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게임이 OTT를 이기려면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4.26 16:00
정희순

▲정희순 산업부 기자

'나이키의 경쟁자는 닌텐도'라는 말이 한때 세간에 회자된 적이 있다. 마케팅의 고전처럼 여겨지는 이 말은 1990년대 말 나이키 성장 둔화를 분석하면서 나온 내용이다. 청소년들이 게임에 빠져 운동시간이 줄었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나이키 운동화 수요가 줄었다는 분석에서 비롯된 것이다.


최근 넷마블몬스터의 김건 대표는 '몬길: STAR DIVE' 출시를 앞두고 열린 인터뷰 자리에서 이와 비슷한 말을 꺼냈다. 김 대표는 “특정 게임과 경쟁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게임 이용자의 시간을 두고 다른 많은 미디어들과 경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발언에는 수년째 줄어들고 있는 게임 이용률에서 비롯된 위기 의식이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2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5 게임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게임이용률은 50.2%로, 지난 2022년 정점(74.4%)을 찍은 이후 줄곧 내리막을 걷고 있다. 국민 여가의 상당부분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영상 콘텐츠가 대체한데 따른 결과로 풀이됐다.



빅 블러(Big Blur)의 시대가 온 것이다. 기존에 분명히 구분되던 경계는 흐릿해지고 경쟁자의 구분도 사라졌다. 이런 시대에 게임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나이키가 닌텐도를 경쟁자로 보았듯, 게임도 유튜브와 넷플릭스, 틱톡을 경쟁자로 삼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최근 게임사들은 생성형 인공지능(AI)에 열광하고 있다. 게임 개발과 운영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다만, 아직까지 게임업계는 생성형AI를 정식으로 도입하진 못한 상황이다.



김장영 NC AI 팀장은 최근 '2026 월드IT쇼'에서 열린 '글로벌 ICT 전망 컨퍼런스'에서 “본사에서 만드는 게임의 개발단에서는 아직까지 AI로 3D를 생성해 활용하기는 어렵다는 피드백을 주고 있다"며 “각종 기술적 문제들부터 자유도가 낮은 워크플로우, 파트너십과 보안 이슈까지 제작 효율화를 가로막는 다양한 문제들이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생성형 AI가 아직 게임 개발현장에 깊숙이 뿌리내리지 못한 상황에서 게임사들이 당장 선택할 수 있는 해법은 결국 '시간 점유율'을 높이는 데 있다. “이용자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고민했다"는 김건 대표의 전략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게임의 경쟁력은 기술 그 자체보다 '경험의 확장'에 달렸다. 생성형 AI 역시 개발 효율을 높이는 도구를 넘어 이용자 경험을 어떻게 확장시킬 수 있는지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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