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등 범용소재 수요 위축 전망에 신수요 찾기 주력
현대제철 데이터센터·ESS向 ‘강재 통합 패키지’ 전략
동국제강그룹, 데이터센터 검토…강재·IT역량 토대
케이카 지분 인수 KG스틸, ‘철강 변동성’ 적극 대처
▲인천 동구에 위치한 현대제철 인천 철근공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철강사들이 본격적인 시장 반등 전까지 버티기 위해 신시장과 신사업을 모색하고 나섰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시장 확대에 맞춰 강재 패키지 공급 전략을 강화하거나, 강재 제조와 정보통신(IT) 경쟁력 등을 결합해 AI 데이터센터 사업 진출 카드를 검토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올해 세계 철강 소비량 증가세 전환 전망에도 철근 같은 범용 소재의 수요 위축이 불가피한 시황이 새 기회를 모색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27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인공지능(AI)과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수요 확대를 겨냥한 신수요 확보에도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데이터센터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보호 건축물(인클로저)용 강재, 송전철탑용 형강·후판 등을 중심으로 수주·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나아가 판재와 봉형강을 포괄하는 제품 패키지를 강조하는 전략으로 세계 시장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지난 24일 실적 설명회에서 “미국향(向) 철근은 1분기 수출판매가 전분기 대비 286% 증가했는데, 미국 견조한 봉형강 시장의 영향인 것으로 본다"며 “이번 2분기 이후에도 미국의 시장상황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터센터와 ESS향 제품 공급에 대해서도 “이들 제품의 수익은 마진(이윤) 차이보다 현대제철의 강재부터 판재에 이르는 다양한 포트폴리오로 여러 강재 대상 '원스톱 패키지' 영업을 강화 수요를 선점한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철강을 넘어 신사업 확장을 도모해 철강 부진에 대한 지렛대를 확보하려는 전략도 있다. 본업인 철강이 수요 부진으로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해도 버틸 체력을 확보하고 미래 기술력 강화 재원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동국제강그룹은 올해 초 그룹의 미래 신사업으로 AI 데이터센터 시장에 진출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동국제강과 동국씨엠 등을 통해 철강사업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동국제강그룹은 공장부지나 전력 인프라 등의 자산을 이용해 AI 데이터센터 관련 투자를 검토 중이다.
장세욱 동국홀딩스 대표이사(부회장)는 지난달 26일 주주총회에서 “현재 '동국제강그룹 4차 중기경영계획'을 수립 중이며, 올해 안에 세부 전략을 명확히 하고 필요 시 주주에 공유할 기회를 마련할 것"이라며 “그룹 본연 경쟁력 강화를 위해 소재·부품·장비 등 전후방 가치사슬(Value Chain)을 폭넓게 검토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동국제강그룹은 계열사 동국시스템즈를 통해 주요 산업군을 겨냥한 정보통신(IT) 서비스 사업을 운영해와 AI 인프라 구축 사업을 확대할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2024년 엔비디아의 파트너 네트워크(NPN)에 가입했고, 올해는 '컴퓨트(연산)' 부문에서 최상위 등급을 획득하기도 했다.
KG스틸은 국내 중고차 플랫폼 기업 케이카(K Car) 인수 주체로 나서며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본격화한다.
중고차 유통 플랫폼 케이카의 지분 72.19%을 보유한 한앤코와 지난달 31일 주식매매계약 체결에 이어 지난 21일 KG스틸이 4000억원을 들여 지분 52.5%를 인수하기로 했다. 나머지 19.69%는 공동 투자자로 참여하는 캑터스프라이빗에쿼티 주식회사가 사들인다.
이는 KG그룹 모빌리티 사업 수직 계열화의 일환인 동시에 철강산업의 경기 변동성을 보완하겠다는 취지다. 케이카는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매출 성장세를 이어왔다. 지난해 매출은 2조438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 증가했고, 5년 전인 2020년과 비교하면 84.3%의 증가율을 보였다.
이처럼 철강사들이 신시장·신사업 개척에 나서는 이유는 국내와 세계 철강 시장이 수요 침체를 딛더라도 회복 속도가 가파르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자동차와 함께 주요 철강 수요산업으로 꼽히는 건설이 시황 부진을 이어가며 범용 철근을 넘어선 고부가 강재로 수익성을 강화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 세계 시장에서 철강 완제품 수요는 각각 17억2410만톤과 17억6200만톤으로 직전 연도보다 각각 0.3%, 2.2% 늘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시장에서도 4370만톤과 4420만톤으로 0.3%, 1.1%의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인 중국에서 철강재 수출 허가제로 저품질·저가 철강재 수출을 사실상 제한한 점은 수요 회복 기대 요인으로 꼽힌다.
국내에서 철근 시장 구조조정을 앞둔 점도 변수다. 지난해 11월 정부는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을 통해 철근을 설비 구조조정 우선 품목으로 못박았다. 정부와 업계는 아직 철근 설비 감축 방안을 논의 중이지만, 철강업계 위기감이 큰 만큼 정확한 조정 대상과 규모가 나오면 계획이 나오면 구조조정에 속도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