에는 20% 이상을 차지한다. 재생에너지는 2010년 이후 확대되었지만 비중은 아직 낮으며,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30년 22%, 2038년 33%까지 확대되고 원자력 확대, 수소 혼소 도입, 석탄·가스 의존 축소를 통해 저탄소 전원 구조로 전환이 추진되고 있다. 미래 전력 믹스는 KAIST 연구팀의 전망으로 11차 전력수급 기본계획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자료= iScience, 2026)


◇재생에너지, “양적 확대 넘어 질적 전환으로"


재생에너지 정책 역시 단순한 보급 확대를 넘어 구조적 전환이 요구된다.


홍익대 상경학부 김수이 교수는 최근 '에너지경제연구'에 발표한 논문에서 1990~2023년까지의 국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화석연료 공급이 1% 증가할 때 국내총생산(GDP)는 0.19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원자력은 공급이 1% 늘어날 때 GDP가 0.097% 증가했다. 반면, 재생에너지는 1% 증가할 때 GDP 증가는 0.032%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한국의 재생에너지 정책이 환경적 측면에서는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지만, 산업적·경제적 측면에서는 아직 충분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원인으로는 2023년 기준 재생에너지 비중이 5.95%에 불과할 정도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과, 태양광 및 풍력 산업의 핵심 기술과 장비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구조적 한계가 지목된다.


따라서 12차 전기본은 단순히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고, 이를 국가 산업 전략과 긴밀히 연계해야 한다. 태양광 분야에서는 폴리실리콘과 웨이퍼 등 핵심 소재의 국산화 전략이 필요하고, 풍력 분야에서는 핵심 부품과 시스템 기술의 자립도를 높이는 정책이 요구된다.


또한 국산 장비 사용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기존의 공급의무화(RPS) 중심 정책에 더해 발전차액지원제도(FIT)를 병행하는 등 정책 수단의 다변화가 필요하다.



◇원자력, 이념 아닌 데이터로 접근해야


원자력 발전에 대해서는 보다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아랍에미리트 샤르자대학교와 터키 니샨타쉬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발표한 연구에서, 원자력 에너지 소비가 1% 증가할 경우 생태발자국이 0.067%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한 재생에너지 확대를 포함한 녹색성장은 1% 증가 시 생태발자국을 0.107% 감소시키는 효과를 보였다.


이는 원자력이 환경 질 개선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에너지원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동시에 글로벌 탄소중립 시나리오와의 정합성 문제도 존재한다. 한국의 원전 용량은 2023년 기준 24.7GW인 반면, 파리협정 준수 시나리오를 따를 경우 중앙값은 2050년 기준으로 16.3GW 수준에 불과하다. 글로벌 수준보다는 현저히 높다.


글로벌 기준에서 원전 확대를 제한적으로만 허용하는 것은 비용과 건설 기간, 사회적 수용성 등의 현실적 제약이 반영된 결과다. 국내 원전 설비 용량이 반드시 글로벌 수준을 따라야 할 이유는 없는 셈이다.


다만 현실에서는 제약도 적지 않다. 원전은 출력 조정이 제한적이어서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질수록 계통 운영 부담이 커질 수 있고, 신규 건설에는 장기간이 소요된다. 또한 투자 비용과 사회적 수용성 문제도 여전히 변수다.


결국 12차 전기본에서 원자력 정책은 '확대냐 축소냐'라는 이분법적 접근을 넘어, 계통 안정성과 탄소 감축 효과, 글로벌 경로와의 정합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최적화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다양한 신기술까지 반영한 통합적 에너지 모델링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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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력발전소. (사진=강찬수 기자)

◇전력계획을 넘어 '국가 전략'으로


한국 에너지 정책에 대한 국내외 비판을 종합하면, 12차 전기본은 단순한 전력 공급 계획을 넘어 국가 산업과 기후 전략을 아우르는 통합적 정책으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앞의 논문들에서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전원 믹스를 구축하고, 원전은 보완적 역할로 활용하며, 화석연료 의존도를 과감히 낮추는 동시에, 재생에너지 산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원자력 역시 정치적 논쟁의 대상이 아니라 데이터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그 역할을 설정해야 한다. 재생에너지는 변동성이 크지만, 원전은 안정적인 기저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재생에너지 중심 구조에 원전이 보완적으로 결합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두 에너지원의 동시 확대는 단순한 정책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전력망·에너지 저장장치·수요관리 등 시스템 전반의 혁신이 함께 이뤄질 때 가능한 과제다.


결국 12차 전기본의 핵심은 전기를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경제를 어떤 에너지 구조 위에 구축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선택이 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12차 전기본 수립 과정은 한국의 에너지 정책 방향을 결정 짓는, '골든타임'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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