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매출 4조3069억·영업익 3194억 ‘역대 최대’ 경신
대규모 양산 착수로 협력사 선급금 등 1.5조 증발해 ‘적자’
美 고스트로보틱스, 1년여 만에 811억 손상차손 털어내
수주 잔고 26조 든든…중동 잭팟 따른 에이전트 수수료↑
▲LIG D&A CI
K-방산의 핵심 주역 LIG 디펜스 앤 에어로스페이스(LIG D&A, 구 LIG넥스원)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매출 4조 원 시대를 열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하지만 화려한 성적표 이면의 재무제표를 들여다본 결과 수조 원대 초대형 프로젝트를 소화하기 위한 '유동성 경색'과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미국 로봇 기업 인수에 따른 '뼈아픈 상흔'이 곳곳에 뚜렷하게 남아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상 최대 이익의 역설…영업 활동 현금 흐름 1.5조 원 '증발'
26일 LIG D&A가 최근 공시한 2025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매출 4조3069억원, 영업이익 319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31.4%, 43.0% 증가한 어닝 서프라이즈다.
그러나 정작 기업이 영업을 통해 실제 벌어들인 현금을 보여주는 '영업 활동 현금 흐름' 계정은 2024년 9519억원 흑자(순유입)에서 2025년 -5843억원(순유출)으로 1조5000억원가량 급감하며 대규모 적자로 돌아섰다. 이로 인해 곳간에 쌓여있던 현금성 자산은 1년 만에 5469억원에서 1251억원으로 77%나 쪼그라들었다.
이는 기업의 펀더멘털 훼손이 아닌 방위산업 특유의 수주 사이클에 기인한다. 2024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대규모 수출 계약에 따른 선수금이 쏟아지며 현금이 넘쳤지만 2025년부터는 본격적인 무기 양산에 돌입하면서 수많은 하청·협력사에 부품 대금을 선지급하느라 막대한 현금이 빠져나간 것이다.
실제로 재무제표 주석을 보면 협력사 선급금 지급(5429억원 유출), 재고 자산 증가(2344억원 유출), 미청구 상태인 계약자산 증가(7701억원 유출) 등 무기를 만들기 위한 막대한 운전 자본이 투입됐다.
막힌 현금 혈관을 뚫기 위해 LIG D&A는 단기 차입금 등 유동 차입금을 2034억원에서 6036억원으로 3배나 늘렸다. 결산 직후인 올 2월 11일에는 3400억원 규모의 무보증 공모 회사채를 추가 발행하며 긴급히 유동성을 수혈하기도 했다.
이 같은 대규모 현금 유출 및 자금 조달에 대해 LIG D&A 측은 본지의 질의에 “사업 및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와 영업 활동을 지속함에 따른 불가피한 과정이며, 유관 협력사의 상생경영 지원 차원에서 선급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다만 하청·협력사 선급금 부담이 정점을 찍고 현금 흐름이 흑자로 턴어라운드하는 시점에 대해서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막대한 운전 자본 충당을 위한 향후 유상증자 등 추가 자본 확충 계획 여부에 관해서도 “현재 답변이 제한된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고스트로보틱스의 상흔…811억원 '영업권 손상차손' 인식
영업이익이 43%나 뛰었음에도 당기 순이익(2374억원) 증가율이 11.6%에 그친 점도 눈에 띈다. 손익계산서 상 '기타 손실'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폭증한 1181억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그 내막에는 2024년 약 3260억원을 들여 야심 차게 경영권을 인수한 미국 4족 보행 로봇 기업 '고스트로보틱스(Ghost Robotics)'가 있다. 고스트로보틱스를 품고 있는 해외 법인 LNGR LLC는 지난해 833억원의 막대한 당기순손실을 냈다.
미 정권 교체기로 인해 미군 무기 납품 계약이 지연된 데다 경쟁사인 현대자동차그룹의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와의 특허 침해 소송 합의 결과 향후 10년간 매출의 10%를 로열티로 지급하기로 한 치명적인 악재가 직격탄이 됐다. 결국 LIG넥스원은 인수 당시 비싸게 지불했던 경영권 프리미엄(영업권)의 가치 하락분을 인정하고, 811억원을 일시에 장부상 손실로 털어내는 '빅 배스(Big Bath)'를 1년여 만에 단행했다.
