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포커스] 여름 한낮 아스팔트 포장 작업 ‘대기오염’ 부추긴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5.05 06:48

온도 상승하면 VOCs 배출량도 급증
미세먼지, 오존 등 2차오염도 유발
파리에서 아스팔트 오염 기여도 확인
“도로 자체가 오염원” 인식 필요
폭염 시대, 도로 설계 기준도 바뀌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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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팔트 포장 공사 현장. (사진=MAC)


현대 도시 인프라의 상징인 아스팔트가 자동차 배기가스 뒤에 가려져 있던 '비(非)배기성' 대기오염의 핵심 원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기온이 높고 습한 여름철에는 아스팔트 도로의 시공과 사용 과정에서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이 대량으로 방출되고, 이 물질이 초미세먼지와 오존 같은 2차 오염물질로 이어져 도시 대기질과 시민 건강을 위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발표된 여러 국제 연구들은 “여름철 아스팔트는 단순한 도로 포장재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독성 가스를 배출하는 거대한 오염원"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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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 2026)


◇열과 햇빛, 습도가 만든 '숨은 배출원'



아스팔트가 대기오염을 유발하는 과정은 단순히 공사 현장에서 나는 냄새 수준이 아니다. 프랑스 귀스타브 에펠 대학교 연구진이 최근 학술지 '자원, 보존, 리사이클링(Resources, Conservation & Recycling)'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아스팔트는 고온 시공 단계뿐 아니라 도로로 사용되는 전 수명 주기 동안 지속적으로 VOCs를 방출한다.


특히 여름철 기온 상승은 이 과정을 급격히 가속화한다.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교 연구팀이 최근 '종합 환경과학(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 저널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도로 표면 온도가 40℃에서 60℃로 상승할 경우 오염물질 배출량은 약 두 배로 증가한다.


아스팔트는 태양 에너지의 약 95%를 흡수하는 '흑체(black body)' 특성을 지닌다. 이 때문에 실제 도로 표면 온도는 대기 온도보다 훨씬 높아진다. 여기에 강한 자외선이 아스팔트 내부의 고분자 구조를 분해하면서 더 작고 휘발성이 강한 오염물질이 새롭게 생성된다.


여기에 '습도'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애리조나주립대 연구진은 습도가 높아질수록 아스팔트 내부의 독성 화합물이 표면으로 더 쉽게 이동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상대습도 50% 수준에서는 건조한 조건보다 VOC 배출량이 최대 46%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즉, 폭염과 장마가 반복되는 여름철 도시 환경은 아스팔트에 의한 대기오염을 부추기는 최적의 조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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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팔트의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배출량과 습도 영향. (자료=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 2026)


◇초미세먼지와 오존으로 이어지는 2차 오염


문제는 아스팔트에서 직접 배출되는 가스 자체만이 아니다. 이 물질들은 대기 중에서 다른 성분과 반응해 훨씬 더 위험한 2차 오염물질을 만들어낸다.


프랑스 IMT 노르 유럽과 애리조나 주립대학교 공동 연구진이 최근 '유해 물질 저널(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아스팔트 배출물이 낮에는 수산화(OH) 라디칼과, 밤에는 질산(NO₃) 라디칼과 반응하면서 대량의 극미세입자(UFP, 지름 100nm 미만)를 형성한다. 100nm는 1만분의 1㎜에 해당한다.


실험 결과, 아스팔트 VOC 혼합물이 산화 반응을 거친 뒤 생성된 입자의 80~90%가 극미세입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입자지만, 입자가 작을수록 인체에는 훨씬 더 치명적이다.


또한 아스팔트에서 나온 VOCs는 햇빛 아래에서 질소산화물(NOx)과 반응해 지표면 오존(O₃) 농도를 높이는 주요 전구체 역할도 한다. 여름철 도심에서 오존 경보가 자주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오존은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고, 눈과 목을 따갑게 만든다.



서울 오존주의보 발령

▲지난해 7월 25일 서울 전역에 오존주의보가 발령돼 서울시청 앞 세종대로 전광판에도 관련 내용이 표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호흡기 질환부터 치매 위험까지


아스팔트에서 방출되는 오염물질은 단순한 불쾌한 냄새가 아니라 건강을 직접 위협하는 독성 물질이다.


벤젠과 톨루엔,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 등은 대표적인 발암성·독성 물질로 알려져 있는데, 장기간 노출될 경우 호흡기 질환과 심혈관계 이상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극미세 입자는 더욱 위험하다. 입자 크기가 100nm 이하로 매우 작아 폐 깊숙이 침투할 뿐 아니라 혈관을 통해 뇌까지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리조나 주립대 연구팀은 메타분석 결과를 인용하며, 교통 및 건설 관련 오염물질(초미세먼지, 이산화질소 등)에 장기적으로 노출될 경우 치매 발병 위험이 유의미하게 증가한다고 경고했다.


이는 여름철 도로 공사와 도심 포장이 단순한 생활 불편을 넘어 장기적인 공중보건 문제라는 점을 보여준다.


아스팔트의 영향은 이론에 그치지 않는다.


프랑스 파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아스팔트 관련 배출물이 도시 전체 이차 유기 에어로졸(SOA) 형성의 약 2~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도심 밀집 지역에서는 그 기여도가 최대 15%까지 올라갔다.


이는 노후화된 아스팔트 도로가 도시 공기질을 악화시키는 무시할 수 없는 오염원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기존에는 자동차 배기가스가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됐지만, 이제는 “도로 자체가 오염원"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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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팔트 도로 포장 구조. 아스팔트는 골재들을 결합시키는 바인더 역할을 한다. (사진=Resources, Conservation & Recycling, 2026)


◇해법은 '친환경 도로'에 있다


이제 아스팔트 포장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기후변화로 인해 폭염과 고습 환경이 더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여름철 아스팔트는 더 이상 단순한 도시 기반시설이 아니다.


도로는 우리가 매일 밟고 지나가는 가장 익숙한 공간이지만, 동시에 눈에 보이지 않는 독성 가스를 내뿜는 거대한 배출원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도시 설계가 단순한 내구성과 경제성만이 아니라, 대기질과 건강 영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연구진들은 다양한 저감 기술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우선 중온(中溫) 아스팔트(Warm Mix Asphalt,WMA)는 기존보다 낮은 온도에서 시공해 오염가스 배출을 10~50% 줄일 수 있다. 재생 아스팔트(Reclaimed Asphalt Pavement, RAP)는 폐아스팔트를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VOC 배출량을 최대 94.8%까지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일종의 숯이라고 할 수 있는 활성탄이나 바이오차(Biochar)를 첨가해 VOC를 직접 흡착하는 기술도 주목받고 있다. 또한 온도에 따라 색이 변하는 열변색 소재를 활용해 도로 표면 온도를 낮추는 기술도 연구 중이다.


또한 아스팔트 바인더 내부에서 반응성이 높은 특정 페놀계 화합물, 예를 들어 카테콜(catechol) 등을 제거하거나 구조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2차 초미세먼지 형성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는 단순히 공사 방식을 바꾸는 수준을 넘어, 아스팔트의 화학적 설계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의미다. 바인더는 아스팔트 포장에서 골재를 묶어 구조적 성능과 내구성을 결정하는 핵심 재료인데, 일반적으로는 석유에서 정제된 '아스팔트'를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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