인수 직후 거액의 손실 처리로 일각에서 불거진 '오버 페이' 지적에 대해 사측은 “결과론에 입각한 평가일 뿐, 고스트로보틱스 인수는 미래 무인체계 사업 확장성을 고려한 투자"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외부 환경의 변화가 실적 및 중장기 목표 시점 지연으로 이어져 일회성 영업권 손상을 회계상 반영한 것일 뿐, 기업 가치 자체의 변화로 보기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회사는 로봇 사업의 굳건한 성장 가능성을 내비쳤다.
LIG D&A 관계자는 “전 세계 각국이 무인체계 기술 개발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가운데 최근 UAE 등에서 열린 방산전시회 'UMEX 2026'에 대표 제품인 '비전60'을 전시하며 적극적인 프로모션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각종 임무 수행이 가능한 '매니퓰레이터 암(Manipulator Arm)'을 상부에 통합한 모습을 공개해 재난 현장 지원이나 폭발물 처리 등 활용 가능성을 제시했고, 미 공군 순찰 임무 수행 실적을 바탕으로 납품 계약을 지속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하늘과 땅, 바다는 물론 우주와 사이버 공간을 아우르는 'All-Domain' 솔루션을 바탕으로 고스트로보틱스가 종합 무인 솔루션의 한 축을 담당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아울러 로열티 지급 등 원가율 상승 악조건 속에서 수익성 방어 전략 및 흑자 전환 시점과 관련해서는 “올해 안정화 단계를 거쳐 내년도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초대형 수주의 숨은 청구서…'에이전트 수수료' 등 6400억원 폭증
중동발 '수주 잭팟'의 막대한 규모를 짐작게 하는 대목도 발견됐다. 유동 자산 중 '계약 체결 증분 원가'가 2024년 1839억원에서 2025년 8243억원으로 6404억원이나 폭증했다. 이와 거울처럼 짝을 이루는 유동 부채 항목인 '단기 미지급 비용' 역시 2163억원에서 7596억원으로 5400억원 가까이 치솟았다.
'계약 체결 증분 원가'는 대형 사업을 따내기 위해 지불하는 해외 에이전트 성공 보수·마케팅 커미션 등을 자산화해 놓은 계정이다. 사우디(약 4조3000억원), 이라크(약 3조7000억원) 등 천궁-II(M-SAM)의 연이은 초대형 수출 계약이 성사되면서 현지 에이전트 등에 지급해야 할 막대한 수수료가 장부에 반영된 것이다. 이 거액의 자산은 향후 무기가 실제 수출돼 매출이 발생할 때마다 쪼개져 비용으로 상각될 예정이다.
이러한 막대한 수수료 비용 상각이 향후 본격적인 수출 매출 인식 시기에 당초 기대했던 영업이익률(OPM)을 크게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LIG D&A 측은 구체적인 해명 대신 “2025년 4분기 기준 26조 원 규모의 수주 잔고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매출 성장을 이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수출 비중 하락' 착시 현상 넘어…26조 수주 잔고로 수익성 퀀텀 점프 예고
K-방산 초호황기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지난해 전체 매출 중 수출 비중은 19.9%로 전년(23.6%) 대비 3.7%p 하락하는 기현상도 나타났다.
다만 이는 실제 수출이 부진해서가 아닌 특정 요인에 따른 '착시 현상'이다. 2024년 인도네시아 경찰청 통신망 구축 사업(약 2000억원 규모)에 따른 대규모 일회성 매출이 집중 인식됐던 기저 효과가 작용했다. 또한, 2025년에는 국내 무기 양산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수출 비중이 줄어 보인 것이다.
LIG넥스원의 기말 수주 잔고는 26조2526억원에 달한다. 사측은 사업 보고서 내 경영 진단을 통해 “2026년에는 견고한 수출 사업 수주 잔고를 기반으로 수출 비중과 매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